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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팸타임스 Sep 22. 2017

바다의 예술가, 흰 점박이 복어

'수중 아티스트'란 별명을 가진 흰 점박이 복어

▲ 사진 출처 : 위키미디어
일본 바다 속에는 한 예술가가 거대한 작품을 끊임없이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 이 이상하고도 아름다운 원형무늬(일명 '수중 크롭 써클'이라고도 불림)는 일본 아마미 오시마섬 연안에서 발견됐으며, 이와 비슷하게 생긴 원형 무늬들도 근처에서 발견됐다. 1995년에 발견되기 전까지, 그 누구도 이 무늬의 정체가 무엇인지 또는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지 못했지만 최근 잠수부들로 인해 이 놀라운 해저 작품의 창시자가 '흰 점박이 복어(White-spotted pufferfish)'라고 불리는 새로운 품종의 복어라는 것을 알게 됐다. 흰 점박이 복어가 만든 이 놀라운 원형무늬는 다큐멘터리 시리즈인 '빅 퍼시픽(Big Pacific)'을 통해 세간에 알려졌다.

외모


흰 점박이 복어는 'Torquigener'종에 속하는 스무 번째 희귀한 종으로, 짝짓기를 위해 수중에서 멋진 구조물을 만들어 내는 유일한 물고기다. 그러나 이와 유사한 예술적 작품을 만드는 또 다른 물고기가 있는데 바로 시클리드 피시로 아프리카의 말라위 호수와 탕가니카 호수에서 볼 수 있다. 시클리드 피시는 짝짓기 장소를 위해 큰닻이나 분화구 모양의 작은 언덕을 만들어 낸다. 이렇게 모래언덕을 만드는 시클리드 피시의 종류는 약 200여종 정도 되며, 이들은 각각 서로 다른 모양의 모래 언덕을 만들어 침입자를 막아내거나 이성을 유혹하곤 한다.


흰 점박이 복어의 크기는 약 12㎝(5인치)에 불과하지만, 직경이 약 2m(또는 7피트) 정도에 이르는 이 복잡한 구조물은 물고기의 실제 크기보다 훨씬 크다. 등에 흰 반점이 있으며, 복부에도 은색빛이 감도는 흰 점들이 박혀 있다. 이 물고기가 어떻게 작품을 만들어 내는지 또는 왜 만드는지 그 이유를 알게 된다면 꽤나 흥미로움을 느끼게 될 것이다.

▲ 사진 출처 : 위키미디어

짝짓기 의도


연구에 따르면, 흰 점박이 복어가 수중원형무늬를 만드는 이유는 바로 짝짓기 때문이며 수컷은 끊임없이 자신의 지느러미를 움직여서 흙을 분해시키고 원형 무늬를 만들어 자신의 작품을 완성시킨다. 일각에서는 이를 '사랑의 노동'이라 표현한다. 수컷은 최소 6주 동안 원형 무늬를 처음에 비해 약 20배까지 크기를 넓히며, 모래와 조개껍질 등을 모아서 자신의 작품을 장식한다. 일본 치바의 해안 자연사박물관장인 히로시 카와세는 이들이 작품을 만드는 과정을 설명했다. 첫 번째로, 수컷 복어는 자신의 보금자리 바깥쪽에서 봉우리와 골을 일직선으로 만든다. 두 번째로, 봉우리를 조개껍질 등으로 장식한다. 그런 다음 독특한 모양과 색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미세 퇴적물을 모은다.


카와세 관장은 흥미롭게도 이 복어가 원형 무늬를 이용해 미세 퇴적물을 모은다고 말했다. 원리는 원형 무늬 중 하나의 모양을 토대로 해석된 것으로, 원형 무늬의 윗부분은 물과 미세 퇴적물이 구조물의 중심 쪽을 향할 수 있도록 해놨으며, 아랫부분의 끝 쪽과 골짜기는 물이 원형 무늬 바깥쪽으로 흘러 나갈 수 있도록 구성됐다. 연구팀은 또한 암컷이 알을 낳은 곳의 가운데 부분은 물의 흐름 속도가 약 25% 정도 느려진다는 점을 발견했다.


암컷이 원형 무늬를 가로 질러 자신의 작품 쪽으로 도착하면, 수컷은 그 안에서 헤엄쳐도 된다는 허락의 신호를 보낼 것이다. 이후 수컷은 암컷의 지느러미 쪽을 잡고 교미를 시작하는데 이는 단지 몇 초 만에 이루어진다. 암컷이 원형 무늬의 중심에 있는 퇴적물에 알을 낳으면 수컷이 그 무늬의 바깥쪽에서 알을 수정시키는 것도 이들의 짝짓기 과정에 포함돼 있다. 짝짓기가 끝나면 암컷은 헤엄쳐 떠난 후 다시는 원형 무늬 쪽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수컷은 약 6일 동안 홀로 남아서 알을 보호한다고 연구팀은 덧붙여 설명했다.

▲ 사진 출처 : 픽사베이

그러나 카와세 관장은 암컷 복어가 모래 작품을 어떻게 판단하고 선택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전했다. 즉, 암컷들은 짝짓기 상대방을 결정할 때 꼭 수컷의 예술 작품에 근거한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그러나 연구에 참여한 한 연구원은 "아름다운 선과 구조물은 단지 그 입자들을 중심으로 움직이게 할 뿐만 아니라, 미적인 목적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컷 복어는 자신의 작품을 계속 유지시키지 못하며, 일부 오래된 형성물은 결국 해류에 의해 유실된다"고 설명했다. 다른 이론을 들자면, 구조물이 오래된 흙을 결국 소진시키기에 새로운 흙으로 다시 새롭게 무늬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미 텍사스대학 오스틴캠퍼스 연구원인 알렉스 조던 박사는 처음에는 이 원형 무늬가 더 큰 물고기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 여겼다. 그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작은 물고기가 제작한 원형 무늬 구조물에 대해 "앞이 잘 보이지 않은 정도의 수심 또는 각각 떨어져서 활동하는 이들의 습성과 같은 근본적인 이유들을 봤을 때, 이 원형 무늬는 암컷이 자신의 작품을 잘 발견할 수 있도록 수컷 복어가 아주 커다란 둥지를 만들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추측했다.


흰 점박이 복어가 건축한 미스테리 원형 무늬 구조물에 대한 연구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 7월호에 게재됐다. 조던 박사는 "생물학계에서 매우 희귀한 질문에 대한 답을 확실하게 제시했에, 이들의 연구는 꽤 정확한 연구라 볼 수 있다"며 극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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