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문
거의 매일 문자 오는 친구 D가 있다.
D의 문자 소리만 울려도 한숨부터 나온다.
이번에는 또 어떤 푸념일까?
D는 박사과정 졸업하고 명문 대학교 정직원 강사로 일하고 있다.
매일 학교에 대해, 조직사회 인간관계에 대한 불평불만을 늘어놓는다.
첫 일 년은 그래도 열심히 들었다.
함께 머리 맞대고 해결책도 고민하고
벌써 삼 년째 비슷한 이야기를 듣고 있다.
IQ, EQ가 높은 D는 해결책이 필요한 게 아니었다.
소통함으로써 자기의 불편함을 해소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 D가 부럽다. 나는 진로가 고민인데...
정말 친한 또 다른 친구 K는 작년 연말에 본부장으로 승진했다.
K도 IQ, EQ가 높은 친구다.
그동안 얼마나 마음 고생했는지 알고 있었기에
K의 승진이 너무 통쾌하고 기분이 좋았다.
한편으로 K가 부러웠다. 나도 직장생활 계속했으면...
(이하 못난 생각 생략)
고등학교부터 친하게 지낸 H는 일찍이 결혼하고 아이도 있다.
세 식구가 큰 아파트 단지에서 단란하게 잘 살고 있다.
가끔 같이 돈 걱정도 하지만 H도 나는 부럽다.
임신하니 아파트 살고 싶은 욕구가 크다.
지금 살고 있는 오피스텔은 아이 키우기 마땅한 곳은 아니다.
주변이 먹자골목이라 차도 많고 1층에는 늘 담배 피우는 사람이 있다.
함께 자란 사촌 언니는 중국에서 치과의사로 승승장구하면서
가끔 영상통화로 재벌 시댁의 칭찬 같은 흉을 본다.
다른 결의 고민을 하고 있는 언니가 나는 부럽고
언니는 임신한 내가 집에서 쉬고 있는 게 부럽다고 한다.
함께 자란 사촌 동생도 치과의사다.
동생은 주식 투자를 잘해서 돈을 많이 벌었다.
나에게도 금과 은을 사라고 부추긴다.
한 번씩 보러 오면 은 선물을 해준다.
고맙다. 나도 사고 싶단다. 이놈아,
돈이 없어서 못 살뿐이다.
혼자 집에 있을 때
주위 또래 사람들을 생각하면 나는 위축하게 된다.
이게 다 못난 자격지심이라는 걸 알지만
그럼에도 갖지 못한 것에 대한 부러움이 많다.
사람은 정말 짐승만도 못하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먹을 것이 있고 살 집이 있으면 만족해야 하는데
갖고 있는 것에 감사하는 마음보다는
갖고 싶은 곳에 눈이 계속 돌아가 있다.
영화 한 편을 본다고, 책 한 권을 읽는다고
한 번에 사라지는 그런 자격지심이 아니다.
사고 자체가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D, K, H... 그들의 노력은 하나도 생각하지 않고
그들의 결과물만 탐하고 있으니,
이건 정말 도둑놈 심보가 아닌가?
깊이 반성하는 마음으로 글을 쓴다.
글을 쓴다고 도둑놈 같은 자격지심이 사라질까?
요즘 부단히 책을 읽고 못나도 솔직하게 글을 써보고 있고
매일 요리하고 있고 혼자 집에서 운동도 하고 있다.
여전히 의욕이 없고 자격지심만 가득하지만
그럼에도 매일매일 할 수 있는 일들을 쌓아가 보기로 한다.
내가 쌓아가는 것 중에 뭔가는 싹트고 풍성하게 자라면
자격지심이 내 맘 속에 있을 곳이 없어지지 않을까? 하는 바람과 함께
자격지심이 있지만 그들을 사랑하고 진심으로 잘 되기를 바란다.
나 역시 잘 될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