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로마 일기

마음을 비우고 마지막 로마를 즐기고 싶은 마음으로

by 방장

착하고 무지하면 답이 없다.

내가 그렇다.

답이 없는 나를, 답이 없는 상황을 마주하고 있는 이태리에서의 마지막 하루,

드디어, 드디어 내일 집으로 향한다.


왕복 16일이 되는 이번 이태리 여행은... 불평과 불만, 그리고 불쾌함으로 가득 찬 여행이다.

아마 함께 한 모든 사람들이 다시는 같이 여행하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었을 것이다.

매일밤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들으며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그럼에도 무지한 한낱 인간에 불과한 나는 매일 불쾌했다.


어르신들을 모시고 온 이태리여행이다.

아버지와 좋은 추억을 쌓고 싶었다.

좋은 추억 대신 매일 불평불만을 함께 쌓았다.


처음부터 문제가 된 것은 숙소였다.

그리고 숙소 및 전체 일정을 예약한 동생 A의 태도가 우리를 불쾌하게 했다.

A도 처음이라 그럴 수 있지...라는 말로는 도저히 모든 상황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법륜스님이 이해가 사랑이라고 하신다.

나는 동생 A를 사랑하지 않는다.


렌터카를 정말 작은 걸로 빌린 것부터.. 당일 가서 환불도 안 되고 변경하는 것도 안되어 돈을 날리고,

한 차량당 성인 넷 캐리어 넷이면 당연히 큰 차를 빌릴 생각을 왜 못 했을까?부터 시작해서...

A와 A의 엄마(내게는 이모), A의 친동생 a부부,

나와 배우자, 나의 아버지, 그리고 또 다른 이모부가 함께하는,

총 8명의 여정이다.


이번 여행을 시작하게 된 건 a부부의 이태리 결혼식이었다. a의 아내분이 이태리분이다.

나와 배우자가 여행겸 결혼식에 동참하기로 했고, 우리 여섯 명의 숙소를 우리가 찾아서 공유했다.

가장 저렴하고 깨끗하고 2인 1실 기준으로 찾아서 보냈지만 젊은 현지인 기준 너무 비싸서

전부 다시 예약했다. 현지인이 그렇다는데,, 그러려니 하고 신경을 껐다.


숙소를 모두 예약하고 아버지가 추가되어서 숙소를 추가 예약했고, 이모부가 추가되어 예약을 또 추가했던 것이다.

쉽지 않은 상황을 파워 J인 A가 받아들이기에는 많이 힘들었겠다 싶다.


지금 생각하면 신경을 끄고 따라가기로만 했던 게 가장 큰 잘못이었다.

불평도 불만도, 불쾌도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각출로 여행하는 것이지만, 계획에 있어서 나와 배우자는 참여를 하지 않았으니,

힘들게 배낭여행하고자 하는 A의 여정을 비난할 수도 없을 노릇이었다.

호텔이 아닌 민박집을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너무 더럽거나, 프라이버시가 하나도 없는 수준인 숙소였다.

8명이 하나의 화장실을 쓴다거나...

이틀에 한 번씩 움직이는 여행지, 숙소는 점점 좋아지는 것 같지만, 점점 여행지랑 벗어나는 곳으로 향하고 있다.

그러다 렌터카도 반납한 로마에서, 우리는 로마 시내로 가려면 교통수단으로도 1시간 반을 가야 한다.

렌터카 이슈로 결론적으로 새로 렌트한 차량과 a의 아내 차량으로 움직였던 여정이었다.


A의 가족과 여행하는 스타일이 너무 달랐다.

모든 여행지를 돌아보고 싶고 끼니가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A 가족과,

이왕 돈을 쓰고 멀리 여행 온 거 힘들지 않게,

여유를 갖고 느긋하게 움직이고 잘 쉬고 잘 먹는 게 중요했던 나머지 가족.


여정 내내 부딪쳤다.

기분은 상할 때로 상했지만 다들 참고 있는 눈치다.

어떻게든 "훈훈"한 마무리 하려고,

그리고 다시는 함께 하지 않을 마음과 함께.


착하고 무지한 내가 화가 나는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A가 나를 호구로 보나?

왜 나의 배우자를 짐꾼 부리듯이 하지?

왜 나의 아버지에게 잔소리하지?

왜 어른들이 자기에게 맞추고 따라오기를 당연하게 생각했을까?

A의 가족은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 나머지 가족 모두 A의 독재에 기분이 상한 체로 여행하고 있었다.

여행하는 내내 우리는 당장이라도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기분이 계속 들었다. 매일매일..


여행의 리더로서 책임감과 사람들의 정서를 고려하지 않은 A가 너무 답답했다.

A는 자기가 원래부터 사람들의 감정이 어렵고,

문제해결에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고 자기도 처음이라는 말만 반복한다.

그리고 예산을 아끼려고 한다고 했다.

대체 누구를 위해 아끼는 예산인가? 그 기준이 무엇인가?

모든 정보를 한 번도 공유받지 못했으니 당황했을 사람들은 생각했던 걸까?


착한 내가 무지한 게 잘못이었다.

나에게 경계선이 없었기에,

나의 배우자에게도, 나의 아버지에게도 더 경계선이 없었던 게 아닐까? 반성한다.


여행하는 내내 한국에 돌아가면 함께 자라 온 A와 거리를 둬야겠다는 마음이 생긴다.

새로운 이슈는 있을 수 있다, 이슈를 대하는 A의 태도가 나를 단호해지게 만든다.


함께 자라온 정 때문에 흐렸던 나의 경계선을

이번 이태리 여정에서 선명하게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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