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저분한 소리의 핸드폰 알람이 울린다. 어차피 어느정도 잠이 깨어 있었기 때문에 울리든 말든 상관은 없지만 옆에 잠든 그녀의 잠에 방해가 될까 싶어 서둘러 끈다.
아직 이불에서 벗어나기 싫은 몸을 억지로 움직여본다. 쉽지않다. 바닥에 앉아 옴몸을 이불로 감은채로 잠시 뇌에게 시간을 줘본다.
'오늘은 토요일'
뇌가 드디어 동작을 한다. 몸도 아까보다는 자유롭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화장실로 곧장 걸어가서 간단한 세면을 하고 수염이 얼마나 자랐는지 확인한다. 토요일이라서 자르지 않아도 상관은 없다. 평일에도 앵간해서는 자르지 않지만 말이다.
냉장고에서 냉수를 컵에 따라 마시면서 나의 원룸을 바라본다. 밖의 빗소리가 요란하지만 풍경 자체는 고요하다. 차가운 물이 목을 통해 넘어가자 아직은 둔했던 감각들이 살아나기 시작한다.
적당히 입을 옷을 찾아본다. 비가오니 반바지가 좋겠다. 바지 밑단이 젖는 것은 최악이다. 어두운 색의 반팔티셔츠와 타이트한
셔츠를 걸친다. 거울을 바라보니 살이 좀 붙은 것 같다. 장마답지 않은 장마와 잦은 야근 덕분이라고 합리화 해본다.
이젠 나의 작은 공간에 있는 책들과 지난주 스터디 이후로 손대지않은 회로관련 문서들을 대충 챙겨 넣는다. 보조배터리를 가져가고싶은데 이리저리 둘러봐도 보이질 않는다.
주우욱
가방의 지퍼를 기분좋게 올려 잠궜다. 나의 작은 소란스러움에 약간 잠이 깬 그녀의 볼에 굿모닝 키스를 한다. 나의 무게와 따가운 수염에 '끄응'하는 그녀가 귀엽다는 생각을 하며 집을 나선다.
목적지는 멀지 않다. 비가와서 멀게 느껴질 뿐. 종아리까지 마구 튀는 빗물을 보며 '역시 반바지를 입기를 잘했어' 라고 나를 칭찬하다보니 어느새 목적지인 카페에 도착했다.
오후만 되어도 사람이 넘치는 곳이지만 주말 아침엔 정말 사람이 없다. 매장에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고 기쁘게 커피를 주문한다. 학생 때도 이런 사소한 일등을 좋아했다. 일년에 몇번 못해봤지만 말이다.
어제 늦게 잠든 탓에 개운한 느낌은 없지만 오늘의 스터디를 위해 커피를 마셔가며 지난주의 스터디를 돌아보고 남겨진 과제들을 해결해보려고 노력한다. 학습하고 발전시키는 것은 언제나즐겁다. 본인의 의지일 때는 더욱 즐겁다.
간단한 회로도를 샤프로 그렸다 지웠다를 반복하며 하다보니 어느새 두시간이 지났다. 카페인이 뇌활동에 부스터를 달아주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간단한 회로도일지 몰라도 초보에겐 버겁다. 나중에 스터디 파트너(이자 선생님)에게 무엇을 지적당할지 걱정되기도 하고..
머리를 잠시 식히기 위해서 읽을 책을 꺼냈다. 불꽃같이 읽다가 최근들어 진도가 좀 더딘 책인데 역시나 들고선 50페이지 정도 읽자 잠이 쏟아진다. 이런 책들이 사람마다하나씩은 있는 것 같다. 수면유도서적.
'예전에 독파한 책인데 그땐 도대체 어떻게 다 읽은거지?'
라고 생각하며 안락한 카페의 구석자리 쇼파에 책을 든채로 머리를 파묻는다.
아.. 파트너는 언제 도착하나.
편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