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원이 사랑한 도시 - 구미 (2)
삼일문고는 단순히 책만 파는 것이 아닌, 여러 가지 복합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처음부터 그렇게 서점을 운영하기로 계획한 건지 문득 궁금해졌다.
“카페, 강연, 전시, 공연, 영화 상영, 만화 도서관 등등 여러 형태로 서점이 운영되고 있는데 처음부터 다목적 문화공간으로 서점을 운영하려고 계획하신 건가요?”
“제가 어릴 때의 서점의 이미지는 문화공간보다는 책을 판매하는 공간으로서의 느낌이 컸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서점이라는 공간이 변화하더라고요. 단순히 책을 판매하는 곳이 아닌 여러 가지 문화 기획들을 접할 수 있는 공간으로요. 그래서 서점에서의 문화적인 측면을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 서점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장점이 무엇일까라는 것도 생각해봤어요. 서점 바로 옆에 소극장도 있고, 문화단체들과도 교류를 맺고 있고요. 구미라는 도시에서 일상적인 행사가 너무 적다는 생각도 들어, 영화도 상영하게 되고 다른 행사들도 하게 되었어요. 영화 같은 경우는 다른 사람의 도움이 없이도 저 혼자서도 잘 해 볼 수 있겠다는 생각도 있었구요. 불을 끄고 영화를 관람하는 게 아닌, 서점이라는 공간에서의 활동들은 그대로 유지하며 영화를 관람할 수 있게 야외용 프로젝터도 하나 구입을 했어요. 야외용 프로젝터는 굳이 불을 끄지 않아도 영화를 관람할 수 있거든요. 프로젝터뿐만 아니라 스피커도 여러 대를 구입했어요. 강연용, 음악 감상용, 이동용으로요. 최대한 이 공간 안에서 여러 가지를 할 수 있도록 준비를 많이 했습니다.”
서점 자체뿐만 아니라, 문화적인 부분으로도 어중간한 게 아닌 완벽하게 해내려는 그의 의지가 엿보이는 답변이었다. 내가 삼일문고에 간 날은 아쉽게도 영화 상영이 없는 날이라 영화가 상영될 때의 모습은 볼 수 없었지만, 서점 지하층의 중심부의 모습을 보며 영화가 할 때는 이러이러한 모습이겠지라는 짐작은 충분히 할 수 있었다.
“카페 비블리오가 서점 안에 위치해있어서, 일본의 츠타야 서점이 생각나기도 했습니다. 츠타야 같은 경우에는 스타벅스가 서점과 함께 있는데, 그런 경영모델도 삼일문고를 만드실 때 참고하여 만드셨나요?”
츠타야를 참고했냐는 나의 말에 그는 웃으며 손을 젓고 대답했다.
“아, 아니에요. 츠타야를 따로 참고하지는 않았습니다. 처음에 공간을 설계할 때 건축가님이 조언도 많이 해주셨고, 저도 책만으로는 힘들 테니 커피를 함께 도입시키면 어떨까 싶었어요. 기존의 서점 공간을 최대한 뺏지 않는 범위 내에서 카페를 만들어야겠다 싶었어요. 커피를 마시러 온 사람들이 책도 구경하면 좋을 것 같고요. 그리고 반대로 츠타야와는 달리 저희는 카페에서는 수익이 나지 않아요. 커피 값이 저렴한데 비해서 기계도 비싼 걸 쓰고, 재료도 좋은 재료를 사용하고, 커피를 만드시는 분도 9년 차 경력의 바리스타를 고용하고 있거든요. 이왕 하는 거 어중간하게 하기보다는 제대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비블리오의 탄생에 영향을 미쳤구요.”
역시, 그는 어중간한 건 선호하지 않는 타입이었다. 그래서일까. 서점에 도착해 책을 구경하기 전에 카페 비블리오에서 커피를 마셨는데, 커피맛이 너무 훌륭해서 깜짝 놀랐다. 구미에서 제일 비싼 기계와 오랜 경력의 바리스타의 합이 만들어낸 커피는 내 마음에 쏙 들었다. 만약 내가 책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고, 커피에만 관심이 있다면 기꺼이 커피만으로도 이 공간에 발걸음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보통 새 책을 파는 서점은 중고 도서를 판매하거나 매입하는 서비스를 운영하지 않는데, 중고 도서 서비스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으세요?”
“우리나라에서는 조금 생소할 수도 있지만, 미국 쪽의 서점에서는 이미 바이백 서비스가 활성화되어있어요. 새 책과 중고 책을 취급하는 공간이 같이 있다는 건 엄청난 시너지라고 생각도 하고요. 그리고 우리 서점에서 산 책은 내가 다시 매입할 수 있을 정도의 퀄리티를 지닌 책이라는 자부심도 있고요. 단지 한 가지 불편한 점이라면 관리의 문제겠죠. 그래서 현재는 구입한 지 일 년 이내의 책만 바이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관리가 잘되었다고 하더라도 일 년이 지나가면 책 상태가 그렇게 좋지는 않더라고요. 관리의 문제가 만만치 않아서 결코 쉽지만은 않은데, 관리만 잘된다면 정말 위력적인 서비스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삼일문고 지하에는 보통의 서점에는 없는 중고 코너가 있다. 일반적인 서점들은 새책만을 취급하는데 비해 삼일문고는 중고 코너가 있어서, 그 이유가 정말 궁금했는데 이야기를 듣고 나니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정성껏 큐레이션 해서 책을 진열한 만큼, 그 책이 다시 돌아온다 하더라도 자신의 선택을 믿기에 중고로 매입할 수 있다는 자신감. 나는 그의 그런 자신감이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삼일문고에는 다른 서점과는 달리 베스트셀러 코너가 없던데, 베스트셀러 코너를 만들지 않은 이유가 있으신가요?”
“어, 이 부분은 뜻하지 않게 만들어졌어요. 굳이 베스트셀러는 베스트셀러라고 표시를 해놓지 않아도 알아서 독자들이 구입을 해가는데, 베스트셀러 코너를 따로 만들어야 할까?라는 생각을 처음 오픈 전부터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렇게 고민을 하던 차에 설계가 완료되고 도면을 보니 그 코너를 둘 곳이 전시실 앞 밖에 없더라구요. 근데 전시실 앞에 그 코너가 있으면 전시실이라는 공간이 너무 상대적으로 답답해 보이는 게 커서 안 되겠다 싶어서 베스트셀러 코너를 만들지 않기로 했어요. 굳이 코너가 없어도 잘 나가는 책들이기에 다른 책들을 더 비중 있게 소개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도 했고요. 비록 베스트셀러 코너는 없지만, 베스트셀러들은 곳곳에 다 구비하고 있습니다.”
인터뷰를 오기 전에 삼일문고에 대해 검색을 하다가 베스트셀러 코너가 없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이곳은 왜 베스트셀러가 없나요?’라는 질문에 ‘이곳의 모든 책이 베스트셀러입니다.’라고 대답한 글을 보며 요새 말로 하면 심쿵을 당했었다. 소수의 책만을 주목하는 게 아닌 모든 책을 베스트로 만드는 그의 재치 있는 대답이 내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억지로라도 베스트셀러 코너를 만들 수도 있었지만, 그의 말처럼 어차피 베스트셀러는 베스트라고 써놓지 않아도 자동으로 많은 사람들이 찾기 마련이다. 그리고 베스트셀러 코너가 없기에 삼일문고 안에 진열된 책들은 모두가 베스트 같은 느낌으로 독자에게 다가설 수 있는 게 아닐까 싶다.
“다른 서점과는 차별화된 삼일문고만의 특색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다른 곳에 없는 것들이 몇 가지 있죠. 전시장, 카페, 만화 도서관, 중고서점, 그림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라던지. 그런 것들요. 처음 설계부터 문화공간을 극대화하려고 생각했었구요. 나중에는 책 선별로 차별화가 되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책 선별로 차별화가 되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말처럼, 그는 이미 조용히 삼일문고의 미래를 준비하고 있었다. 차곡차곡 책에 대한 여러 데이터가 쌓이면 삼일문고만의 클래식이라 말할 수 있는 ‘삼일문고 1000선’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했다. 분야별로 정리된 삼일문고만의 클래식은 어떤 모습으로 독자에게 다가갈까. 많은 시간이 필요할 테지만 나는 단언할 수 있다. 정말 멋진 컬렉션일 거라는 걸.
“오픈하신 지 육 개월 가량 되셨는데 서점에서 일하면서 있었던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많죠. 그중에서도 김천에 사시는 한 아주머니가 기억에 남네요. 거의 매일 서점에 오시는 분인데, <토지> 전 권을 구입을 하셨어요. 그런데 한 번에 <토지>를 가져가지 않고 조금씩 조금씩 가져가시더라고요. 배달해드릴까요?라고 물었더니, 서점에 매일 오고 싶어서 조금씩 책을 들고 가는 거라고 대답을 하시더라고요. 정말 인상 깊었습니다.”
나 또한 서점원 생활을 하며 인상적인 에피소드가 정말 많았다. 그러나, 대부분 책 제목에 대한 에피소드가 많았기에 이런 감동적인 에피소드는 드물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서점이란 얼마나 중요하고 소중한 공간인가라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서점에 매일 오고 싶어서 책을 조금씩 가져가는 손님이라니. 이 얼마나 감동적이고 마음 벅찬 이야기인가.
“만약 삼일문고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은 분이 오신다면 읽어보라고 추천해주고 싶은 도서가 있으세요?”
“나이 때에 따라 다를 것 같아요. 어느 아주머니가 오셨을 때 추천해드렸던 책이 생각이 나는데요. 양귀자의 <모순>이라는 책이에요. 그 외에 다른 책들은 남자분들이면 박민규 작가의 책, 영화를 보는 걸 즐기시는 분이면 천명관 작가의 책, 20~30대 분들에게는 에세이류가 좋지 않을까 싶어요.”
딱 한 권만 이야기할 수도 있는데, 다양한 타겟층을 예시로 들며 여러 책과 작가를 이야기하는 걸 보며, 아직은 많이 부족하다고 말했지만 이미 그는 빠른 시간에 독자들의 니즈를 많이 파악한 것 같다 싶었다. 6개월 만에 이 정도면 6년 후의 삼일문고는 정말 폭넓은 독자를 팬으로 만드는 서점이 되지 않을까.
“대표님이 이제껏 살아오면서 읽은 책 중 정말 행운이라고 느꼈던 책이 있을까요? 아, 이 책을 만난 건 정말 내 인생의 큰 이벤트였다 싶은 책이요.”
“<스토너>를 꼽고 싶네요. 소설에 대한 감동을 잊고 살던 시간이 있었는데, <스토너>는 그런 걸 다시 일깨워준 책이에요. 제가 책을 좋아했던 것처럼 주인공도 그랬고, 책 속의 주인공의 삶이 결코 성공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공감 가는 부분도 많고 감동으로 다가왔어요.”
<스토너>. 밋밋해 보이는 줄거리와 달리 책장을 펼치자 전혀 밋밋하지 않아서 놀랐던 소설이었다. 삶과 죽음, 그리고 역사. 단순히 한 사람만의 역사가 아닌 미국 전체의 역사를 관통하는 느낌의 소설이었기에 인상 깊었는데, 그에게도 <스토너>가 인상 깊었다는 사실이 좋았다. 역시 좋은 책은 시대와 사람을 가리지 않고 통한다.
“이제 질문이 몇 가지 안 남았네요. 대표님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서점이란 무엇인가요?”
“지역 서점이다 보니까 지역민에게 필요한 공간으로 자리하는 것과 책의 목소리를 독자들에게 잘 전달할 수 있는 서점. 그게 바로 이상적인 형태의 서점이 아닐까 싶어요.”
지금처럼만 계속 걸어나간다면, 삼일문고는 구미사람들에게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 공간이 될 거라 믿는다.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 동안 나는 오늘 처음 만난 그에게서 비록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믿음’이라는 글자가 가장 잘 어울리는 서점인이라는 생각을 했으니까.
“앞으로 서점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독자가 서점의 키를 가지고, 공간을 가꾸어가는 게 가장 중요하지 않나 싶어요. 결국 서점이란 독자의 발걸음으로 유지가 되고, 지역 서점은 지역민과 호흡을 하지 않고서는 살아남을 수 없으니까요.”
구미 시민들이 직접 키를 쥐고 삼일문고를 이끌어가는 모습을 상상하니 괜히 기분이 좋았다. 이미 시민과 함께 숨 쉬는 공간으로서의 삼일문고는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 독자가 직접 큐레이션 제안을 하기도 하고, 책을 정리하고 있으면 와서 함께 도와주기도 하며 그렇게.
“매일 서점에 나오시잖아요. 서점 문을 열며 어떤 생각들을 하세요?”
“오픈 담당 직원이 있어서 제가 직접 서점 문을 열지는 않지만, 매일 서점에 나오다 보니 드는 생각은 있어요. 정말 즐겁다는 거요. 들어올 때는 쉽게 나갈 수 없어서 약간 망설여지기도 하지만, 막상 서점에 들어서면 정말 즐거워요. 그 즐거움이 항상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는 것 같아요.”
다른 직원들과 달리 휴무일도 없이 매일 책방에 나오느라 지치기도 할 텐데, 서점에 들어서는 순간 즐겁다고 말하는 그의 표정에서 아이처럼 맑은 에너지가 뿜어져 나왔다. 어느덧 내가 준비한 질문도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지금부터는 구미에 관한 걸 물어볼 생각이었다. 나에게는 아직 하루의 시간이 더 있기에 구미를 좀 더 즐기고 돌아갈 계획이니까.
“구미에서 꼭 가봐야 할 명소나 맛집 같은 게 있다면 추천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음식 쪽은 여여 브레드라는 빵집이 있어요. 구미에 왔다면 한 번쯤은 먹어봐야 할 빵이에요. 아쉽게도 지금은 빵이 다 소진될 시간이네요. 걷기 좋은 곳은 금오산을 추천하고 싶어요. 밤에 걸어도 좋고, 낮에 걸어도 좋은 곳이에요.”
“내일 금오산은 꼭 가봐야겠네요. 걷는 걸 좋아하거든요. 그리고, 여행자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여행 관련 도서가 있다면 얘기해주세요.”
“저는 다른 사람과 여행의 스타일이 조금 달라서, 오지 쪽을 탐험하는 형태의 여행을 선호하는 편이에요. 문명과 떨어져하는 여행이 정말 좋아서 기억에 깊이 남아있어요. 지금 떠오르는 책이 있는데, 여행 서적이라고 하기에는 힘들지만 안병식 씨의 <나는 달린다>라는 책이 생각나네요. 울트라 마라토너인 저자가 온 세계를 달린 경험담이 담긴 책이에요. 그리고 한 권 더 있는데요. 브루스 채트윈의 <파타고니아>라는 책이에요. 제가 파타고니아에 갔을 때도 좋았는데, 이 책을 보면 파타고니아가 어떤 느낌인가 라는 걸 알 수 있어요.”
이제 대망의 마지막 질문만이 남았다. 다음 책방 추천. 과연 그는 어느 도시의 책방을 추천해줄까. 떨리는 마음으로 입을 열었다.
“마지막 질문이네요. 다음 코스로 갔으면 하는 도시의 책방을 추천해주세요.”
마지막 질문 이어서일까. 아니면 추천하고픈 책방이 많아서일까. 그는 한참을 고민하며 입을 열었다.
“대구의 책방 피노키오요. 지금 현재는 오프라인 서점 운영을 하지 않고, 온라인으로만 운영 중이지만 피노키오에 가면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거예요. 여러 지역에서 책방을 하셨고, 작은 책방이기에 큰 책방과는 다른 작은 책방만의 고민들을 나누기에도 좋을 거 에요. 그리고 그림책 분야에서는 최고의 안목을 가진 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일반 서점과는 다른 그림책만의 느낌도 받으실 수 있고요.”
책방 피노키오. 이야기는 익히 들었지만, 아직 가본 적은 없기에 이름만으로도 흥미로웠다. 그림책 전문 책방이기에 일반 서점과는 분명 다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들었다. 좋다, 나의 다음 행선지는 대구다. 피노키오에서는 내게 어떤 이야기들을 들려줄까. 다음 도시와 책방에 대한 설렘이 몽글몽글 피어오르며 그렇게 인터뷰는 끝이 났다.
*
세 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열정이 가득한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참 많은 걸 배우고 느꼈다. 마음이 뜨거워지는 느낌도 함께 받았고.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가진 그. 처음에는 그 아름다움이 단순히 공간적인 것에 국한된 아름다움이었다면, 지금은 더 나아가 책, 프로그램, 사람들과 어떻게 연계를 해나갈 것인지에 대한 복합적인 아름다움에 대한 고민을 안고 있다는 그의 말들을 들으며 어쩌면 서점이란 그 어떠한 공간보다 고민거리를 많이 던져주는 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삼일문고는 다른 서점과 달리 유아코너가 컸는데, 아이들이 서점을 놀이공간처럼 생각하고 놀러 올 수 있게 그렇게 꾸몄다고 했다. 숙제로서의 책이 아닌 친구로서의 책에 대한 감정을 어떻게 아이들에게 심어줄 수 있을지 지속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목소리에서, 서점 지하에 자리한 만화도서관에 앉아서 책을 읽는 아이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서점의 주차장에 자기들이 타고 온 자전거를 세워두고 지하로 쪼르르 달려갔을 아이들. 직접적인 매출에 그 아이들이 도움이 되지는 않겠지만, 내 눈에는 그 모습들이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워 보였다. 다른 곳을 갈 수도 있는데, 굳이 자전거를 타고 와서 서점이라는 공간에 와서 머무른다는 것이. 최소 20년을 바라보며 삼일문고를 시작한 그의 다짐은 아이들의 그런 모습으로 인해 더 단단해질 수 있는 게 아닐까.
예전에는 사이클 리스트라는 글자만 봐도 심장이 뛰었는데, 이제는 서점인이라는 글자가 그의 심장을 뛰게 한다는 것도 삼일문고의 미래에 고무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처럼 열렬히 심장이 뛰는 서점원이 있기에 구미에서 삼일문고는 거인의 어깨처럼 든든한 공간으로 자라날 것이다. 구미라는 지역에 대한 애정과 책임감이 듬뿍 묻어나던 목소리는 서점이라는 공간이 단순히 책을 판매하는 상업적인 공간을 벗어나 사람을 위한 곳이라는 느낌을 더 강하게 안겨주는 하나의 포인트이고. 사람이 중심이 되는 곳, 삼일문고. 누구든 이곳에 발걸음 하면 사랑에 빠지지 않고는 배기지 못할 것이다. 나 또한 그랬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