[가화만사성] 이혼·상속 전문 변호사 상속법 상담일지 #8
박상홍 변호사
법무법인(유) 로고스 가사/상속팀
교통사고 후유증을 겪고 계시던 아버님을 힘겹게 홀로 모셨는데, 코빼기도 비치지 않던 다른 형제자매들이 이제 와서 상속은 법적으로 똑같이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큰 소리를 치고 있는데, 제 노력을 제대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2007년의 어느 겨울밤, A씨의 전화기가 울렸습니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소식은 그의 인생을 완전히 뒤바꿔놓았습니다. 아버지가 횡단보도를 건너다 대형 트럭과 부딪혔다는 것이었습니다. 병원 복도를 뛰어가는 A씨의 발걸음은 무거웠고, 수술실 앞 의자에 주저앉은 그의 어깨는 천근만근이었습니다.
희망을 가지고 지켜보았던 수술 결과는 참담하게도, 장해 2급 판정이 나왔습니다. 평생 아버님은 타인의 도움 없이는 일상생활조차 어려운 상태가 되셨습니다. 가족회의 자리에서 남동생은 고개를 떨구며 말했습니다. "형, 미안해. 우리 집은 지금 애들 교육비도 겨우 대고 있어서..." 누이 역시 난처한 표정으로 자신의 어려운 처지를 설명했습니다. A씨는 그날 밤 아내와 긴 대화를 나눴습니다. "여보, 우리가 아버님을 모셔야 할 것 같아요." 아내는 잠시 침묵하다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간병의 세월은 강물처럼 흘러갔습니다.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A씨의 하루하루는 오로지 아버지를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토록 애지중지하며 일구어 왔던 이삿짐센터 사업도 정리해야 했고, 그저 매달 300만 원의 교직원 연금과 자신의 저축, 그리고 틈틈이 시간이 될 때마다 용달 일로 벌어들이는 수입으로 생활을 겨우 꾸려나갔습니다. 게다가, A씨는 아버지 명의의 부동산을 관리하면서 세입자들에 대한 전세금 반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신의 저축 9,000만 원을 선뜻 내놓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세월은 A씨의 희생을 외면하는 듯했습니다. 아버지의 건강은 날로 악화되었고, 결국 A씨는 더는 손을 쓸 수 없게 되어 요양원으로 아버님을 모시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버지는 돌아가시게 되었습니다.
아버님의 장례 이후 상속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모인 자리에서 동생은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형님, 아버님 통장에서 9,400만 원을 빼낸 거...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그리고 아버님 처음 사고 나셨을 때 보험금으로 2억 원 받으신 거... 왜 우리한테는 숨기셨나요?" A씨는 가슴 한켠이 무너져 내리는 것을 느꼈습니다. 10년간의 헌신이 단순한 숫자로 환산되어 의심받는 현실이 너무나 고통스러웠습니다. "그건 내가 아버님 재산 관리하면서 썼던 돈을 돌려받은 거야... 그리고 보험금은 모두 아버님을 간병하고 생활하는데 들어갔다. 너도 이 생활이 얼마나 힘든지 잘 알잖니!" A씨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그의 말은 형제들의 의심 어린 시선을 거두게 하지 못했습니다.
A씨는, 은행에서 돈을 빼간 것은 자신이 아버님 명의 재산을 유지하던 과정에서 쓰였던 돈을 되찾은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A씨가 아버님을 위해서 헌신한 세월과 노력이 얼마인데, 그것에 대해서 따지는 형제자매들이 야속하기만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A씨는 자신의 노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이 무엇일지 상담받고자 가화만사성 팀을 찾았습니다.
기여분의 개념과 판단 기준이 어떻게 되나요
Q) 기여분의 개념과 판단 기준이 어떻게 되나요
A) 민법 제1008조의2가 정한 기여분 제도는 공동상속인 중에 상당한 기간 동거·간호 그 밖의 방법으로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였거나 피상속인의 재산의 유지 또는 증가에 관하여 특별히 기여하였을 경우 이를 상속분 산정에 있어 고려함으로써 공동상속인 사이의 실질적 공평을 도모하려는 제도입니다. 기여분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공동상속인 사이의 공평을 위하여 상속분을 조정하여야 할 필요가 있을 만큼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였다거나 피상속인의 재산의 유지 또는 증가에 특별히 기여하였다는 사실이 입증되어야 합니다(대법원 2014. 11. 25.자 2012스156, 157 결정 참조).
이때, 배우자가 장기간 피상속인과 동거하면서 피상속인을 간호한 경우, 부부 사이에는 제1차 부양의무가 있기 때문에, 이를 넘어서 ‘특별한 부양’에 이르는지 여부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가정법원에서는 동거‧간호의 시기와 방법 및 정도뿐 아니라 동거‧간호에 따른 부양비용의 부담 주체, 상속재산의 규모와 배우자에 대한 특별수익액, 다른 공동상속인의 숫자와 배우자의 법정상속분 등 일체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다른 성년인 자녀 등과 같은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실질적 공평을 도모하기 위하여 배우자의 상속분을 조정할 필요성이 인정되는지 여부를 엄격하게 가려서 기여분 인정 여부와 그 정도를 판단하고 있습니다.
한편, 성년인 자(子)가 부양의무의 존부나 그 순위에 구애됨이 없이 스스로 장기간 그 부모와 동거하면서 생계유지의 수준을 넘는 부양자 자신과 같은 생활수준을 유지하는 부양을 한 경우 부양의 시기·방법 및 정도의 면에서 각기 특별한 부양이 된다고 보아 각 공동상속인 간의 공평을 도모한다는 측면에서 그 부모의 상속재산에 대하여 대체로 기여분을 인정하고 있습니다(대법원 1998. 12. 8. 선고 97므513, 520, 97스12 판결 참조). 자녀의 경우에는, 망인의 배우자와는 달리, 제1차 부양의무를 지지 않기 때문에 배우자에 비해 비교적 완화해서 기여분의 인정 여부를 판단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안의 경우, 장남인 A씨가 망인을 모시며 진료비를 부담하고 병원 치료를 받게 하는 등의 생활을 한 것은 기본적으로 다른 공동상속인들에 비하여 특별한 부양을 한 것으로 볼 사정이 충분히 된다고 보입니다. 게다가, A씨가 자기의 재산을 출연한 것으로서 상속 대상 부동산의 유지에 특별히 기여하였다고 볼 사정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망인의 건강 상태와 인출 시기, 그리고 인출 액수 등에 비추어 볼 때 A씨는 아버님 명의의 계좌를 실질적으로 관리면서 개인적인 목적으로 인출하였다고 판단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구체적으로 그간 A씨가 자신 또는 아버님 명의의 계좌에서 진료비와 생활비를 어떻게 지출해 왔는지를 명확히 하여서 의심을 종식시킬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