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짜오, 호치민!

키링 다이어리 3 - 베트남 호치민(Ho Chi Minh)

by 석류


나짱에서 슬리핑 버스를 타고 호치민으로 돌아온 날. 오늘도 어김없이 슬리핑 버스는 나를 일찍 내려다 주었다. 이번에도 살짝 당황했지만, 나짱과는 조금 다른 당황스러움이었다. 잠이 덜 깬 채로 버스에서 짐을 내리고 있는 내게 호객행위를 하는 오토바이 기사와 택시 기사가 개미떼처럼 달라붙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괜찮다고 손짓을 하며 그랩 어플을 켰다. 근데 어째 그랩이 근처에 많이 없었다. 너무 이른 시간이었기 때문일까. 어쩌지? 하며 작게 한숨을 쉬다가 그랩을 포기하고 비나선 택시를 타기로 했다. 짐이 너무 많았기에, 그 짐들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피로감이 엄습하는 기분이 들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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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0038.JPG 스타벅스에서 바라본 호치민의 아침 풍경. 차, 사람, 오토바이, 자전거가 뒤섞인채 아침이 시작되고 있었다.


택시를 타고 숙소로 이동하는데, 나짱보다 더 많은 오토바이 행렬들이 내 눈에 들어왔다. 이곳의 아침도 나짱 못지않게 일찍 시작되고 있었다. 아직 새벽이었는데 말이다. 숙소에 도착해서 체크인 전에 미리 짐을 맡길 수 있겠느냐고 부탁을 했더니, 흔쾌히 그래도 된다고 해서 짐을 맡기고 커피나 한 잔 마실 겸 숙소 주변을 둘러보는데 스타벅스가 눈에 들어왔다. 스타벅스에 들어가니, 내가 그 날의 오픈 첫 손님이었던지 자리에는 아무도 없었다. 커피를 마시며 노트북을 켜서 글을 쓰는데, 낯익은 한국어가 귀에 꽃혀 들었다. 한국인 손님이 왔다. 오랜만에 듣는 한국어여서 나도 모르게 괜히 반가워져서 인사를 걸 뻔했지만, 꾹 참았다. 어차피 한국으로 돌아가면 되레 베트남어가 반가워질 상황이 오게 될 걸 아니까. 묵묵히 커피를 마시며 글을 쓰는데, 시간이 아직도 많이 남았다. 체크인 시각은 두 시. 현재 시각은 열한 시. 생각보다 오래 앉아있었음을 깨닫고 나니 허기가 물밀 듯이 밀려왔다. 밥이나 먹으면서 남은 시간을 때워야겠다는 생각에 노트북을 접었다. 금강산도 식후경. 뭐라도 좀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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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0043.JPG 사진속의 아저씨가 맛있게 식사를 하는 모습을 보지 않았더라면 나는 아마도 다른 가게에 들어갔을지도 모르겠다.


어디를 가볼까? 싶어서 흐느적흐느적 느린 걸음으로 걷는데, 한 백인 아저씨가 혼자서 맛있게 식사를 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어찌나 맛있게 식사를 하던지 나는 망설임 없이 그 가게로 발걸음을 옮겼다. 바 형식의 가게였는데, 이 동네 가게들이 그러하듯 낮에는 레스토랑, 밤에는 바의 느낌으로 바뀌는 가게 같았다. 들어서니 알록달록한 축구 벽화가 나를 제일 먼저 반겨주었다. 틀어놓은 TV에서는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가 흘러나오고 있었고. 축구를 좋아하는 내게 안성맞춤의 공간 같았다. 낮부터 축구를 볼 건 아니었지만, 여하튼 그랬다. 길가를 향하고 있는 테이블에 털썩 주저앉아 맥주와 새우튀김을 시켰다.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홀짝홀짝 맥주를 마시는데 왜 이렇게 잡상인은 많이 다니는 건지. 아무 생각 없이 무심코 쳐다봤더니 눈이 마주치자마자 나한테로 잽싸게 다가오는 그들. 하나같이 다들 니하오- 라며 내게 인사를 건넨다. 중국인이 아니라고 했더니, 짜이찌엔이라고 인사하고 가버렸다. 내가 한국인이라니까 안 믿기는 걸까. 대체 어떻게 생겨야 한국인같이 생긴 걸까. 순간 나는 고민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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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체크인 시간이 되어서 숙소에 입실을 했다. 분명 침대가 하나 있는 방을 예약했는데, 내 방엔 침대가 하나가 아닌 두 개가 있었다. 슬리핑 버스 안에서 급하게 숙소를 예약해서 남는 방이 이것밖에 없었던 모양이다. 원래 예약한 방에 비해서 넓게 쓸 수 있어서 좋긴 했지만, 엘리베이터도 없는 맨 꼭대기 층이라 짐을 들고 올라가면서 녹다운이 되어버렸다. 이 더운 날씨에 5층까지 걸어 올라가는 건 너무도 가혹한 형벌같이 느껴졌다. 그렇지만, 삼 일간 넓게 방을 쓸 수 있다는 사실에 만족하기로 했다. 비록 왔다 갔다 덥고 힘들긴 해도 둘이 쓰고도 남을 방을 혼자 쓰는 게 어딘가. 에어컨을 틀어놓고 침대 위에 큰 대자로 누웠다. 저녁에 호치민에 사는 현지인 언니들과 만나기로 했는데, 아직 시간이 꽤 남았다. 내가 길을 찾기 힘들어할까 봐 인지는 몰라도 언니들이 내 숙소 근처로 오기로 했기에 시간은 더없이 넉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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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0058.JPG 사람들로 북적이던 광장. 아오자이를 입은 한 무리의 사람들도 지나가고, 관광객도 많았다. 저 멀리 호치민 동상이 나를 반기듯이 손을 흔들고 있다.


어느덧 약속시간이 되고, 언니들이 숙소 근처로 왔다. 나는 이제는 익숙해진 몸짓으로 언니 중 한 명의 오토바이에 탔고, 내가 타자마자 경쾌한 엔진 소리와 함께 오토바이가 출발했다. 언니는 운전을 하며 저기가 벤탄시장이라며 손짓으로 벤탄시장을 가리켰다. 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스치듯 지나가는 벤탄시장을 바라보았다. 관광객인 나를 배려한 코스였다. 시내 라인에 오토바이를 주차하고, 우리는 시내 광장을 천천히 걸었다. 마치 광화문 광장을 연상시키는 구조가 인상적이었다. 이순신 장군 동상 대신 호치민 동상이 있는 게 광화문 광장과 다른 점이라면 다른 점일 테지만. 광장을 구경하고, 커피를 마시자는 말에 콩 카페로 향했다. 그러고 보니, 베트남에 와서 아직 콩 카페를 가보지 못했다. 베트남에 오면 꼭 들러봐야 한다는 시그니처 카페, 콩 카페. 드디어 간다. 그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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