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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Fantasma

얼굴

Fantasma 열두 번째 이야기, 얼굴

by 석류


너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으면 나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기분을 느꼈다. 내 세포 하나하나가 마치 너를 향해 뛰어가는 것만 같았다. 작은 소망을 품었다. 계속 이렇게 네 얼굴을 볼 수 있게 해달라는 소망을. 네 뒷모습을 볼 때면 내 세포들은 비를 맞아 바닥에 떨궈진 꽃잎처럼 힘없이 늘어졌으니까. 너에게 처음 반했던 그 모습을 떠올리려고 해보는데, 자꾸만 흐릿해진다. 너의 얼굴이 드라이아이스처럼 차가운 공기를 내뱉던 순간만 어째서 강렬하게 남아버린 걸까. 밝게 웃는 너의 얼굴이 보고 싶다. 내 세포들이 다시 환하게 움직일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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