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를 왜 이렇게 못해?
어제는 동네에 유명가수가 온다길래 서둘러 재택근무를 마쳤다. 친구와 설레는 마음으로 공연을 기다렸고 가수가 등장하자 열렬하게 박수를 쳤다. 그런데 생각보다 노래를 너무 못했다. 심지어 내가 너무 좋아하는 노래를 불렀는데도... 전혀 감흥이 없었다. 목소리는 걸걸했고, 가사는 일부를 건너뛰었으며, 고음은 전혀 올라가지 않았다. 왜 이렇게 노래를 못해? 참다못해 친구의 귀에 속삭였고 친구는 동의한다는 듯 무언의 눈빛을 보내왔다.
저 정도면...
공연을 하지 말아야 하는 거 아닌가?
몇 달 전 다녀온 다른 콘서트에서도 그런 감정을 느꼈다. 가수가... 노래를 너무 못했다. 첫곡이니 아직 목소리가 덜 풀렸겠지. 좋아하는 가수였기에 너른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두 번째, 세 번째 곡도 도통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맨 앞자리에 앉았기에 가수의 표정을 생생하게 볼 수 있는데 쥐어짜듯 노래하는 모습이 지켜보기 괴로웠다. 노래를 너무 못하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친구에게 말을 꺼냈다. 000 콘서트 어땠어? 내가 그 가수의 콘서트에 간다고 하자 많은 사람이 부러워했다. 하지만 나의 대답엔 실망만이 가득 담겨있었다. '다시는 000 콘서트 안 갈 거야. 노래를 너무 못하더라.'
어차피 90%는 하지 않아요
하고자 하는 10%만 경쟁하는 게 이 사회입니다
두 번 연속 가수들에게 실망하자 문득 수학강사 정승제의 말이 떠올랐다. 그의 요지는 간단했다. '이 세상이 무한 경쟁처럼 보이지만 사실 뭔가를 하는 사람은 10%에 불과하다. 나머지 90%는 하지 않는다. 그래서 열심히 하는 사람이 성공하는 게 아니라 그냥 하는 사람이 성공한다' 나는 고개를 끄덕여야 했다. 나에게 실망을 준 그 가수들... 그들은 과연 리허설을 했을까. 평소 목 관리를 했을까. 노래 연습을 꾸준히 했을까.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부도, 운동도, 집안일도. 생각해보면 그렇다. 90%의 사람은 하지 않는다. 오직 10%의 사람만이, 아니 어쩌면 더 적은 숫자의 사람만이, 매일매일 해야 하는 일을 묵묵히 한다. 이런 생각을 하니 등골이 서늘해졌다. 내가 저 가수들 같으면 어쩌지? 혹시 내가 저렇게 살고 있지는 않나?
성적 잘 받으려면 공부해, 살 빼려면 운동해.
대화하려면? 노력해.
원래 방법은 뻔해. 해내는 게 어렵지.
-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가수들에게 실컷 욕을 퍼붓고 나니 우두커니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나는 10%의 사람일까. 90%의 사람일까. 확률상 90%에 가깝겠지만... 10%의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방법은 쉽다. 해내는 게 어렵지. '자기 전에 설거지하기. 매주 목표를 세워 공부하기. 하루에 한 번만 SNS 하기. 계획한 음식만 먹기. 저지르고 후회한 일은 하지 않기.' AS-IS의 내가 아니라 TO-BE의 내가 되기 위하여… 하자, 쫌!! 일기장에 하고자하는 루틴을 휘갈기며 궁서체로 마지막 다짐을 적는다. 불성실은 바다에 갖다 버려요, 아무도 찾지 못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