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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팸타임스 Mar 07. 2018

개도 자기 잘못을 뉘우칠까?

▲출처=셔터스톡

직장에서 긴 하루를 보내고 집에 도착했을 때, 당신은 문을 열고 들어가면 사랑하는 반려견이 달려나와 격렬한 환영 인사를 해주기를 기대할 것이다. 하지만 그 대신 당신을 반기는 것은 난장판이 된 집 안 모습이다. 


그리고 당신의 반려견은 커다란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죄를 지은 듯한 표정을 보이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버나드대학 개 인지학 전문가 알렉산드라 호로비츠에 따르면 그럴 때 개들이 느끼는 감정은 죄책감이 아니다. 

사실 개들이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용서를 구하는 듯한 행동을 하는 이유는 공포를 느꼈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두려움을 느낀 개들은 입술이나 코를 핥거나 하품을 한다. 


호로비츠는 2009년에 개들의 '죄지은 듯한 표정'에 대해 연구했다. 그 결과 반려견 주인들이 반려견의 표정을 마치 사람처럼 생각하고 해석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호로비츠는 "반려견을 입양하고 나면 사람들은 1주일 이내에 개의 성격, 행동, 모습 등에 대해 판단하고 해석한다. 이것은 개가 앞으로 어떤 행동을 할지 예측하기 위한 방법이다. 그러다보면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실제 반려견과 전혀 다른 존재인 유기체가 생겨난다"고 말했다. 

▲출처=셔터스톡

연구에 따르면 개가 죄를 지은 듯한 표정을 보이는 이유는 주인의 반응을 보고 주인을 달래기 위해서다.

반려견 주인은 집에 도착해서 엉망이 된 집 안을 둘러보고는 목소리를 높여 화를 낸다. 이것은 반려견에게 공포 혹은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즉, 개가 눈을 꿈뻑거리거나 하품을 하거나 코를 핥는 행동을 하는 것은 주인을 안심시키기 위한 신체 언어다. 


개의 신체 언어는 개가 실제로 나쁜 행동을 했는지 여부와는 상관이 없다. 호로비츠는 2009년 연구를 진행할 때 반려견 주인들에게 개에게 간식을 주고 방을 나서기 전에 간식을 먹지 말고 기다리라는 명령을 하도록 했다. 주인이 방을 나서면 호로비츠가 남아있는 개에게 간식을 먹으라고 권하거나 간식을 아예 치워버렸다. 그리고 주인이 다시 돌아왔을 때, 호로비츠는 실제 일어난 일과 관계없이 반려견이 간식을 먹었다, 혹은 먹지 않았다는 정보를 반려견 주인에게 알렸다. 


대부분의 반려견이 '불쌍해 보이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호로비츠의 관찰 결과, 주인이 기다리라고 했음에도 실제로 간식을 먹어버린 개보다 그렇지 않은 '결백한' 개들이 죄를 지은 듯한 표정을 짓는 경우가 더 많았다. 


곤경에서 벗어나려는 표정일 뿐 


개는 지능이 높은 편이지만 마치 사람처럼 사고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주인이 개의 잘못된 행동을 꾸짖는다 하더라도 개는 도대체 무슨 이유 때문에 주인이 화가 났는지 이해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개가 잘못된 행동을 했을 때 곧바로 주의를 줘야 하는 이유가 바로 그래서다. 

그렇지 않으면 개는 자신의 과거 행동과 주인의 분노를 연결짓지 못한다. 


대신 개들은 인간의 표정과 행동을 보고 반응한다. 예를 들어 목소리 변화, 자세의 미묘한 변화 등을 읽어내고 주인이 화를 낸다면 '복종하는 표정', '죄를 지은 듯한 표정'을 지으며 그 상황을 모면하려고 한다. 


뉴욕시립대 대학원에서 동물 행동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줄리 헤흐트는 잘못된 행동에 대해 처벌을 받은 개들이 분노를 표출하는 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출처=셔터스톡

즉, 반려견은 주인이 자신에게 왜 화를 내는지 모르기 때문에 그 상황을 혼란과 스트레스로 받아들인다. 그러다보니 불안감이 생기고, 궁극적으로 주인과의 관계가 나빠지며 불안으로 인한 문제 행동을 하게 된다. 


개들은 사건을 기억할 수 있지만 사람만큼 기억을 떠올릴 수는 없다. 사람은 누군가를 그리워할 때 그 사람과 관련된 추억을 떠올린다. 하지만 개가 소파에 앉아 주인이 집에 오기를 기다리고 있을 때 주인과의 추억을 떠올리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개도 감정이 있다 


에모리대학 신경과학자인 그레고리 번스는 개가 주인에게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보고 싶었다.

 그는 검은색 테리어 믹스견인 칼리를 입양해 MRI 촬영을 진행했다. 


반려견 주인들이 자신의 반려견이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때때로 사람들은 반려견이 그저 맛있는 음식과 따뜻한 잠자리만을 좋아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기도 한다. 어쩔 때는 주인이 반려견을 불러도 반려견이 밥그릇으로만 달려가기 바쁜 경우도 있다. 


번스는 개에게도 감정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개들은 좋아하는 일 혹은 스스로가 중요하다고 여기는 일이 발생하면 두뇌의 도파민 수용체가 활발해졌다. 이것은 인간과 똑같은 결과다. 


번스는 "과학자들은 동물들이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잘 받아들이지 못한다. 하지만 개와 함께 사는 사람들은 이것을 곧바로 이해한다. 개의 뇌에는 인간과 비슷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개는 당신이 반려견을 사랑하는 것만큼 당신을 사랑한다. 하지만 반려견이 당신의 침대에 소변을 쌌다고 해서 반려견이 그 행동을 진심으로 뉘우칠 것이라고 기대하지 말라. 조금 더 많은 사랑과 인내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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