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승 저 / 창비
기자출신. 다음 대외협력담당자. 청와대 뉴미디어비서관.
오랜만에 책을 한권 샀다. 저자의 이력만으로 구미가 당길수밖에 없었다. '청와대 뉴미디어비서관은 무슨일을 할까' 라는 호기심 반. '올드미디어와 뉴미디어를 모두 겪어본 사람은 앞으로 또 무슨일을 준비하고 있을까' 하는 호기심 반. 두 세페이지만 읽으려다가 결국 구매해서 들고왔다. 이 책은 내 기대를 완벽하게 충족시켜준다. 올드미디어와 뉴미디어가 걸어온 히스토리, 그리고 비하인드. 청와대에서 뉴미디어 비서관이 일하는 방식. 기자출신이라 그런지 글이 술술 읽혔다. 책을 읽는 내내, 술자리에 나가 누군가가 들려주는 흥미진진한 업의 세계를 엿보는 기분이었다.
포털을 위한 변명
이 책을 읽다보면 누구나 한번씩은 의심해봤을 포털의 언론조작에 대한 의구심이 풀린다. 지금은 AI가 편집권을 가진다지만 그 전에는? 누구나 한번쯤은 의심했을 것이다. 특정 정권에 유리한 기사를 메인에 싣는다! 검색어를 조작한다! 전체 여론을 호도한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의심이 풀렸다. 물론 내부자의 목소리니 100프로 믿을 수는 없는 노릇이겠지만(...) 예를 들면 이런 내용들이다.
(AI편집권 이전의 포털의 오해와 진실)
- 포털이 언론사가 보내온 기사제목을 마음대로 수정하는 것은 신문법에 따라 불법이다
- 포털의 기사는 어차피 1-2시간이면 메인의 자리가 바뀐다
- 특정시간대 특정언론의 기사가 주로 노출되는것은 언론사들이 포털에 기사를 보내는 시점에 따라 달라진다
(ex. 조중동은 밤늦게, 혹은 새벽까지 주로 기사가 들어온다고)
포모시대를 위한 뉴미디어
한편 팟캐스트, 뉴스레터, 살롱문화등 뉴미디어를 쭉 언급하며 영향력을 살펴본 부분도 재미있었다. 요약하자면 밀레니얼시대는 곧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세대이며, 이들은 정보에 소외되는 것을 두려워하고 끊임없이 성장하고자 한다. 결국 뉴미디어는 이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발전한다. 비디오, 오디오, 커뮤니티. 다양한 형식, 다양한 접근으로 미디어의 모든 요소를 지니고 여러 방면으로 확장해나가는 뉴미디어를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모든 경험의 인풋이 아웃풋으로 나오는 곳, 청와대
청와대 뉴미디어비서관 시절의 이야기도 무척 재미있었다. 자신의 과오도 숨기지 않고 솔직히 털어놓은점이 인상적이었다. 말 한마디, 한마디가 중요한 청와대 비서관의 자리가 얼마나 무거운지 말해주는 에피소드도 많다. 마케터로서 배울점도 수두룩했다. 어떤 방식으로, 어떤 시도들을 했는지, 그 과정에서 필요하고 중요했던 것은 또 무엇인지. 유튜브 채널 운영, 국민청원, 1장 브리핑 등등. 대중에게 우리 브랜드를 알려야하는 마케터로서 벤치마킹할 요소가 많아서 빼곡히 줄 그으며 읽었다.
그런 선배가 있는데 만나볼래?
누군가 내게 갑자기 전화를 걸어서 '야 청와대 비서관했던 기자출신 선배가 있는데 오늘 만나기로 했어. 너도 올래?' 라고 한다면 나는 뭐라고 대답할까. 당연히 두 눈을 초롱초롱 빛내고 쌍수를 들고 환영하며 나갈것이다. 물론 현실에서는 일어나기 힘든 일이다. 하지만 그 어려운 일이 독서의 경험을 통해서는 가능하다.
그때는 어떻게 일하셨어요? 우와, 지금은요? 그때랑은 뭐가 달라요? 온드미디어는 어떻게 운영하는게 좋은걸까요? 브랜딩 요소를 구현할 때 가장 중요한 게 뭐라고 생각하세요? 그런 사람을 만나면 하고싶은 수많은 질문들. 이 책을 통해 어느정도 대답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니 어찌 즐겁지 않을 수 있으랴. 오랜만에 책을 읽는게 정말 즐거웠다. 그래, 책은 재미로 읽는거지. 모처럼 독서의 유용함을 느낀다. 정재승이 말했다시피 '독서를 쾌락으로 느끼는 어른만이' 평생 책을 읽으며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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