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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퐝메리 Feb 25. 2023

시리, 엄마에게 사랑한다고 말해줘 <서치2>




불효자가 어떤 계기로 개과천선하는 이야기


이런 한 줄의 시놉시스가 있다고 하자. 당신이 영화제작자라면 이 스토리에 투자하겠는가. 그럴리가! 당장 이 진부한 이야기를 치우라고 소리를 질러댈 것이다. 아 그래. 사실 너무 올드하긴 했다. 그럼 이건 어떤가.


스마트폰과 맥북 하나로 실종된 가족을 찾는 이야기


좀 낫긴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로 신선해보이지 않는다. 요즘 시대에 스마트폰과 맥북이 뭐? 당연한거 아닌가. 자, 그럼 <서치2>는 어떤 영화인걸까. 어떻게 이 내용을 요약할 수 있을까.



바보야, 문제는 형식이야!


창의성을 생각하면 많은 사람들이 내용에 골몰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신선한 시도는 내용이 아니라 형식에 있다. '불효자가 어떤 계기로 개과천선하는 이야기' 내용이 이런들 어떠하리. 일반적인 방식으로 영화를 찍는게 아니라 내내 주인공의 맥북과 아이폰만 보여주면, 그 형식이 곧 신선함이 되고 영화의 아이덴티티가 된다.


<서치2>는 관객과 평단의 찬사를 자아냈던 <서치>의 후속편이다. 하지만 후속편이라고 하기에는 좀 그런게, 실종된 가족을 찾는 다는 큰 이야기의 줄기외에 1과 2의 접점은 아무데도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치2>는 <서치1>의 참신한 형식을 기억하는 관객들을 극장으로 불러모으기 위해서는 필요한 제목이다. 나도 그래서 극장을 찾았고. '원작만한 속편이 쉽겠어?' 하는 마음이었는데 영화 시작 10분만에 완전히 빨려들어갔다.



스냅챗, 구글계정, 그리고


여행 후 사라진 엄마. 주인공은 엄마와 남자친구의 구글 계정을 확인하고, 구글맵을 통해서 CCTV등 단서를 찾으며, 세계곳곳의 라이브캠을 통해 동선을 추적하고, 스냅챗을 통해 엄마의 흔적을 찾는다. 그리고...


네티즌 수사대라고 했던가. 이국의 10대 소녀가 추적하는 정보들은 FBI 못지않고. 생각해보면 우리는 한 사람이 수많은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실로 그런 세계에 살고있다는 사실에 등골이 서늘해진다. 다행인것은 영화의 대상이 불법이나 타인을 향한 괴롭힘이 아닌, 사랑하는 내 가족에게로 향해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이 영화를 보노라면 결국엔 가족애를 다루는 여타 영화처럼 자꾸 눈물이 난다.


불효자가 어떤 계기로 개과천선하는 이야기


이 영화를 한줄로 요약하면 이런 스토리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은 누구도 이 영화가 뻔하다고 생각하지 않을것이다. 맥북화면 속에 부지런히 떠다니는 페이스타임, 아이메시지, SNS프로필...


시대가 변해도 부모가 자식을 아끼는 마음, 자식이 부모를 사랑하는 마음은 변하지 않는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같은 영화를 보면 아직도 영화가 만들어낼 수 있는 '새로운 스토리' 의 가능성을 믿지만 <서치2> 같은 영화를 보면 흔해빠진 영화의 내용도 형식이 다르면 180도 달라질 수 있구나, 를 깨닫게 된다.


가장 보편적인 이야기를 가장 참신하게 풀어낸 이야기. '와 저렇게 만들수도 있다고?' OTT가 범람하는 세상에서 우리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장을 찾는 이유는 이 때문이 아닐까. 이제는 흔해빠진 이야기, 다 알고있는 가치를 새롭게 생각하게 만드는 힘. <서치2>를 보고나서 새삼스레 느꼈다. 아 그래 맞아. ‘이 맛에 영화를 보지. 이 맛에 극장에 간다,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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