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글이 쓰고 싶었는데 그냥 컴퓨터를 켜고 싶었는데 오늘따라 업데이트된다면서 방해물이 많네.
올해가 다 간다. 올해 나는 뭘 했는지 읽은 책도 별로 없고, 본 영화도 별로 없는데. 풀었던 문제집도 점수가 그냥저냥이다.
다행히 영원이었던 통장에 공 몇 개는 쌓았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근데 그 영 개수론 차를 살수도 집을 살 수도 없다. 고작 일 년 반 그거 했다고 내가 얼마나 생색을 내는지. 나도 알고 있다. 다만 이 의미도 없고 재미도 없는 일을 계속 반복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잠깐 위기감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꽤 어렸을 때는 꿈이 없는 게 너무 싫었는데 사실 나는 그 사실마저 빨리 받아들였다. 눈에 띄는 재능이 없다는 것도, 사실 내 인생 따위 특별하지 않고 평범한 회색이라는 사실도 남들 보다 어쩌면 빨리 받아들였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런 것에 크게 연연하지 않았다.
그게 내 장점이자 단점인 것도 알고 있다. 뭐든 빨리 받아들인다는 건 포기도 그만큼 빠르다는 것이고 그다지 원망도 후회도 하지 않는 것이니까. 나는 단순해서 현재가 제일 중요하다. 뭐 쿨하다는 건 아니고 그냥 좀 단순한 거. 물론 나도 근본적인 상처는 결국엔 치료되지 않았지만 그런 거 말고는 꽤나 집착하는 부분이 없기도 하다. 아니다 사람에게 집착하지 않는 거지 어쩌면 물건에 대한 집착은 남들보다 심할지도 모르겠다. 내 물건에 대한 집착. 사람은 변하고 사람을 변하게 하는 것은 내가 아니라는 것을 안 때부터인가, 내가 원한다고 이루어질 수 없는 일들은 그저 두자고 마음먹은부터인가. 그것도 아니면 그냥 나는 그런 사람인가.
글쎄. 나를 알아가는 게 세상을 알아가는 것만큼 어렵다. 내 몸이 너무 많은 유기체로 이루어져서 내 의지가 내 마음 구석구석 닿지 않아서 그런가. 오늘도 별 볼 일 없는 일들에 물음표를 던진다. 사실 답을 찾기 위해 던지는 물음표는 아닐지도 모르겠다. 그냥 품고 있는 질문일 뿐이지.
올해가 다 간다. 올해도 찾지 못한 답뿐이다. 올해도 나는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 완벽히 실패다. 그런데 어쩌면 가장 의미 있는 한해였을지도 모른다 오늘의 의미는 오늘의 내가 찾는 게 아니지 않은가. 내일의 내가 찾겠지.
앞에도 말했듯이 나는 포기가 빠르다. 정답을 찾지 않아도 증명하지 않아도 풀리지 않은 문제만 잔뜩 던져놔도 그저 그런가 보다 할 뿐이다. 내가 풀 문제들의 정답은 없을뿐더러 어차피 나는 정답을 찾지 못할 거란 걸 잘 안다. 그저 좀 더 나은 선택을 한 한 해가 되었길 바랄 뿐이다. 꿈 따위, 재능 따위, 회색 따위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그런 건 그저 그런 거다. 잠깐 뒤돌아 보는 그 정도. 어차피 나는 매일 적당히 적당히 내 기준에서 하루를 채워 나갈 거다. 안타깝게도 그게 누군가에게 인정받지 못할 대충일지도 모르겠다만, 그런 것 따위 알게 뭐람. 내가 지금 글을 쓰는데, 내가 지금 살아있는데 때때로 기쁘고 때때로 희망찬데. 정답 따위, 인정 따위, 꿈 따위. 오늘이 간다. 그까지 일 년 그까지 몇 년 그까짓 인생 따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