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참 덥다_
아! 내가 이 시대의 신선이다.
아마 신선들은 프리랜서가 아닐까?
아닌가? 정직원인데 재택근무 느낌인가?
아! 아마 기업 임원쯤 되겠다. 다만 다른 점은 물욕이 없다는 것 정도 일려나?
그럼 나는? 나는 그냥 백수 정도?
수영을 배운다.
수영장 안 물속에서 보이는 풍경이 꽤 마음에 든다.
아침마다 수영을 하러 가는데(사실은 아침은 아니다)
가서 한 시간 정도 물속에서 놀다 온다.
태어나서 처음 수영을 배워 전혀 수영 동작을 모르고 시작하다 보니 이제 고작 발차기 정도 하는데 수영장 가서 무슨 운동을 하겠는가? 그냥 물장구나 살랑살랑 치면서 물놀이나 즐기고 있다.
하지만 부모님은 내가 굉장히 열심히 수영을 하고 있는 줄 아니시니 걍 그렇다고 했다.
배영처럼 배를 하늘에 내밀고 두 팔을 휘적거리면 해파리 마냥 배영처럼 물에 뜰 수 있는데 수영을 배우기 전까지 내가 할 수 있는 수영의 다 였다.
몇 년 전에 베트남에 한 달간 연수 비슷하게 여행을 갔는데, 거기서 삼일을 휴양 마을에서 보냈었다.
그때 꽤 좋은 호텔로 야외 수영장이 있었는데, 거기서 물에 둥둥 떠서 해파리 수영을 했었다.(내가 해파리 수영이라고 이름 지었다. 떠 있는 모양이 해파리 같으니까!)
지금도 눈을 감고 그때를 생각하면 마음이 평온해진다.
하늘은 푸르렀고 구름은 하얫고 야자수가 보였다. 완벽한 조화였다.
(그 기억이 있기 전엔 가끔 창문을 깨고 바깥으로 뛰어들면 날개가 솓아나 날아다니는 상상을 하곤 했는데, 요즘은 평온함이 필요할 때 그때의 기억을 꺼낸다. 그 전은 너무 유아틱 한 상상이라 누구에게 얘기한 적이 없다.)
하얀 구름과 예쁜 하늘 그리고 청량함이 가득한 초록색 야자수 물 위에서의 시원함. 시간이 멈춰 버린 것 같은 순간 _청량이라는 단어가 딱 들어맞는!_ 내 마음에 잔상처럼 남았다. 그곳에서의 생활은 이 기억 한 순간이면 충분해진다. 내가 본 세상과 시원했던 물의 온도까지 남아있는 것 같은 기분이다.
살다 보면 즐거운 순간이든 나를 두려움에 떨게 만들었던 순간이든, 그러니까 추억이든 기억이든 어느 한 순간이 잔상처럼 우리에게 남는다.
떨쳐내려 해도 떨쳐지지 않는 잔상으로.
눈을 감고 그때의 생각을 떠올린다. 힘들 때면 그 생각을 만들어 낸다. 마음이 치유되는 기분이다.
모두들 그런 기억하나 쯤 특별하지는 않아도 따뜻했던 기억하나 쯤 마음에 남겨뒀으면 한다. 힘들 때 지칠 때 꺼내보게. 아마 살면서 다시는 그곳에 가지 못할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그 기억을 꺼내보는 한 난 언제든 그곳으로 돌아갈 수 있다.
마음에 많은 상처들도 우리에게 잔상처럼 남겨진다. 가끔 문득 원하지 않는 타이밍에 재생되기도 한다. 나의 행복했던 기억과 마찬가지로. 하지만 명심해야 할 것은 그것은 모두 지나갔다는 것이다. 너무 행복했던 그때로 돌아갈 수 없듯 우리는 너무 불행했던 그때로 돌아갈 수 없다.
그러니 그만 아픈 잔상은 너무 생생하게 기억하지 말고 그냥 스쳐 지나간 기억으로 보내주자. 가능하다면 치유도 함께하면서 말이다.
여름이다. 장마가 지나가면 친구가 말한 덥지만 청량한 여름이 올 것이다. 내가 다른 나라로 도망가지 않는 한 나는 이 더위에 익숙해져야겠지? 가만 앉아있어도 땀이 나는 더위를 이겨내고 나면, 아마 잠깐이라도 내가 너무 사랑해마지않는 가을이 올 것이다. 그리곤 그만 꺼졌으면 하는 겨울이 오겠지 싶다.
계절의 기억이 참 아련하게도 남아있어서 더워도 추워도 내가 좋아하는 계절도 전부 소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