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엔 완벽한 사람이 없어서 그다지 존경스러운 사람은 없지만 살면서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보면 꽤 그럴듯한 말들을 모으곤 한다. 그리고 나는 어떤 문장을 모으는 일을 좋아하는데, '각자의 세대엔 각자의 십자가가 있다.'라는 말을 언젠가 수집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흔히 자기의 위치가 피해자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절대 어디든 가해자는 없다. 내가 누리고 내가 살아가는 것은 그저 당연한 것이다. 내가 본 미드에서 여자 주인공은 다양성을 추구하는 기업에 취업을 하려다 본인이 다양성에 맞지 않는 백인 여성이라 그 자리를 놓쳤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다양성에 속하는 친구에게서 그런 말을 듣는다. "처음으로 우리 세상에 오게 된 걸 환영한다."
최근 공기업 취업 방에서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 지역인재는 불공평하다. 내가 공부해서 좋은 대학 갔는데 이건 역차별이다. 공기업을 준비하는 취준생에게서 나온 말이었다. 사기업은 몰라도 공기업의 맡은 임무 중 하나는 사회환원이고 지역환원이다. 지역환원.
다음은 뭐더라..? 공기업 발령에서 남성들을 오지로 보내는 문화 좀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었던가..? 그럼 그 덕에 남성들이 여성들보다 취업시장에서 유리한 지점을 점유하고 있다는 사실까지 포기할 것인지 물어보고 싶었다.
다음은 뭐더라... 여자들은 결혼하고 육아해서 안된다였던가..? 처자식 다 있는 본인의 가정을 지켜 준 게 누구 인지 물어보고 싶었던 거 같기도 하다.
나도 정말 싫어하는 꼰대들 5060 세대들. 솔직히 전부를 싸잡아 욕하는 건 정말이지 취향이 아니지만 대게 만난 5060 세대들은 노답이었다. 그래도 나는 그들의 십자가를 이해한다. 전쟁의 가난함과 정치적 자유가 없던 격동을 업은 부모 밑에서 문화적 다양성도, 해외여행도, 사상도, 어떠한 다름에도 자유롭지 못했던 시기를 건너 지금을 바로 보고 있을 그대들의 십자가 말이다.
그럼에도 내가 이해 못할 십자가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사실 잘 못 느끼겠지만 어쩌면 나도 내가 누리는 당연한 것들을 너무도 당연히 받아들이니까. 그러니 우리 자기가 누리는 것에 감사는 못하더라도 누군가의 십자가에 대못은 좀 박지 말자. 뭐든 하는 것보다 안 하는 게 쉽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