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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Fantasma

Fantasma 열세 번째 이야기, 술

by 석류
나는 술자리가 좋다. 아니 사실은 술 자체가 좋다. 알콜이 들어가면 나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된다. 두려울 게 없어지고 평소보다 더 유쾌해진다. 오늘같이 비가 오는 날이면 막걸리가 제일먼저 떠오른다.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파전에 막걸리 한잔 하면서 빗소리를 듣고 싶다. 막걸리 대신 소주도 좋고. 그것도 아니면 맥주도 괜찮다. 술이 땡기는 건 날씨 탓이라고 애써 핑계를 대보지만 날씨가 좋은 날에도 술 생각은 자주 난다. 좋은 사람과 함께 시간을 나누며 술잔을 기울이는 순간들은 언제나 만족스럽다. 비록 그 이야기가 생산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하더라도 만남 자체로 의미가 있고, 그 만남 속에 녹아있는 알콜의 향기가 나에게 날개를 달아주니까 좋을 수밖에. 당신 뭘 고민하고 있나, 지금 바로 나와 함께 한잔 하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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