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부른 고민

Ai가 정리해 준 나의 임신초기

by 방장

임신이다.

산뜻하고 싶었다. 빛나는 얼굴, 부드러운 하루, 몸도 마음도 조심스럽게 돌보는 나를 상상했다.

임신이라는 단어가 주는 이미지처럼, 삶도 조금은 맑아질 줄 알았다.


그런데 현실의 나는 전혀 다르다.

집에 있다. 쉬고 있다. 그런데 쉬는 것 같지가 않다. 하루 대부분을 침대와 소파 사이에서 흘려보내고, 손에는 늘 영상이 들려 있다. 머리는 멍하고, 몸은 무겁다. 누워 있으면서도 스스로를 방치하고 있는 기분이 든다. 산뜻함과는 거리가 먼, 폐인처럼 살고 있는 나.


이게 더 괴로운 이유는 ‘임신인데 왜 이러지?’라는 생각 때문이다.

보통은 이 시기를 소중히 여기고, 기록하고, 몸을 정성껏 다룬다고들 말한다. 그런데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시간을 흘려보낸다. 그러다 문득 거울을 보면, 받아들이기 힘든 얼굴과 태도가 나를 바라본다. 임신을 잘 못 해내고 있는 사람 같아서, 나 자신이 더 낯설어진다.


좋은 생각을 하려고 노력한다.

내 몸은 지금 새로운 생명을 키우느라 이미 가장 큰 일을 하고 있다. 겉으로 보기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 같아도, 안에서는 매 순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에너지가 바닥난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실제로 에너지가 다른 곳으로 쓰이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감정은 쉽게 설득되지 않는다.

“괜찮다”는 말은 머리에서 맴돌 뿐, 마음까지 내려오지 않는다. 산뜻하고 싶었던 기대와, 축 늘어진 현실 사이의 간극이 나를 더 초라하게 만든다. 임신한 나를 사랑해야 할 것 같은데, 지금의 나는 그 모습이 잘 보이지 않는다.


어쩌면 임신을 산뜻하게 하지 못해도 괜찮다.

빛나지 않아도, 생산적이지 않아도, 하루를 멍하게 흘려보내도, 이 또한 임신의 한 얼굴이라고. 지금의 나는 무너진 게 아니라,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살아내고 있는 중이라고.


언젠가 이 시간을 돌아보면,

“아, 그때 나는 정말 열심히 아무것도 못 하고 있었구나” 하고 말할 수 있기를.

그 말이 자책이 아니라, 이해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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