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ntasma 열네 번째 이야기, 뒷모습
뒷모습은 아련함을 닮았다. 너의 뒷모습도 그랬다. 내내 즐겁다가도 너의 뒷모습을 마주하게 되는 순간의 알 수 없는 먹먹함이란. 네 뒷모습이 잔상처럼 눈가에서 일렁일 때 나는 비 오는 날의 아스팔트처럼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그냥 고여 있었다. 무서웠다. 뒷모습이 마지막이 아님을 알면서도 겁쟁이처럼 괜히 두려웠다. 누군가도 나의 뒷모습을 보며 나 같은 생각을 했을까. 너의 뒷모습을 보며 다시금 먹먹해지기 싫어서 나는 먼저 발걸음을 돌리기로 결심했다. 너의 뒷모습이 아닌 앞 모습만을 기억하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