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이 뭐예요?

키링 다이어리 4 - 베트남 호치민(Ho Chi Minh)

by 석류



IMG_0083.JPG 베트남의 스타벅스, 콩 카페.


IMG_0085.JPG 바구니 모양의 등이 인테리어중에 가장 마음에 쏙 들었다.


콩 카페는 내 생각보다 훨씬 현대적이고 깔끔했다. 바구니를 등으로 활용해놓은 것도 꽤나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많은 사람들이 콩 카페에 가면 먹어야 한다던 코코넛 밀크 스무디도 맛보았는데, 기대치만큼 맛있지는 않았지만 사르르 입안에서 녹는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그렇게 콩 카페에서 수다를 떨며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잔뜩 쐬고, 나는 밖으로 나와 언니들과 다시 걷기 시작했다.



IMG_0093.JPG 노트르담 성당을 보며 프랑스 건축의 아름다움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콩 카페에서 나온 우리의 첫 행선지는 노트르담 성당. 프랑스 건축의 아름다움이 물씬 풍기는 성당을 바라보며 순간 이곳이 베트남이 맞나 싶었다. 그리고, 예상했던 것보다 성당이 컸다. 예상보다 큰 규모에 놀라며 이리저리 둘러보는데 예배 시간이었던지 내부는 짐짓 경건했다. 관광객이 우글거리며 각자의 언어를 내뿜는 외부와는 다른 경건함.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각기 다른 세계가 펼쳐지고 있었다.


IMG_0105.JPG 저녁이 내려앉기 시작하는 우체국은 묘하게 로맨틱하게 느껴졌다.



노트르담 성당의 옆쪽에는 사이공 중앙 우체국이 있었는데, 우체국 역시 성당과 마찬가지로 프랑스식 건축물의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내가 갔던 시간에는 우체국이 닫을 시간이라 내부는 들어 가보지 못한 게 아쉽다. 열려 있었다면, 들어가서 엽서라도 샀을 텐데. 우체국 건물을 구경하며 걷는데, 언니들이 주변에 책걸이 있다고 했다. 나는 순간 책걸이 무슨 말이지?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책거리를 말한 거였다. 서점거리. 그 ‘책걸’이라는 단어가 어찌나 웃기던지 혼자 키득키득 웃었다. 잘못 들으면 옷걸이랑 비슷한 어감이라 더더욱 웃겼다.


IMG_0109.JPG 서점거리로 들어서는 입구. 전혀 다른 느낌임에도 불구하고 대구의 김광석 거리가 생각났다.


IMG_0113.JPG 언젠가 저 서점에도 내 책이 번역되어 꽂혀있기를.


호치민의 서점 거리는 다양한 서점들이 옹기종기 모여 아름다웠다. 사갈만한 책이 있나 싶어서 열심히 구경했는데, 그다지 끌리는 책이 없어서 아쉬웠다. 가끔 한국 서적들이 원서로 번역된 게 있긴 했으나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이 아니어서 큰 구매욕을 불러일으키진 못했다. 그래도 하나의 수확이 있긴 했다. 서점거리에 있던 북카페들이 마음에 쏙 들었다는 것. 다음에 다시 오게 되면 커피 한 잔 하며 북카페에 앉아 책을 읽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서점거리를 구경한 후, 저녁을 먹으러 언니들과 ‘Co Chin’이라는 가게에 갔다. 선택 장애가 있는 나를 배려한 푸드코트 형식의 가게였다. 그러나, 언니들이 간과한 사실이 있었다. 메뉴가 많아질수록 나의 선택 장애는 더 짙어진다는 걸. 한참을 고민하다가 일본식 사시미 메뉴를 골랐다. 음식을 받아 들고 나니 이곳이 일본인지 베트남인지 헷갈릴 정도였지만 언제 또 베트남에서 일본식을 먹어보겠나 싶어서 신나게 사시미를 먹어치웠다. 식사를 마친 후, 나는 그랩 오토바이를 타고 가고, 언니들은 자신들의 오토바이를 타고 각자의 동네로 떠났다. 떠나기 전에 다시 또 볼 수 있을 줄 알고 제대로 작별인사를 못한 게 아쉽다. 그러나 크게 아쉬워하지는 않으련다. 어느새 나는 이 호치민이라는 도시에 애정이 생겼고 반드시 다시 또 오리라 마음먹었으니. 그렇기에 멀지 않은 때에 우린 또 만날 수 있을 거다.



*



IMG_0123.JPG 흘러나오는 음악들이 참 신나던 숙소옆의 클럽&바.


숙소 쪽으로 돌아와 뭐할까? 고민하다가 핫해 보이는 느낌의 오픈형 클럽바에 들어갔다. 바로 숙소 옆이라 접근성이 좋은 것도 한몫했고, 내가 좋아하는 노래가 흘러나와서 망설임 없이 들어섰다. 빅 타이거 비어를 시켰는데, 어째 혼자 온 사람은 나뿐이라 좀 심심하게 느껴졌다. 혼자 온 여행객이 있으면 같이 이야기라도 나누면 좋을 텐데, 들어서는 사람마다 다 커플들만 즐비했다. 그렇다고 못 즐길 내가 아니지! 혼자서 리듬을 타며 열심히 맥주를 마셨다.


IMG_0125.JPG 빅 사이즈인만큼 화장실을 간절하게 만들었던 타이거 비어.



맥주를 너무 많이 마신 탓일까. 화장실 신호가 왔다. 그래서 쪼르르 화장실로 갔는데, 이럴 수가. 화장실 문이 닫히지 않는다. 숙소에 들어가라는 신의 계시인가. 베트남에 적응이 되었는지 이제 화장실이 더러운 건 상관없었다. 그러나 문이 닫히지 않는 건 참을 수 없다. 맥주를 더 마시고 싶은 마음과 흥을 뒤로한 채 나는 숙소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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