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가 고양이보다 종이 다양한 이유는 무엇일까

국제개량형고양이브리더연합(International Progressive Cat Breeders Alliance, ICPBA)은 73개의 고양이 품종을 인정하고 국제고양이협회(International Cat Association, TICA)는 58종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반면 세계애견단체(World Canine Organization, FCI)는 개의 품종을 340종으로 나누고 있다. 품종 수만 약 5배 가량 차이가 나는 것이다. 

강아지 품종 중 닥스훈트와 웰시코기는 길다란 몸체에 짧은 다리를 지니고 있으며 휘핏과 그레이 하운드는 다리가 길고 날씬하다. 마스티프는 털이 짧으며 가슴이 발달했도 턱이 강하다. 이 견종은 90㎏까지 크는 초대형 견종이다. 반면 시추와 말티즈는 털이 길며 아담하다. 어째서 개는 이렇게 다양한 종이 생겼을까?

비정상적인 크기, 곱슬거리는 털, 꼬리 없음 또는 이상한 무늬 등 혈통의 예기치 않은 변화는 일반적으로 유전적 돌연변이였다. 그런데 인간은 이런 돌연변이를 계속 번식시켰고 결국 새로운 종으로 정착했다.

돌연변이가 발생했을 때 인간이 더 선호하는 쪽으로 귀결

고양이 품종은 지난 75년간 선별됐지만 개 품종은 지난 수백년 동안 선별돼 왔다고 미국국립보건원의 한 연구원은 말했다. 고양이와 개는 독특한 품종이 출현하기 전부터 인간과 함께 살았다. 러시아에서 발견된 고고학 증거에 따르면 개는 1만9,000년 전부터 가축화됐으며 고양이는 1만년 전부터 가축화됐다.

인간은 개와 함께 생활하면서 개가 인간이 못하는 전문작업을 수행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전 세계 각지에서 인간이 생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개를 선택적 번식에 의해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예를 들어 산악 지대에서는 목축지에서 양떼를 모는 개가 필요했다.

사람들은 재산 보호, 수색, 농장에서 무거운 짐을 들어 올리는 등 특수한 작업과 사슴, 작고 빠른 쥐 또는 오소리 등 다양한 특성을 가진 동물을 사냥하기 위해 개 품종을 만들었다. 어떤 개들이 사냥, 방범, 양치기 등에 특성을 보이면 두 종을 번식시켜 태어난 강아지들이 더 많은 작업을 수행하도록 했다.

개들이 이런 수많은 일을 하는 동안 고양이는 가정에서 한두 가지 역할을 했다. 친구가 되어주는 일과 쥐를 잡아 해충을 방제하는 일이다. 고양이는 선천적으로 모두 쥐를 잡을 수 있다. 따라서 고양이 주인들은 번식을 통해 고양이의 능력을 개발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인간의 욕심이 키운 품종 다양화의 폐해

개든 고양이든 선택적 번식의 피해는 인간이 아닌 개와 고양이에게로 돌아갔다. 선택적 육종의 단점은 개체의 다양성 감소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특정 속성에만 지나치게 매달리다 보면 번식 과정에서 종의 다양성을 잃는다.

또 다른 단점은 무분별한 번식과 근친번식 등을 통해 생겨난 유전병과 심각한 돌연변이다. 예를 들어 스코티시 폴드 종 고양이는 몸 전체의 뼈가 녹아 내리는 뼈연골형성장애에 걸리기 쉬우며, 둥근 얼굴과 납작한 코 때문에 인기가 있는 스코티시 고양이는 다낭성 신장 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스탠다드 푸들, 특히 털이 검은 스탠다드 푸들은 유전적 변형으로 인해 편평상피암에 걸리기 쉽다.

하지만 개와 고양이를 번식시키는 전문가들은 동물을 육종할 때 열성질병운반자인 동물을 피해서 번식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선택적 번식에 역점을 둔다는 이야기다. 앞으로 특정 질병에 걸리기 쉬운 형질을 희석시키는 데는 지금까지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