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03. 앞으로는 더 행복할 거고요.
지인을 만나면 비슷한 질문을 받는다.
"결혼 생활 아직도 좋아?"
여전히 너무 좋다고 대답하면 대게 아래와 같은 반응이다.
"너무 보기 좋아" "좋겠다, 부러워."
"아직 신혼이니까" "7년 후에도 좋으면 인정!"
신혼이기에 행복한 것도 있겠지만, 말을 예쁘게 하는 그에게 나는 많이 웃으며 삶의 지혜를 배운다.
요리를 제외한 집안 살림을 그가 담당하고 있다. 고마운 마음에 새벽 출근하는 그에게 어떻게든 아침밥을 챙겨주려고 한다. 가끔 아침에 일어나기 너무 힘든 날은 그냥 자버리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자책하는 나에게 그가 말한다.
"방장, 아침밥 얻어먹으려고 결혼한 거 아니야, 아침 안 해줘도 돼, 아침밥이 네 의무가 아니야, 피곤하면 자! 나 정말 괜찮아. 아침 때문에 네가 스트레스 안 받았으면 좋겠어."
예쁜 말 하는 그에게 맛있는 밥 해주고 싶은 욕구가 날이 갈수록 강해진다.
시간이 되면 가끔 나도 빨래를 돌리거나 설거지를 한다. 그럼 그는 어김없이 나에게 고맙다고 한다. 고마움을 말하는 그에게 내가 더 고맙다.
며칠간 출장 다녀온 그. 내 눈에 보이지 않던 바닥 먼지들이 어떻게 그의 눈에는 그렇게 잘 보이는지. 짐 내리자마자 청소기부터 잡는 그. "방장, 바닥에 먼지가 있으면 청소기 돌려야지~라~고~ 잔소리하는 남편보다는 직접 청소하는 남편이 돼야지!!" 그의 말에 배 끌어 잡고 웃으면서도 뇌리에서는 그가 출장 가면 바닥 한 번씩 봐야겠다고 다짐한다.
어느 날부턴가 퇴근하고 집으로 들어오면 현관에 벗어놓은 나의 신발을 정리하고 들어오는 그를 발견했다. "앗, 내일부터 내가 신발을 잘 벗어놓았는지 확인할게!"
"아니야, 방장, 나 이런 건 스트레스 안 받아, 너 하던 데로 해! 이런 건 노력 안 해도 돼! 스트레스받지 말고!"
어쩜 말을 저렇게 할 수 있을까? 신발 벗을 때 생각나면 한 번씩 내 신발을 확인한다. 스트레스보다는 따뜻한 기분이 떠오른다.
화장실에서 진지한 표정으로 나오는 그.
"방장, 너 많이 건강하구나! 변색깔 보니까 우리 방장 참 건강하더라!"
"앗, 내가 또 물 안 내렸어? 미안해..."
"아니야, 그럴 수 있지, 네 건강 확인해서 좋다야!"
짜증 날 수 있는 상황에서도 그의 유머로 우리는 함께 웃는다.
요즘 운전을 많이 하기 시작하면서 한 달 사이에 견인을 두 번 했다. 큰 사고는 아니다. 주차장에서 한 번은 앞타이어 펑크내서, 두 번째는 사이드 미러 벽에 박아서... 흔한 일이라고 그럴 수 있다고, 자책하지 말라는 그. 무엇이 중요한지 너무 잘 알고 있고 몸소 배워주는 그가 지혜롭다는 생각이 든다.
그와의 결혼생활 만족도는 높다. 그를 생각하면 나도 모르게 웃음부터 나고 따뜻한 감정이 솟아오른다. 곰보다 여우가 낫다고, 여우 같은 그가 곰 같은 나를 참 잘 다룬다는 생각도 가끔 한다.
행복한 부부 관계를 위해 우리 부부가 노력하는 것이 있다면,
1. 문자는 존댓말로 한다. 감정 상 할 일이 없다.
2. 매일 사랑한다는 말을 한다. 감정 표현을 많이 한다.
3. 매일 서로 껴안기.. 등 가벼운 스킨십을 한다.
(싸우지 않지만, 가끔 서로 힘 겨루기 할 때가 있는데, 그때도 변함없이 123번을 매일 한다.)
4. 혼자만의 시간을 갖되 서로 비밀이 없다. 다름을 인정하려고 각자 노력한다.
5. 주기적으로 데이트하려고 노력한다.
매일 습관적으로 하는 언행의 힘은 크다. 결혼 전 배우자의 할아버지를 하늘나라로 보내면서, 내가 창업하고 폐업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여러 감정적, 경제적 어려움을 함께 해결해 나갔다. 어려움이 찾아올 때 더 단단해지기도 하지만, 그것만큼 막강한 힘을 가진 것이 일상에서 쌓이는 습관적 언행이다.
그래서 아직은 결혼생활이 행복하다. 그리고 매일 적립하는 것과 같이 우리의 결혼생활은 앞으로 더 행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