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길로 갈 필요가 있을까?
어느 날 산책을 하다가 내 눈을 사로잡은 장소가 하나 있었다.
그곳은 새롭게 조성된 도심지에 밀린 쓸쓸한 구도심 어느 한 자락에 있던 식당이었다.
정겨운 시골장터거리에 위치한 이곳에는 점심시간즈음이라 이미 연세가 지긋하신 어르신들이 많이들 들락거리고 있었다.
나는 습관적으로 스마트폰을 열어 검색을 해보았다. 그러나 검색이 되지 않는다.
그동안 평점과 후기를 보고 맛집을 수동적으로 선택했던 나였는데, 이 식당은 검색이 되지 않으니 조금 당황스러웠다.
그렇지만 나와 아내는 배가 너무 고팠고 모험을 강행해 보기로 했다.
비좁은 문을 열고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포털사이트에 등록되어 있지 않아 검색조차 되지 않았지만, 주위에 둘러앉은 어르신들에게는 이미 이곳이 핫플레이스나 다름없었다.
주인의 손때가 곳곳에 묻어있던 허름한 식당에서 우리는 칼칼하고 맛있는 칼국수를 대접받았다. 단출한 반찬들과 칼국수 한 그릇, 그러나 우리는 칼국수만 맛본 것은 아니었다.
현대적이고 감각적으로 포장되지 않은 그곳. 다시 말해 평점으로 평가받지 않는 그곳에서 우리는 그곳만의 고유한 개성과 매력을 맛보고 나온 것이다.
신선한 경험이었다. 우리의 모험은 나름 성공적이었다.
그리고 그 경험은 적지만 소소한 깨달음을 주었다.
그것은 바로 ‘모두가 추구하는 방향으로 애쓰며 살지 않아도 된다'라는 것이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것은 거창한 깨달음은 아니다. 누구나 이미 다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주위를 둘러보면 우리들 대부분은 서로가 똑같아지려고 노력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딱히 SNS를 하지 않더라도, 이러한 비교와 쫓음은 우리 일상 가까이에서 일어나고 있다. 넓게는 의식주를 비롯한 우리의 안정적인 욕구와 그에 따른 소비문화의 행태가 그렇다.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만 봐도 또래 사이에는 상호 비교의 싹이 움튼다.
물론, 나는 사회운동가가 아니다.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며 여러 방면에서 부족한 남편이자 생물학적 필연으로 한 아이의 아빠가 되었다. 나는 사회운동을 벌일 만한 담대함도 없으며 실천력도 없고 지식도 없다.
단지 나는 이 경험을 통해, 어쩌면 우리 가족도 다른 사람들의 삶과 비슷하게 살아가기 위해 과도한 노력과 집착을 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
다른 사람들의 삶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만의 개성과 우리 가족만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모습이 더 가치 있는 것은 아닐까? 세상이 매기는 평점은 사실 아무 상관이 없을 것이다.
우리는 지극히 평범한 가족이다. 그러나 우리가 가족으로 살아내는 하루하루는 사실 평범하지 않은 것들로 가득 차 있다.
매일 아침마다 아이를 등원시키는 것은 거의 기적이다. 등교버스 시간에 맞춰 우리 가족 구성원들은 서로 힘을 모아 기특하게 그 일을 해낸다.
또한 결혼서약의 내용을 거의 잊어버렸음에도 우리 부부는 누군가 아플 때 서로를 위해 희생을 감수한다.
세상이 볼 때 성공하지 않았고,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아도 우리는 감사함으로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있다.
이렇듯 우리 가족, 즉 나와 아내와 아이 사이에서 매일 벌어지는 일들에 비하면,
거대한 산과 흐르는 강물, 장엄한 자연 등 우리를 감탄하게 만드는 것들은 어떤 의미에서 작은 것이지 않을까?
오늘의 이야기를 마치며 소소한 가족이 이루어내는 이야기의 시작을 나누기로 결심한 곳으로 다시 돌아가본다. 평범하다 못해 부족함 투성이인 가족 이야기가 뜻밖에 맛있을 수 있다는 희망을 본 그 그곳으로 말이다.
그날, 칼국수 식당 안에 우리는 자리를 잡았다. 나와 아내 옆자리에는 노신사 두 분이 식사를 하고 계셨다. 협소한 탓에 그분들의 대화가 너무 잘 들렸다. 한 노신사 한 분이 말씀을 시작하셨다.
그것은 커피에 대한 이야기였다. 더 정확히는 베트남 커피의 기원에 대한 이야기였다. 생각지 못했던 지식의 향연이었다. 타고난 이야기꾼의 이야기 속에 우리는 금방 빠져들었다. 이윽고 커피의 기원에 대한 이야기가 절정으로 다다랐다.
그리고 우리는 귀를 의심했다. 이른이 훌쩍 넘어 보이는 그 노신사가 이러한 지식들을 공유하고 싶어서 블로그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날 세상의 평가에서 밀려나 버린 곳에 있었다. 그러나 정확하게는 세상이 평가할 수 없는 곳에 있었다. 미완의 인테리어와 단출하지만 맛있는 식사, 그리고 어르신들의 지혜와 삶을 대하는 자세가 함께 어우러져 내는 멋스러움과 그 맛을..
그 누가 평가할 수 있을까?
우리 모두는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간다. 그리고 내가 배운 바로는 가족은 사회를 구성하는 최소한의 집단이다. 그렇다. 우리 모두는 좋든 싫든 가족의 범위를 벗어나지는 못한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가족의 유형은 많이 달라졌지만, 가족은 여전히 우리에게 특별하다. 지금 이 시간에도 저마다의 독특한 멋과 맛을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