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화만사성] 이혼·상속 전문 변호사 상속법 상담일지 #3
정베드로 변호사
법무법인(유) 로고스 가사/상속팀
"아버님의 뜻은 명확했어요. 집은 어머니가, 건물은 네가 가져라. 이민 가서 연락도 없다가 20년 만에 나타난 동생이 아버님 유언을 문제 삼는 걸 납득할 수 없습니다."
이강남 씨의 아버지는 작은 공장을 운영하셨다. 노년이 되셔서는 운영하던 사업체는 모두 매각하시고 압구정의 아파트와 강남에 작은 상가건물로 재산을 정리하셨다.
이강남 씨에게 3살 아래 남동생이 있었지만, 대학 때 미국으로 유학 가서는 진로에 대해 아버지와 갈등을 빚은 후 가족들과 연락을 끊었다. 20여 년 간 집에 방문한 숫자는 손으로 꼽을 정도였다.
아버님은 매사 분명하게 정리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셨기에, 건강이 안 좋아지시자 가족들을 모아두고 자필로 재산에 대한 유언을 남기셨다. 압구정의 아파트는 어머니에게, 강남의 상가건물은 이강남 씨에게 남긴다는 내용이었다.
아버님이 돌아가신 후, 장례를 마치자마자 이강남 씨와 어머니는 남동생으로부터 상속재산분할심판과 유류분반환소송 소장을 받았다. 자필유언장에 아버지의 ‘주소’가 기재되어 있지 않아 효력이 문제 될 수 있으니 두 가지 소송을 모두 제기해 놓는다는 취지였다.
이강남 씨는 아버님의 뜻이 이토록 분명하였는데 어떻게 20여 년 간 남남처럼 살아온 동생이 이런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지, 정말 이런 동생에게도 재산을 나누어 주어야 하는 것인지 답답할 따름이다.
20년 동안 남남처럼 지내온 동생을 상속인에서 배제할 수 없을까요?
동생의 주장과 같이 아버지의 유언의 효력이 문제 될 수 있나요?
Q1) 20년 동안 남남처럼 지내온 동생을 상속인에서 배제할 수 없을까요
A1) 우리 민법은 일부 중대한 사유(피상속인을 살인하거나 유언장을 위조하는 등)에 대해 ‘상속결격’을 규정하는 이외에 별도로 상속인의 유류분을 박탈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 헌법재판소에서 부양의무를 다하지 않은 상속인에 대해 ‘상속권 상실’ 제도를 입법할 것을 촉구하는 결정이 이루어졌고, 위 결정에 따라 소위 ‘구하라법’으로 알려진 상속권 상실제도가 신설되어 2026. 1. 1.부터 시행되나, 위 ‘구하라 법’은 피상속인의 아버지나 어머니 등 직계존속의 상속권 상실만을 다루고 있어서 일반적으로 문제 되는 피상속인의 직계비속(부모를 모시지 않은 자녀 등)의 상실권 상실 제도는 입법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 사건의 경우에도 동생이 미국으로 이민을 간 후 20여 년간 남남과 같이 지내왔다고 하더라도 현재로서는 민법이 보장하는 최소한의 상속분이 ‘유류분’ 자체를 박탈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Q2) 동생의 주장과 같이 아버지의 유언의 효력이 문제 될 수 있나요
A2) 아버님이 남기고 가신 자필유언장은 민법상 ‘자필증서 유언’에 해당되고, 이 경우 민법 제1066조에 따른 내용이 모두 작성되어야만 효력이 있습니다. 아버지의 유언장 작서 당시 ‘주소’의 경우에도 법정사항에 해당되므로 원칙적으로 주소가 적혀있지 않을 시 유언장은 효력을 가질 수 없습니다.
다만, ‘주소’의 경우 최근까지 가장 문제가 많은 법정사항으로 지적되는 것으로서 구체적 상황에 따라 유언의 효력을 인정하려는 하급심 판례가 이어지고 있고 ‘주소’를 작성하도록 하는 규정에 대해 헌법재판소 위헌결정 시도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만큼, ① 주민등록번호 등으로 유언자가 명확히 특정되고, ② 유증목적물에 당시 주소인 부동산이 포함되어 있으며, ③ 첨부된 인감증명서에도 유언자의 주소가 명시되어 있는 경우, 실질적으로 법정사항이 충족되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적극적으로 해볼 여지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