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가세 신고하는 7월.
돈, 회계 관련 단어만 나오면 머리가 하얗게 되는 기분이 든다. 친하게 지내려고 노력 중이다.
마침 부가세 신고 상황이 궁금했는데 아침에 전화 주신 외식업협회 담당자.
그분의 의도와 목표가 무엇이든 상관없이 "싹싹한" 아저씨다.
웃는 얼굴로 말을 알아듣기 쉬운 언어로 잘 설명해 주는 50대 아저씨.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든 편하게 연락 달라고 하신다.
전화로 궁금증이 해소가 안되면 사무실 방문하면 데이터를 보여주면서 설명해 줄 수 있다고 한다.
오늘 마침 시간이 되어서 간다고 했다.
"아무것도 사지 말고 꼭 빈손으로 오세요. (김영란법과 같은 법이 새로 생겼나? 갑자기 무슨 말이지?) 커피 같은 것, 아아 같은 것 사지 말아요."(아... 역시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야 한다.)
"사무실에 혹시 몇 분 계세요?"
"그럼 아아 한잔만요."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자그마한 케이크도 함께 포장해서 사무실 방문했다.
담당자는 세금 관련, 종합소득 관련, 직원 4대 보험 및 계약서 작성 관련 꼼꼼하게 알려주었다.
기분 좋은 에피소드라고 생각했다. 사업주 입장에서 고민하고 문제 해결 해주려는 게 느껴져서일까?
비가 며칠 동안 오다가 오랜만에 개인 오늘의 날씨와 같이, 담당자 덕분에 세상은 또 살만하구나 하는 좋은 기분으로 다음 일정을 보는데 엄마로부터 너무 화가 난다고 전화가 걸려왔다.
엄마는 11월 말까지 분식집 운영하고 정리를 앞두고 있다. 임대인과는 언니동생으로 지낸다.
11월 말 이후 임대인이 직접 분식집을 운영할 예정이다. 아무 권리금 없이 계약 2년 만기여서 여러 이유로 그만두기로 한 것이다. 분식집에서 일하고 있는 이모들은 그대로 임대인과 일할 예정이다.
지난주부터 임대인이 엄마에게 전화 와서는 감자탕을 포장해서 분식집 이모들에게 갖다 주었으니 대신 김밥 6줄이랑 떡볶이 포장해 가겠다고 했다. 그렇게 하라고 엄마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러자 다음 날은 또 백반을 포장해서 갈 것이니 대신 돈가스 챙겨달라고 했다. 그리고 오늘 전화 와서는 닭볶음탕 갖다 줄 것이니 냉면 6개 챙겨 가겠다고 한다. 먹는 걸로 장난치는 것, 치사하게 구는 것을 싫어하는 엄마는 화가 나면서도 그렇게 하라고 했다. 이건 먹는 것으로 장난치는 문제가 아닌데.. 임대인의 나쁜 심보가 너무 보이는대도 말이다. 덩달아 나도 화가 났다. 해소할 수 없는 기분을 엄마는 나에게 얘기함으로 털어내고 나는 글로 털어내는 중이다.
강남깍쟁이,라는 단어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화가 나서 잠깐 나쁜 마음을 먹는다. 11월 말 사업자만 폐업하고 영업신고증은 폐업하지 않을까? 한 위치에 영업신고증 하나만 허락한다. 폐업해야만 다음 사업주가 영업신고하고 장사할 수 있다. 나쁜 마음먹다가도, 남 엿 먹이는 일 하고 엄마나 나나 밤에 잠이 올 사람들이 아니다. 다만 빨리 이 관계를 끝내고 싶을 뿐이다. 그러다 문득, 심보를 나쁘게 먹는 사람은 밤에 잠을 잘 자니까 더 사악한 게 아닐까? 싶은 생각도 잠깐 하게 된다.
솔직하게 커피 사달라는 담당자는 내게 좋은 사람으로 느껴지고, 물물교환하고자 하는 임대인은 사악한 사람으로 느껴지는 하루다. 세상은 다양한 사람으로 균형을 이뤄가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양심이 있는 사람이 양심 없는 사람보다 딱 한 명이 많기를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