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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 길에서 김광석을 떠올리다

키링 다이어리 31 - 대구(Daegu)

by 석류


P20170226_174440178_90F2AA64-A3BD-46EA-8EB7-E3726AF4333F.JPG 대구에 가면 만날 수 있는 김광석 길.



얼마 전, 김광석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길지 않은 러닝타임이었지만 김광석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는 충분했다. 그리고 김광석의 고향, 대구가 떠올랐다. 대구는 지리적으로 내가 사는 곳과 가까워서 자주 발걸음을 했던 도시 중 하나였다. 그러나 정작 대구에서 김광석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해본 적은 없었다. 김광석의 도시에서 김광석을 떠올리면 젊은 나이에 세상을 등진 그에 대한 안타까움이 더 몰려올까 봐. 그러던 어느 날, 일이 있어 대구를 방문하게 되었고 나는 김광석 길을 가기로 했다. 대구에 자주 갔지만, 정작 김광석 길을 가본 적은 없었다. 스쳐 지나가듯 본 적은 있었지만 제대로 그 길을 걸어 본 적은 없었기에 꼭 가보고 싶었다. 김광석 길은 이제 완전히 대구의 명물로 자리 잡은 듯했다. 꽤 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있었고, 김광석에 대해 이야기하는 말소리들이 귓가에 들려왔다. 김광석 길이라는 이름답게 김광석의 노래도 곳곳에 울려 퍼지고 있었는데, 그의 노래들을 들으며 그의 이름이 붙은 거리를 걷자 기분이 묘해졌다.



P20170226_174649281_90709BE0-03CC-49F1-8628-566CF726775F.JPG 짧은 러닝타임을 살았지만, 그는 많은 명곡들을 세상에 남겼다.


비가 오는 날이면, 나는 마치 비의 캐럴처럼 김광석의 ‘사랑했지만’을 들었다. ‘사랑했지만’을 듣고 있으면, 빗소리 사이로 촉촉하게 내려앉는 그의 잔잔한 목소리와 가사가 나를 감성의 늪으로 끌어당기는 느낌이 들었다. 한창 섬에서 지내던 시기에는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을 가장 많이 들었었다. 모닥불을 피워놓고, 모닥불 앞에 둥그렇게 모여 앉아 모닥불에 구워진 오징어를 안주삼아 소주잔을 들고 기타 반주에 맞춰 그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모닥불과 김광석의 노래는 찰떡궁합이었다. 섬에 기타를 가지고 오는 사람들에게 연주할 수 있는 노래를 물으면 모두 하나 같이 김광석의 노래를 이야기했다. 다른 아티스트들도 많은데, 다들 김광석을 일 순위로 말하는 걸 보면 그의 노래가 가진 파급력이 참 크구나 싶었다.



서른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은, 그의 노래 중 ‘서른 즈음에’를 제일 많이 듣는다. 예전에는 크게 와 닿지 않았던 가사가 서른이 다가오자 거짓말 같게도 마음을 파고들었다. 비의 캐럴이 ‘사랑했지만’이라면, 청춘의 캐럴은 ‘서른 즈음에’가 아닐까.



*



IMG_07588.jpg 김광석의 트레이드 마크와도 같은 기타를 키링으로 만나니 감회가 남달랐다.


가만히 김광석 길을 걷다 액세서리를 파는 가게를 발견했다. 그 가게에서 판매하는 액세서리를 구경하다 기타 모양의 키링을 발견했다. 기타에는 김광석 길이라는 문구가 박혀있었다. 그 문구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기타 모양이어서였을까. 나는 이 키링이 마음에 들었다. 김광석 길에서 만난 기타 키링. 정말 잘 어울리는 조합이 아닐 수 없었다. 김광석과 기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니까. 기타 선율을 타고 흐르는 김광석의 노랫말들이 왠지 이 키링에서도 느껴지는 듯했다. 비록 김광석은 없지만, 그의 노래는 세대를 초월해 모두의 마음속에 깊이 흐른다. 그의 음악이 더 많은 사람들을 보듬으며, 오래도록 아름답게 세상을 비추길 바라며 나는 짧은 김광석 투어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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