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은 무술년, 즉 개의 해다. 이에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의 많은 국가들은 개의 이미지로 새해를 축하하고 각종 행사를 진행한다. 그러나 모든 아시아 지역들이 다 개띠 해를 축하하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이슬람 국가인 말레이시아의 경우 개의 이미지는 환영받지 못한다.
말레이사아는 이슬람 국가지만 동시에 많은 화교들도 거주하고 있어 다가오는 16일인 중국 설을 새는 풍습이 있다. 그렇다고 개띠 해를 축하하지는 않는다.
이는 여전히 많은 이슬람교도들이 개를 부정한 동물로 여기기 때문인데, 이에 다수의 기업들도 무슬림들을 모욕한다는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 개와 관련한 이미 지나 상징 등을 피하는 경향이 강하다.
말레이사아의 인구는 약 3,200만 명으로,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61%가 무슬림이다. 20%는 불교 신자들이며, 나머지는 기타 다양한 문화와 종교들이 차지한다. 게다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무슬림들에게 모욕감을 주는 활동에 대한 거부감은 커지는 추세다. 가령 최근 몇 년 동안 이슬람교에서 금지된 술이나 음악 쇼, 축하행사에 대한 반대 시위가 점차 거세졌다. 일부 무슬림들은 불경하게 여기는 개를 접촉할 경우 손을 깨끗이 씻기도 한다.
개의 해를 축하하지 않는 이런 분위기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몰리는 상업 센터에서도 잘 나타난다. 수도에 자리한 파빌리온 쿠알라룸푸르같은 대형 쇼핑센터에서도 개를 상징으로 한 이미 지나 장식을 찾아볼 수 없는 것. 대신 센터의 10주년을 축하는 메시지와 데코레이션으로 가득하다.
사실 데코레이션이나 인테리어 등의 장식은 종교나 문화적인 민감성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센터의 마케팅이사인 쿵 수안 아이는 매월 약 300만 명의 다양한 사람들이 센터를 방문한다며, 센터를 꾸미는 장식들은 모든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것들로 사용된다고 설명했다.
개는 종종 사소한 이유로 논쟁의 한가운데 오르기도 한다. 지난 2016년에는 글로벌 패스트푸드업체인 앤트애니의 메뉴인 '프레즐 도그'의 이름이 말레이시아 종교 관리자들에 의해 강압적으로 변경되기도 한다. 종교인들이 메뉴 이름 변경을 요청한 이유는 개고기를 먹지 않는 무슬림들이 이 이름을 보고 혼란을 느낄 수 있다는 이유다. 결국 메뉴는 '프레즐 소시지'로 바뀌었다.
나라 밖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한다. 2014년 스코틀랜드의 글래스고에서 열렸던 커먼웰스 게임 개회식에서는 일부 운동선수들이 스코티시 테리어와 함께 나란히 행진을 펼쳤다. 그러나 행사 이후 말레이시아 정치인들은 그 행위가 무례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모든 말레이시아 사람들이 이러한 관습에 동참하는 것은 아니다. 여러 마리의 반려견을 기르고 있는 화교인 웡 웨이-센은 중국 설을 축하하는 행사에서 개의 이미지가 보이지 않는 것은 우스꽝스럽다고 비난했다. 바로 다문화 국가인 말레이시아가 다문화를 인정하지 않는 일이기 때문이라는 것.
말레이시아가 개의 해를 부정하며 고군분투하는 사이 이미 다른 국가들은 황금 개띠 해를 축하하며 다채로운 행사를 꾸미고 있다. 다국적 브랜드들 역시 이런 추세에 동참하는 중이다.
한 예로 유명한 패션 브랜드인 구찌는 개의 이미지를 표현한 한정판을 출시했는데, 핸드백과 카드홀더, 지갑, 상의와 신발 등에 보스턴 테리어의 패턴을 입힌 것. 다만 보스턴테리어의 생김새가 위협적이라며 오히려 구찌의 디자인을 비판하는 일부 사람들도 등장했다.
나이키 역시 개띠 해 버전 운동화를 내놨다. 신발 뒤꿈치 부분에 티베탄 마스티프를 의미하는 한자어를 새겨 넣고 그 윗부분에는 조랑말을 상징하는 인조털로 마무리했다.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화장품과 관련해 한정판 팔레트를 출시, 파우더의 표면을 개의 이미지로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