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화만사성] 이혼·상속 전문 변호사 상속법 상담일지 #4
정베드로 변호사
법무법인(유) 로고스 가사/상속팀
“어머니와 함께 종로 일대에서 손꼽히는 식당을 운영했어요. 비록 십여 년 가까이 찾아뵙지 못했지만, 어머니가 남겨 두시고 가진 재산은 모두 제 젊은 시절을 바쳐 함께 일군 것들입니다.”
최현자씨는 어릴 때부터 장사 수완이 남달랐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처음 일하게 된 가게에서도 몇 개월 지나지 않아 사장님이 ‘현자가 들어오고 나서 가게가 성업이다. 내 밑에서 장사를 배워보면 어떻겠냐’고 제안을 하였다. 어떤 일을 하건 착실히 하고 밑에 사람도 잘 부릴 줄 알았으며 몇 번 마주친 손님은 금세 단골로 만들었다.
어머님은 직장인들이 많은 서울 종로에서 음식점을 하셨는데, 점차 운영이 어려워지니 최현자씨에게 도움을 청했다. 최현자씨는 하던 일을 그만두고 어머니의 식당 일을 도왔고, 식당은 금세 종로 일대에서 손꼽히는 집이 되었다.
그러나 주인이 둘이 되니 조금씩 갈등이 생겼다. 식당 운영 방식부터 직원 채용, 돈 관리까지. 20여 년 가까이 식당을 크게 번성시켰지만, 결국 최현자씨와 어머님은 더 이상 식당 운영을 함께 할 수 없는 관계가 되었고, 최현자씨는 다른 지역에 본인의 가게를 내었다. 어머님은 식당 운영을 그만두시고 결혼을 하지 않은 둘째 여동생과 함께 노년을 보내셨다.
그렇게 십여 년이 지나 어머님이 편찮으시다는 소식에 찾아뵈었는데, 둘째 여동생의 눈빛이 예전과 달랐다. 어머님 건강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도 좀처럼 흔쾌히 대답하지 않고, 어머님 재산관리에 대해 물으면 더욱 거친 반응이었다.
어머님이 돌아가시고 나서, 결국 여동생과 사이에 우려했던 분쟁이 생겨났다. 여동생은 한 장 짜리 표로 어머님 상속재산 목록과 분할표를 정리해 와서는, 그중 절반은 자신이 어머님을 보살피며 재산을 함께 일군 대가로 계산했다고 한다. 더욱이 제대로 된 경제활동을 한 적이 없는 여동생 앞으로는 서울 시내에 아파트가 두 채나 되었다.
최현자씨는 여동생을 두고 어머님 재산에 큰 욕심을 내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러나 어머님의 상속재산이 모두 자신의 젊은 시절을 바쳐 일군 식당에서 생겨난 것임을 알기에, 자신의 땀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받고 싶을 뿐이다.
'어머니와 동업하며 상속재산을 일군 본인'과 '어머님 노년을 함께한 여동생' 중 누가 상속재산을 더 가져가야 할까요?
여동생이 특별한 수익 없이 취득한 부동산을 상속재산분할에서 고려할 수 있을까요?
Q1) '어머니와 동업하며 상속재산을 일군 본인'과 '어머님 노년을 함께한 여동생' 중 누가 상속재산을 더 가져가야 할까요?
A1) 피상속인의 사망 당시 피상속인이 보유하였던 재산을 상속인들이 나누어 갖는 절차를 ‘상속재산분할’이라고 하고, 위 과정에서 ① 피상속인의 재산 형성에 특별히 기여하였거나(특별기여), ② 혹은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특별부양)한 사람이 더 많은 재산을 분할받는 것을 ‘기여분’이라고 합니다.
의뢰인의 경우 피상속인과 20여 년 간 식당을 동업하였고 피상속인은 위 기간 동안의 수입으로 상속재산 대부분을 형성하였는데(특별기여 주장), 이와 같이 동업 등으로 피상속인의 재산 형성의 원천이 된 수입 자체에 기여한 경우 ‘기여분’을 인정할 수 있는 중요한 근거가 됩니다.
반면 여동생의 경우 피상속인의 사망 이전 10년 동안 동거하며 지낸 것을 근거로 기여분을 주장하는데(특별부양 주장), 이와 같은 경우 단순히 동거한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일반적으로 자녀가 부모의 생활을 지원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 오랜 기간 부모의 투병생활을 지원하는 등 특별한 수준의 부양이 이루어져야만 합니다. 이 사건의 경우 여동생이 모친과의 동거기간 동안 특별한 수입원이 없었다는 점에서 오히려 모친으로부터 생활비를 지원받았다는 주장을 해 볼 수도 있습니다.
Q2) 여동생이 특별한 수익 없이 취득한 부동산을 상속재산분할에서 고려할 수 있을까요?
A2) 피상속인인이 유언이나 생전의 증여를 통해 상속인 중 일부에게 상속재산을 미리 이전해 준 것을 ‘특별수익’이라고 합니다. 이 사건에서 여동생 명의의 부동산을 특별수익으로 취급하여 상속재산분할에 고려하기 위하여서는 여동생이 부동산을 취득한 등기부상의 원인이 피상속인으로부터의 증여이거나, 혹은 부동산 취득을 전후하여 피상속인이 여동생에게 부동산 취득대금을 지원하여 준 정황이 확인되어야 합니다.
나아가 위와 같이 명확한 증여의 정황이 확인되지 않는 경우에도, 여동생의 세무신고 자료 등을 조회하여 부동산 취득 이전 상당 기간 동안 수입이 없었고 여동생 스스로도 부동산 취득대금을 명확히 소명하지 못하는 경우, 피상속인으로부터 오랜 기간에 걸쳐 지원받은 금원을 부동산 취득대금 지원으로 주장해 볼 여지가 있습니다.
소송절차에서 상대방이나 사건관계인이 계좌를 보유하고 있는 금융기관으로부터 일정한 금융정보(보유계좌, 이체내역 등)를 제공받는 것을 ‘금융거래정보제출명령’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절차는 관계인들 사이 ‘돈의 흐름’을 확인하여 기여분이나 특별수익을 주장·입증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일반적으로 상속재산분할심판이나 유류분반환소송의 경우 피상속인 보유 계좌에 대하여는 비교적 용이하게 금융거래정보제출명령이 이루어지는 경향이 있으나, 다른 상속인 보유 계좌에 대하여는 이와 같은 신청이 제한적인 만큼 일정 시기에 수상한 돈의 흐름이 있다는 간접적인 정황을 제시한 후, 위 기간을 특정하여 금융거래정보제출명령을 신청하는 조치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