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고령 산모 일기
아침 일찍 일어나 명상하고 가벼운 스트레칭하고 건강한 아침을 차린다.
출근하기 전에 가벼운 독서도 하고 커피 한 잔의 여유도 가진다.
상쾌한 출근길에 라디오 들으며 운전한다.
유능감 뿜뿜한 컨디션으로 일을 처리해 나간다.
허기진 기분이 들면서 점심시간을 맞는다.
동료들과 맛있는 점심 먹고 티타임 갖다가 다시 오후 업무에 집중한다.
그렇게 하루 일과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와서
사랑하는 배우자와 맛있는 저녁을 먹고 오붓한 저녁시간을 갖는다.
이게 내가 상상했던 30대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지루해서 퇴사하고 창업했었지만 이제 와서 저런 상상을..
그 기세는 어디 가고.. 카페 말아먹으면서 기세도 함께 말아먹었나 보다.
임신하고 나니까 호르몬이 더 미쳐 날뛰는 것 같다.
사소한 일에도 서운하고 눈물이 난다.
내가 이것밖에 못 살아내면서 감히 새로운 생명을 맞이할 자격이나 될까? 싶은 생각도 종종 든다.
아이가 이제는 엄마의 기분을 느낀다고 했다.
어제는 아이에게 슬픔이라는 감정을 가르쳤다.
오늘은 좌절의 감정을 가르칠 차례인가?
나도 매일 기쁘고 행복한 감정을 알려주고 싶지만 맘처럼 잘 안 된다.
임신, 경력단절이라는 단어들을 너무 쉽게 생각했다.
하면 되지, 뭐가 그렇게 힘들겠어, 다 생각하기 나름이고 각자 행동하기 나름이지...
이런 생각했던 지난날 나를 한 대 치고 싶다.
12주가 지나도 멈추지 않은 구토에,
임신하기 전부터 넣었던 이력서들..
명문대 대학원까지 졸업해서, 그 타격감이 더 한 것 같다.
프리랜서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집 지킴이.
아직은 아줌마가 될 준비가 되지 않았지만 나는 그냥 집 지킴이 아줌마.
그러다 보니까 가족 여기저기 심부름에 끌려 다닌다.
임산부를 꼭 그렇게 시켜 먹어야겠나? 싶다가도.. 오죽하면..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러다 우연히 퇴근길 전철을 타게 된 이번 주 수요일,
너무 힘들고 졸리고, 제발 임산부 석 비워졌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줄을 서서 사람들과 전철을 탔다.
이미 서있는 사람도 많아서 기대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비어있는 핑크색 한 자리.
너무 감사해서 울컥했다.
다시, 살만한 세상이구나 싶은 마음.
내가 준비가 되지 않았지만,
세상은 아주 조금씩 새로운 생명을 맞이해 주는 준비가 된 것 같아서 위로가 되었다.
글쓰기도, 의욕도 상실된 시간들 속에서 끄적끄적 적어본다.
아주 조금이라도 의욕을 끌어올리고 조금 더 준비된 엄마가 되어보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