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신 아버님의 유해를 장남에게서 되찾을 수 있나요?
[가화만사성] 이혼·상속 전문 변호사 상속법 상담일지 #9
[가화만사성] 이혼·상속 전문 변호사 상속법 상담일지 #9
최가경 변호사
법무법인(유) 로고스 가사/상속팀
아버님은 생전에 화장을 원하지 않고 고향의 선산에 묻히고 싶어 하셨습니다. 그런데 남동생은 선산에 묻으려면 돈도 많이 들고 관리가 힘들다며, 저와 막내 남동생과의 상의도 없이 아버님의 유해를 화장하여 봉안당에 안치하였습니다. 아버님의 한을 풀어드리고 싶은데, 장남인 남동생으로부터 아버님의 유해를 돌려받을 수 있나요?
장녀인 A씨는 아버지의 마지막 뜻과 그에 대한 가족 간의 갈등에 직면했습니다. 아버지는 생전에 화장 대신 고향의 선산에 안장되기를 원했으나, 이는 곧 큰 논쟁의 씨앗이 되었던 것입니다.
가족 모두가 아버지의 뜻에 따르고자 했으나, 장남인 B씨만은 경제적이고 실용적인 관점에서 아버지와 가족 모두의 뜻에 반대했습니다. B씨는 “선산에 묻는다는 건 비용도 많이 들고, 관리도 힘들다고. 우리 현실을 좀 봐야 하지 않겠어?”라고 하더니, 누나인 A씨와 막내 남동생 C씨의 동의 없이, 아버지의 유해를 화장하여 봉안당에 안치했습니다.
A씨와 C씨는 B씨의 독단적인 행동에 경악했습니다. A씨는 가족회의를 소집했습니다. “우리 아버지께서 평생 고향을 그리워하셨어요. 화장은 아버지의 뜻과 너무나 동떨어져 있어요, B야 제발 이제라도 유해를 고향의 선산으로 모시자.” A씨가 목소리를 높여 호소했습니다. C씨도 분노를 표현했습니다. “B형, 형이 경제적인 부분을 우려하는 건 이해하지만, 형제들과 상의 없이 결정한 건 정말 아니야. 이건 가족 모두의 문제야. 형 외에 가족 모두의 의견이 일치하니, 형의 동의가 없어도 아버지의 유해를 선산으로 가져가겠어.”
반면, B씨는 자신의 결정을 변호했습니다. “내가 무슨 선택을 해도 결국엔 비난받을 일이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우리 모두에게 덜 부담이 될 거라고 봐서 화장을 강행했어. 화장하기 전에 법적 조언을 구해봤더니 장남인 나에게 화장할 권리가 있고, 이장할 권리도 있다고 했어. 그러니 내 동의 없이는 유해를 가져갈 수 없다는 것을 알아둬.”
이러한 분쟁 속에서 A씨는 법적인 조언을 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B가 아버지의 유해를 장남으로서 독단적으로 화장한 행위가 불법행위가 아닌지, B의 동의 없이, B 이외 가족 모두의 동의로 아버님의 유해를 선산으로 모실 수 있을지 알고 싶습니다.”
[의뢰인의 문의 사항]
B가 아버지의 유해를 장남으로서 독단적으로 화장한 행위가 법에 어긋나는 행동이 아닌가요?
돌아가신 아버님의 유해가 담긴 함을 B의 동의 없이 아버님의 뜻에 따라 선산으로 옮길 수 있나요?
[최가경 변호사의 솔루션]
Q1) B가 아버지의 유해를 장남으로서 독단적으로 화장한 행위가 법에 어긋나는 행동이 아닌가요?
A1) 아버님이 돌아가신 시기가 중요합니다. 2023년 5월 11일에 대법원은 제사주재자의 지위에 관한 과거 판례를 변경하는 중요한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 변경된 판례에 따르면, ‘제사주재자는 상속인들 사이의 협의를 통해 결정되며,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피상속인의 직계비속 중 최연장자가 제사주재자가 됩니다.’ 이는 남녀를 불문하고 적용됩니다.
그러나 2023년 판례 변경 이전에는 2008년의 대법원 판례에 따라 ‘제사주재자는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장남이 제사주재자가 되며, 아들이 없는 경우에만 장녀가 제사주재자가 됩니다.’
위와 같은 전제에서, 아버님이 2023년 5월 11일 이전에 돌아가셨다면, B씨는 제사주재자로서 화장과 이장을 결정할 권리가 있습니다. 이 경우, B씨의 결정은 법적으로 유효하며, A씨는 B씨의 동의 없이 아버님의 유해를 돌려받기 어려울 것입니다. 한편, 2008년 판례에서, ‘장남은 망인의 의사에 따라 매장 장소를 결정할 수 있지만, 피상속인의 생전 의사는 도의적 의무에 그칠 뿐 법률적 의무까지는 아니’라고 하였습니다. 따라서 장남인 B씨가 경제적 이유로 화장을 선택한 것은 그의 제사주재자로서의 정당한 권리를 행사한 것으로, 법적으로 문제가 없습니다.
그렇지만, 아버님이 2023년 5월 11일 이후에 돌아가셨다면, 최연장자인 장녀 A씨가 제사주재자가 됩니다. 이 경우 B씨의 화장 결정은 제사주재자의 권한을 침해한 것으로, A씨는 법적으로 유해의 이장을 요구할 수 있으며, B씨의 독단적인 결정은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Q2) 돌아가신 아버님의 유해가 담긴 함을 B의 동의 없이 아버님의 뜻에 따라 선산으로 옮길 수 있나요?
A2) 이 또한, 아버님이 돌아가신 시기에 따라 달라집니다.
2023년 5월 11일 이전 아버님이 사망한 경우라면, 2008년 대법원 판례에 따라 제사주재자는 망인의 장남 B씨가 됩니다. 이 경우, B씨는 분묘에 대한 관리 및 처분권을 가집니다. 따라서 만약 A씨가 B씨의 동의 없이 아버님의 유해를 선산으로 옮기려 한다면, 이는 형법 제160조에 따라 분묘발굴죄에 해당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A씨는 최대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2023년 5월 11일 이후 아버님이 사망한 경우라면, 2023년 대법원 판례에 따라 최연장자인 A씨가 제사주재자가 됩니다. 이 경우, A씨는 아버님의 유해를 자신의 결정에 따라 선산으로 이장할 권리를 가지며, 이는 B씨의 동의 없이도 법적으로 허용될 것입니다.
[실무 Tip.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대한민국 대법원에서 법률 해석에 있어 중대한 변경이 필요하거나, 기존의 판례를 변경할 필요가 있는 경우 내리는 판결로, 대법원장을 포함한 13명의 모든 대법관이 참여하여 결정을 내리는 것을 말합니다. 전원합의체는 기존 판례와 다른 결정이 필요할 때 기존 판례를 변경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