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

임신 14주 1일

by 방장

2022년 카페 개업하는 동시에 혼인신고를 했다.

장사가 계속 적자 나자 외할머니가 점을 봐주셨다.

한 해에 큰 일을 두 가지 한 번에 해서 그렇단다.

당시 위축된 나는 운영 실패의 이유를 검토하기보다는 과학적이지 않은 그 말을 위로 삼았다.

결혼생활은 만족스럽고 행복했으니까.

카페 운영이 힘든 만큼 원룸에서는 따뜻한 포옹과 위로를 하는 배우자가 있었으니.


그리고 지금도 같은 마음으로 스스로를 달랜다.

임신을 했으니까, 아이를 낳는 일은 큰 일이니, 올해는 뭘 해도 안 되겠구나.

그래, 모든 좋은 기운을 아이에게 몰아넣자,

그리고 내 욕심은 내려놓자.

조금 대충 살면 어떤가...

나태한 기분이 들면서 불안함이 슬며시 스며든다.

정말 이대로 괜찮을까?


모든 결과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올해는 나의 불안한 마음을 달래고자 매일 최소한 한 장이라도 다시 책을 읽기 시작했다.

목적과 결론은 하나도 정하지 말고, 마음먹고 할 수 있는 소소한 일을 하면서

지금 사는 삶의 가치를 만들어내고 싶다.


매일 스스로에게 세뇌한다.


매일매일 일과 돈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고,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먹을 수 있을까? 식단에 대해,

어떻게 하면 아이를 건강하게 낳을 수 있을까? 내가 할 수 있는 운동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스스로를 위로한다.


이럴 땐 신앙이 있으면 참 좋을 텐데..

작년 10월 여행 가기 전까지 매일 성경 한 페이지씩 읽었다.

물론 무슨 뜻인지도 모르지만 그냥 읽었다.

그러다 여행하면서 법륜스님의 영상을 우연히 접하게 되면서 불교에 대한 관심이 생기고,

사주팔자를 믿고 점사를 믿는 내가 어쩌면 불교랑 더 맞지 않을까 싶은 생각에

돌아와서는 성경책을 테이블에서 치워버렸다.

그럼에도 감사한 일이 생기면

하나님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마음속으로 읊고 이어서 관세음보살...이라고 읊는다.

아이가 뚝심이 없는 이런 나를 닮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래서 요즘은 아침에 명상하는 시간을 가진다.

눈을 감고 그저 감사한 일에 대해 생각하고 읊는다.

감사한 생각을 하니까 소름이 돋고 울컥했다.

나는 축복받은 사람이구나 싶은 기분으로 오늘 하루를 시작했다.


오늘은 다시 식단에 대해 공부할 힘이 생겼고

앞으로 한 주 식단을 정리하고 장이나 보러 갈까 한다.

오늘의 에너지는 딱 여기까지.

건강하게 먹다 보면 운동할 의욕도 생기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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