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의 품종을 말할 때 흔히 잡종 혹은 혈통 있는 개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잡종은 말 그대로 교배로 태어난 강아지를 일컫는 반면 혈통이 있다는 것은 순종 품종을 의미한다. 순종 강아지는 분양에서도 인기가 높고, 습성이나 사육 노하우 등도 풍부하게 축적된 편이다. 그러나 한가지 명심해야할 점이 있다. 순종 강아지에게는 그들만의 건강 문제가 있다는 것. 이제부터 순종견과 건강 문제에 대해 알아보자.
영국의 왕립동물학대방지협회(RSPCA)에 따르면 반려견의 건강 문제는 품종을 막론하고 발생할 수 있지만,
특히 순종의 경우 호흡이나 출산, 보행, 눈 및 피부와 관련된 질환에 더욱 취약할 수 있다. 이에 순종견에 나가는 의료비용도 어마어마하다. 실제로 미디어매체 기즈모도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2016년 미국인들이 순종견의 건강 관리에 들인 비용은 총 160억 달러(약 17조 2640억원)로, 건당 2,000~1만 달러를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순종견에 건강 문제가 잘 발생하는 이유는 외형적인 부분과 개성, 고유한 성향등을 가진 유전자를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 동일한 품종에서 선택적으로 번식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이같은 번식 관행은 유전적 성향을 제한시키면서 동시에 유전적 결함 위험은 증가시켰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바로 잉글리시 불독이다. UC데이비스의 과학자 닐스 페데르센(Niels Pedersen)은 연구를 통해, 잉글리시 불독은 특유의 귀여운 신체적 특징으로 인해 지속적인 번식이 이루어지면서 이미 유전적으로 막다른 골목에 들어섰다고 지적했다. 이 품종이 잘 걸리는 질환으로는 고관절 이형성증을 비롯해 호흡 문제, 암, 낭포 및 감염과 관련된 것들로, 출산시에도 특유의 체형으로 인해 제왕절개를 해야하는 어려움까지 갖고 있다. 잉글리시 불독외에 다음의 몇몇 품종을 더 소개한다.
1. 셰퍼드 : 독일 국견으로 목양견 혹은 경비, 감시견으로 많이 사육됐다. 그러나 오늘날에 와서는 이런 고유의 업무보다는 도그쇼에 출전해 다른 개들과 외모로 경쟁하는 일이 더 잦아졌다.
이에 꾸준히 번식이 지속되면서 근골격장애(musculoskeletal disorders)를 비롯해 관절염, 퇴행성 골수염(degenerative myelopathy), 비만, 행동장애를 일으키는 품종이 됐다. 또한 실명이나 간질 같은 신경 장애에도 취약한 편이다.
2. 퍼그 : 흔한 대표적 질환으로는 눈과 관련된 병이다. 눈이 돌출됐기 때문인데, 눈을 촉촉하게 유지하기가 힘들어 안구 건조나 감염으로 이어질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다. 이외에도 뇌수막염(pug dog encephalitis)같은 신경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3. 코커스패니얼 : 퍼그와 마찬가지로 안과 질환에 취약하다. 특히 녹내장이나 백내장, 3안검 돌출증인 체리아이(cherry eye), 그리고 진행성 망막위축증에 유의해야한다. 또한 심근증(cardiomyopathy)과 무릎이나 둔부와 연관된 골격 장애로 고통받을 가능성도 높다.
4. 바셋하운드 : 이 개의 특징은 긴 귀와 짧은 다리, 작지만 긴 체형 등으로, 전체적으로 불균형한 조화로 인해 소화 시스템에 문제가 생길 때가 많다. 이에 자주 더부룩하거나 몸이 붓는 경우도 보인다. 심할 경우 소화기관 주변에 있는 다른 기관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5. 로트와일러 : 이 품종은 나이가 들면 뼈의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골연골증(osteochondrosis)에 걸릴 위험이 높다. 또한 암과 심장 관련 질환, 시력, 고관절 이형성증 및 주관절 형성이상에도 취약하다.
그렇다고 순종견이 무조건 교배종보다 건강이 좋지 않다고 여겨서는 안된다. 페데르센 박사 또한 순종견이 교배종보다 더 건강이 악화됐다고 표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모든 품종이 유전적으로 인한 건강 문제를 갖고 있다며, 일반적인 품종에서 무작위로 교배되며 변형된 품종들이 건강에 있어 더 많은 문제를 겪을 위험이 높다고 말했다.
페데르센 박사는 또한 모든 강아지에게는 품종 나름의 건강상의 장단점이 있다면서 반려견을 건강하게 키우려면 강아지 분양을 받은 시점부터 건강을 세밀하게 살펴볼 필요성이 있다고 충고했다. 그러면서 반려견의 건강은 순종이냐 교배종이냐를 떠나 반려인이 얼마나 사랑과 정성을 기울이냐에 달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