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언장 공증까지 했는데 은행이 상속재산을 주지 않네요

[가화만사성] 이혼·상속 전문 변호사 상속법 상담일지 #2

[가화만사성] 이혼·상속 전문 변호사 상속법 상담일지 #2

정베드로 변호사

법무법인(유) 로고스 가사/상속팀

"아버님이 사후에 분쟁이 생기지 않도록 공증까지 받아 유언장을 작성하셨어요. 그런데도 은행은 형의 동의가 없으면 돈을 못 내준다니 황당할 따름입니다."

이공증 씨의 가족은 늘 큰형과의 불화가 문젯거리였다. 어머니가 먼저 돌아가시고 아버지와 이공증 씨는 서로 의지하며 생활했지만, 젊은 시절 사업에 실패하고 가족들이 자신들 도와주지 않는다고 생각한 큰 형은 가족들에 대해 차가웠다.     

아버지는 노년에 동대문 부근 건물 한 채와 예금 5억 원 정도를 재산으로 가지고 계셨는데, 어떻게 하면 자신의 사후에 자녀들이 싸우지 않고 재산을 나눠가질 수 있을지 고민하셨다. 유언장 중에서도 공증인을 통해 작성하는 ‘공정증서 유언’은 효력이 문제 되는 경우가 많지 않아 분쟁이 적다는 이야기를 듣고, 공증인을 통해 유언장을 작성하셨다. 유언장의 내용은 ‘동대문 건물은 큰형에게, 예금 5억 원은 이공증 씨에게 남긴다.’는 내용이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큰 형은 자신에게 남겨진 건물의 등기를 가져간 후 이공증 씨와 연락이 두절되었다. 그런데 이공증 씨가 자신에게 남겨진 예금을 찾기 위해 은행에 찾아가니 ‘큰 형의 동의를 받아오지 않으면 인출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버지가 공증인까지 통하여서 유언장을 작성했다는 점을 상세히 설명하여도 은행 담당자는 요지부동이었다.     

큰 형에게 사정을 설명하며 연락을 시도해 보아도 감감무소식이었다. 이공증 씨는 아버지의 유언장이 큰 형에게만 이익을 주고, 자신에게는 큰 골칫거리를 안겨준 것 같아 원망스러운 마음이다.

[의뢰인의 문의 사항]

정말 형의 동의가 없으면 유언장만으로는 저에게 상속된 예금을 찾아올 수 없나요?

형이 벌써 등기를 마친 상속부동산에 대하여는 이의를 제기할 수 없나요? 

[정베드로 변호사의 솔루션]

Q1) 정말 형의 동의가 없으면 유언장만으로는 저에게 상속된 예금을 찾아올 수 없나요?

A1) ‘공정증서 유언’은 공증인의 참여 아래 작성되어 법정사항의 충족과 위·변조 방지가 보장되는 방식이기에, 원칙적으로는 공정증서 유언을 제시하는 경우 금융기관으로서는 예금 등을 인출하여 줄 의무가 있습니다.     

그러나 실무상 금융기관들은 ‘다른 유언장이 중복으로 존재하여 유언장의 효력이 문제 될 수 있다.’는 등의 사유를 들어 공정증서 유언에 따른 예금인출에 대하여도 다른 공동상속인들의 동의를 요구하거나 예금액을 공탁하는 식으로 처리하고 있고, 이 경우 어쩔 수 없이 금융기관을 상대로 예금청구소송을 하거나 공탁금출급청구권 확인소송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위와 같이 단순히 다른 상속인의 동의를 요구하며 예금인출을 거부한 경우, 금융기관으로서는 소송결과에 따라 최초 예금인출 청구시점으로부터 지연 이자를 부담하여야 할 것이고(이를 위해 내용증명 등으로 예금인출 청구시점을 명확히 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소송비용 일체도 부담하여야 할 것입니다.

Q2) 형이 벌써 등기를 마친 상속부동산에 대하여는 이의를 제기할 수 없나요?

A2) ‘자필증서 유언’으로 부동산을 유증한 경우 등기실무상 소유권이전등기에 다른 공동상속인들의 동의를 요구하고 있으나, ‘공정증서 유언’이 이루어진 경우 이러한 동의를 요구하고 있지 않습니다.     

유언장을 작성할 당시 위와 같이 유증재산의 유형에 따라 유언집행 과정에서 다른 공동상속인의 동의가 필요한지 여부가 달라진다는 점을 유의하여서, 비협조적인 태도가 예상되는 상속인에 대하여는 가급적 부동산보다는 예금 등을 유증재산으로 남기는 것이 상속분쟁을 방지하는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실무 Tip.  ‘유언집행자’의 지위]

‘유언집행자’는 유언자의 사망 이후 유언의 내용에 따라 그 내용을 실현하는 사람으로서, 유언자는 생전에 유언으로 유언집행자를 지정할 수 있습니다.      

유언을 남기시는 분들 중 위 ‘유언집행자’의 역할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단순히 지인이나 가족 중에 유언집행자를 지정하는 경우가 있으나, 경우에 따라 유언집행자는 상속재산 관련 소송에서 필수적으로 당사자가 되어야 하는 등 상속재산분쟁에 깊숙이 연루될 수 있습니다.    

 

위 사건의 경우에도 예금기관에 대한 소송을 통해 예금채권을 회수하는 경우 ‘유언집행자’가 필수적으로 원고가 되어야 하는바, 유언장 작성에 관여한 변호사 등 향후 상속분쟁을 실질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전문가를 유언집행자로 지정하는 것이 편리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