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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퐝메리 Nov 07. 2022

사랑해 내 인생, 그 모든 실패에도 불구하고 - 에에올


에브리씽 어쩌고를 봤어요.


주말에 뭐했냐고 묻는 동료들에게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어떤 영화를 봤는데, 너무 좋았는데, 제목이 너무 길어서 생각은 안 난다고. 에브리씽, 어쩌고였는데. 여튼 너무 좋았다고. 사람들의 머릿속에 물음표가 떠오르는게 느껴졌다. 그래서 영화제목이 뭐라고요? 에브리씽... 어쩌고요... 제기랄! 영화제목이 너무 길었다.



양자경이 나오는 영화를 봤어요.


제목이 너무 길어서 이번에는 주인공의 이름을 대기 시작했다. 양자경이 누군데요? 아는 사람도 있었지만 모르는 사람도 있었다. 오호, 통재라! 양자경을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니. 하지만 세상은 그랬다. 환승연애 속 일반인의 이름은 줄줄 잘도 알더라마는 양자경을 모른다고 했다. 갑자기 너무 외로워졌다. 이 세상에서 이 영화를 본 사람은 나 혼자인것만 같았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주연은 양자경.


이 영화가 좋아서 다시 한번 극장을 찾았다. 극장을 나오면서 나는 매우 진지한 얼굴로 되뇌였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올 앳 원스. 남들이 잘 몰라도 상관없었다. 이 영화는 기필코 올해 최고의 영화. 아니 내 인생 영화로 등극할 것이 분명했다.




그 모든 실패와 좌절이 지금의 너로 이끌었어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원스 (일명 에에올)  인생에서 실패를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눈물짓게 하는 영화다. 물론 표현방식이  괴랄하고. 그래서 '도대체 이딴 영화가 뭐야?' 하며 더러 포기하는 사람도 있겠지마는...  대사를 듣는 순간 눈물이  돌지 않을  없었다. 내가 살면서 하는 모든 선택.  선택의 결과에 따라 우주가 생겨난다면?  선택의 갈래에 따라 수천명의 내가 있고. 근데 지금  인생이  수천명중에 최악의 삶이라면?


왜 내가 최악이야? 핫도그 손도 있던데!


영화 속 주인공 에블린도 기함한다. 내가 비록 여기서 멍청이같은 남편과 속 썩이는 딸을 데리고 살고 있지만. 그래도 그렇지. 내가 내 인생의 최악의 버전이라고? 하지만 그녀는 곧 다중 우주 속 여러 '자신'을 만나며 흥분에 휩싸인다. 첫사랑과 헤어졌으면 내가 영화배우가 됐네? 어떤 인생에선 실명을 했지만 최고의 가수가 됐고? 어떤 인생에서 나는 칼을 이렇게나 잘 다루는 요리사란 말이야?


그렇게 여러 우주를 드나들며 여러 능력을 가진 무한한 나를 만난다. 최악의 삶이여 안녕! 이제 나는 그 누구도 될 수 있고, 그 어디도 갈 수 있어! 전지전능한 나! 무한한 나!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가능성에도 주인공 에블린은 여기, 지금, '가장 최악의 나' 의 삶을 택한다. 왜냐면... 어우 눈물나... 쓰면서도 눈물나네. 여기 이곳에 내 사랑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함께 있고 싶은 사람들. 다름 아닌 이 최악의 삶속에 그들이 있기 때문이다.



세상에... 이 영화는 그렇다. 어쩜 이렇게 이렇게 말도 안되고. 말도 안되는데 심금을 울리고! 심금을 울려서 많이 봤으면 좋겠는데. 사실은 아무도 보지않는... 어떻게 세상은!!! 환승연애는 그렇게나 많이보면서 에에올은 보지 않는단 말인가!!! 나는 절규하며 외쳐본다. 이 현실을 믿을수가 없다. 정말 이상한 영화인데 너무 좋은 영화거든요. 


이 영화를 도저히 설명할 자신은 없다. 내용도 이상하고 제목도 너무 길다. 그렇지만 올해 어떤 영화가 제일 좋았냐고 물어보면... 울먹이면서 이 영화를 들먹일 것은 분명하다. 에브리씽 어쩌고인데요... 진짜... 진짜 너무 좋거든요. 얼마나 좋으냐면… 영화를 본 이후로 눈물이 멈추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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