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방대한 도서관을 보유한 일곱 살짜리 아이 1
"챗GPT와 소라 활용법을 공부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작가지망생 4컷 만화를 그려줄 수 있어?"
이 정도면 별로 어렵지 않은 미션이라고 생각했다.
AI가 네 컷 만화도 그려준다며 떠들썩했던 적이 있으니, 나도 써먹어 봐야지. 암.
그런데 그 결과물은.
"챗지피티와 소라 활용법을 공부해 위해"
"고군분투"
결과물을 보고는 소리 내어 웃지 않을 수 없었다.
담고 싶은 메시지가 모두 말풍선, 그러니까 독백으로 표현됐다.
소라는 챗GPT가 제공하는 이미지 생성 툴인데, 아마 두 번째 컷에서 작가지망생 머리 위로 떠오른 노트로 형상화돼 버리고야 말았겠지.
네 컷에 담길 대화를 미리 짜 달라고 부탁한 뒤 넣거나, 혹은 내가 직접 써 줬으면 훨씬 나았을 성싶다.
사람들이 지적하는 사람 손가락 수나 한글 표현이 서툰 것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차근차근 익숙해져서 챗지를 지배하리. 고군분투!
그건 그렇다 치고, 글을 노트에도 쓰고 노트북에도 쓰는 건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글을 쓰는 일을 하면서도, 혹은 내 글을 끼적이면서도 가장 고민이 되는 부분은 '이미지'였다.
요즘 사람들은 도통 글을 읽으려 하지 않고(분하다) 눈으로 보려고만 한다.
그렇다면 시각 자료로 눈길이라도 우선 붙들어 매야 하는데, 최근에는 AI가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듯하다.
브런치에도 자주 보인다.
AI는 정감 가는 동글동글한 그림체와 선명한 컬러 조합으로 작가님들의 고민을 폭닥 덮어 주는 똘똘한 도구다.
문피아에서 활동하는 요즘 작가들 역시 AI를 활용한 이미지를 넣고 있다.
(독인지, 득인지는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
유료로 전환되는 시점에서 일러스트 작가와 계약을 체결해 표지를 그리는데, 이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만 겨우 파악했다.
우선은 AI에 익숙해지고 나서야 활용할지 말지도 고민해 볼 일이다.
그래서 한동안은 이런저런 연습을 하던 차라, 즉흥적으로 챗지에게 부탁해 본 것이었는데...
이번만큼은 도구 활용에 미숙한 내 탓을 하는 것으로 마무리하기로 한다.
(유료 버전이라는 신선한 매력을 발산하는 친구를 쓰고 있는 분이 있다면 후기를 듣고 싶다.)
처음에는 브런치매거진 대신 브런치북으로 엮고 싶었으나 마음을 바꾼 것도 모두 AI 때문이었다.
브런치북에 쓸 표지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이런저런 명령어를 마구 쏟아보았으나, 결과는 처참했다.
이래서는 매 회차마다 표지가 바뀌는 매거진이 낫지. 그럼.
조금 더 연습하고, 조금 더 돈을 발라 봐야겠다고 생각하며.
챗지가 작업한, 미완성으로 남았으나 결과물이고, 그래서 쓰이지 못한, 참으로 볼썽사나운 내 브런치북 표지들을 아래에 살짝 맛보기로만 공개해 보기로 한다.
왼쪽 첫 번째가 맨 처음 생성한 이미지.
동생에게 보여주니 챗GPT 본인이 돋보일 수 있도록 로고를 빛나게 잘 표현했다고 알려줬다.
챗지, 요 대단한 녀석.
일렬로 늘어선 구긴 종이와 옆으로 놓은 노트북과 왼손으로 글씨를 쓰는 작가 지망생이 인상적이다.
(눈치챘겠지만, 네컷 만화와 똑같다.)
가운데 이미지는 추가 수정을 네 번 더 요청해서 얻은 것.
갑자기 작가 지망생이 쥐가 됐다.
여전히 챗GPT 로고는 빛나고, 노트북 위에 펜으로 글을 쓰고 있다.
맨 오른쪽 이미지는 일곱 번째 수정안.
여전히 왼손으로 글을 쓰면서 오른손으로는 타이핑을 하고 있다.
(나도 저런 능력을 갖고 싶다.)
총 12개를 그렸으나 모두 아웃.
우리는 그냥 이 주문이나 같이 외우자, 챗지야.
내일도 고군분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