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일로 챗GPT가 한 건 해냄
"독자들이 자신을 투영해야 하기에, 주인공은 당연히 매력적이고 남달라야 한다.
비록 태생이 못났더라도 어떤 계기를 통해 다른 사람에게는 없는 특별한 능력을 얻어야만 한다."
웹소설 주인공은 언제나 뛰어나고 특별하다.
물론 도입부에서 잠깐 약체, 찌질이로 그려질 수 있다.
그렇다고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을 하자마자 밤고구마를 왕창 먹여서는 안 된다.
답답한 현실에서 벗어나 활개를 치고 다니는 웹소설 주인공에게 빙의하려 했더니 고구마라,
뒤로 가기 버튼을 강하게 연타하는 독자들이 눈에 선하다.
(웹소설 작가들이 쓴 웹소설 작법서를 몇 권 봤더니 말투를 옮아 버렸다.)
인용구는 이하 책 <나도 웹소설 한번 써볼까?>에서 가져왔다.
누구나 좋아하는 주인공 스타일이 있다.
그런 주인공이 나오는 책이나 영화라면 언제든 읽고 보고 싶어진다.
나는 일찍 무언가를 깨달아 조숙해 보이지만, 결국에는 지질한 철딱서니에 불과한 주인공을 사랑한다.
로맹 가리 <자기 앞의 생>, J. M. 바스콘셀로스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나쓰메 소세키 <도련님> 등등.
(아마 내가 바로 그 지질한 아이이기 때문인 듯하다.)
아직 덜 익은 주장과 사상을 당당히 펼치는, 그래서 우습지만 귀여운 꼬맹이들.
만약 내가 소설을 써야 한다면 이런 주인공을 쓰려 들 거다.
웹소설은 다르다.
<전지적 독자 시점> 주인공 '독자'는 잠깐 잘 안 나가는 직장인이었다.
도입부를 지나치면 곧바로 레벨업을 쭉쭉 달성하며 온갖 아이템을 획득하고 리더로서 기세를 잡는다.
<계속 써도 돈이 쌓임> 주인공은 부모님 등골 브레이커이자 게임 잘하는 방구석 여포였다.
이도 잠깐, 취업하자마자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팀장을 달고 회삿돈을 눈덩이처럼 불려 낸다.
현실감 따위는 집어치우는 편이 낫다.
요즘은 특히나 주인공이 성장하는 속도가 더딘 것을 견디지 못하게 된 듯하다.
<종말의 뱀이 되었다>만 조금 다르다.
실뱀처럼 조그마한 몸으로 태어난 주인공은 야금야금 진화한다.
이 야금야금에도 독자가 재촉하지 않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고구마가 듬성듬성 끼워져 있는데, 또 홀짝일 만큼 사이다를 잽싸게 같이 내미는 식.
또 지루하지 않을 만큼 은은한 농담이 깔려 있다.
나는 웹소설이라는 국밥과 김밥을 말면서도 독자적인(전독시 그 독자 아님) 말이 기법을 살려야만 하겠다.
그게 캐릭터를 그리는 방식이든, 캐릭터 움직임을 그리는 방식이든.
주인공 캐릭터는 이미 어느 정도 구상해 뒀지만 AI는 어떻게 그려낼지 궁금하다.
위는 챗GPT, 아래는 제미나이가 제안한 캐릭터 설정.
(강력한 스포를 피하기 위해, 적당히 생략했다.)
챗GPT
� 성장 서사 버전 캐릭터 구도
1. 주인공
출발점: 아무 경제 활동도 못 하는 ‘무능자’.
성장 과정: 생존을 위해 힘을 깨닫는다 → 2) 능력 운용을 훈련한다 → 3) 다른 인물들을 지배하거나 구원한다 → 4) 세계의 판도를 바꾸는 상징이 된다.
제미나이
주인공 캐릭터: '정밀한 응시자'
...따라서 주인공은 남다른 '시선' 능력을 가진 인물이면 좋겠네요.
이름: 라이너스 (Līnus), '아마포'라는 뜻으로, 꼼꼼하고 섬세한 직물을 짜는 사람처럼 정교한 시선을 가졌다는 의미.
능력: 평범한 사람들보다 훨씬 '정밀한 응시' 능력을 가졌습니다. 일반적인 안구 움직임이 100 단위의 가치를 생산한다면, 라이너스는 1 단위의 미세한 움직임까지 포착하여 수천, 수만 배의 가치를 창출하는 '정밀 응시자'입니다.
AI가 미션을 수행해 주는 답변은, 그대로 도입하기는 어려울 수 있겠지만 제법 그럴싸한 면이 있다.
특히 '창작'이라는 부분에서만큼은 상상력을 무한 증식할 만한 실마리를 붙들 수 있게 한다고 해야 하나.
구단 리에처럼(궁금하면 아래 이전 글 클릭) 소설이 어떻게 흐르게 할지 이미 잡아 놓은 상태에서
원하는 답변을 내놓을 때까지 AI를 채근하려 들지만 않는다면,
AI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는 도구로 꽤 쓸 만하지 싶다(아직까지는).
내일은 조연 인물과 세계관을 다듬어 봐야겠다.
고군분투!
이미지 캡션 문제 답:
왼쪽 제미나이, 오른쪽 챗GPT.
문제 하나 더.
제미나이가 의도한 웹소설 원래 제목은 무엇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