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적어도 한 번은 어린 시절에 동물원에 놀러간 적이 있을 것이다. 반려동물로 흔한 개나 고양이를 제외하고 텔레비전이나 책에서만 보던 동물을 실제로 보는 경험은 정말 경이로운 일이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코끼리, 사자, 호랑이, 뱀, 곰을 볼 수 있다니!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동물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아니다.
동물원은 정말 나쁜 곳일까? 동물원은 우리 삶에 꼭 필요한가?
동물원에 사는 동물들의 복지에 관한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동물 권리 운동가와 동물 보호 운동가들은 동물을 '전시'해놓고 구경하는 것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려고 노력 중이다. 예를 들어 호랑이나 곰과 같은 덩치가 큰 맹수는 자연 상태와 비슷한 서식지가 아닌 콘크리트와 금속 막대로 만들어진 감옥 안에 평생 갇혀 지낸다.
영국의 동물 보호단체인 CAPS(Captive Animals’ Protection Society, 사로잡힌 동물보호협회)에서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어 동물원에 있는 동물의 상태를 조명했다. 아픈 동물이 아무런 처치도 받지 못한 채 누워있거나, 결국 사망한 사건을 위장 잠입한 조사관이 영상으로 기록했다. 어떤 왈라비 한 마리는 우리에 갇혀 죽은 상태로 2주 동안이나 남겨져 있었다. 동물원은 왈라비의 사망 원인을 규정하기 위한 부검을 계속해서 거부했다.
사파리 공원에 있는 동물들은 좁은 공간에 너무 많은 수의 동물이 함께 생활하고 있었으며, 개별 식사나 수면을 위한 별도의 공간이 없었다. 환경도 엉망이었다. 일부 사자들의 몸에는 오래된 혹은 새로운 상처가 여러 개 있었다. 어떤 동물들은 훈련을 받고 사람들을 위한 묘기를 부렸다. 영국에 있는 일부 동물원의 코끼리는 앞발과 머리를 드는 훈련을 받았는데, 이 때 조련사들은 전기 채찍을 사용했다.
동물원은 동물을 가둬놓아야 하는 곳이다. CAPS에 따르면 야생 동물에게 필요한 적절한 공간을 제공할 수 없다. 호랑이와 사자는 원래 살던 곳보다 약 1만 8,000배 좁은 공간에서 살며, 북극곰은 약 1백만 배 더 좁은 공간에서 산다. 그 결과 동물원에 있는 동물들은 대부분 스트레스로 고통받으며 행동 문제를 보인다.
규모가 큰 동물원은 앞서 언급한 사파리 공원처럼 동물들이 자유롭게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을 지원한다. 그들은 동물들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늘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동물 권리 운동가들은 동물이 다쳤을 때 치료해주고, 동물에게 적당한 먹이를 주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고 말한다. 애초부터 사람의 오락과 교육을 위해 동물을 작은 공간에 검금할 권리가 있는지가 근본적인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동물원이 존재하는 이유는 우선 대중을 교육하고 모든 동물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도록 하며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은 보호하기 위해서다. 동물원은 야생 동물을 무자비하게 포획해서 동물원으로 데려오는 것이 아니다. 어떨 때는 위기에 처한 동물종을 더 안전한 곳에서 살도록 하기 위해 동물을 포획한다.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이 밀렵꾼, 서식지 손실, 기아 및 육식 동물의 위협 등에서 벗어나도록 돕는다. 또 대부분의 동물원에서 인공포육 등 육종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야생에서 교미 및 번식이 어려운 동물의 번식을 돕는다.
어떤 동물원은 동물의 자연 서식지와 거의 흡사한 장소를 제공하고 동물을 잘 관리한다.
개인 소유자가 이국적인 동물을 키우다가 더 이상 돌보지 못하면 동물원이 데려와서 키운다.
실제 동물이 서식하는 장소에 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야생 동물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한편 동물원에서 동물을 키우는 것은 단순히 사람의 즐거움을 위해서가 아니다. 동물원에서는 동물의 습성을 살피고 야생 생태계를 개선하는 방법을 연구한다. 위험과 변수가 적은 환경에서 연구한 뒤 그 결과를 야생 개체군에 적용하는 것이다. 또 동물의 번식 시기와 기간 등을 알아보는 것 또한 야생 동물의 개체수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위험에 처한 동물을 잡아서 이동시키면서 동물원은 동물 취급 및 운송 경험에 대한 지식얻고 보강한다. 이런 보전 노력이 인간과 동물의 갈등을 실질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또 동물의 서식지 파괴 및 기타 문제, 증가하는 위협을 없애기 위한 지식 기반을 쌓을 수 있다.
동물원의 장점과 단점은 늘 공존할 것이다. 하지만 항상 개선의 여지는 있다. 종국에는 인간과 동물 모두 혜택을 받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동물원이 무의미한 즐거움과 유희만을 위한 장소여서는 안 된다. 동물에 대한 교육을 받고, 동물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키우는 장이 돼야 한다.
동물들이 동물원을 제 2의 고향으로 여길 수 있도록 돌봐야 하며 학대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