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원이 사랑한 도시 - 구미 (3)
삼일문고 인터뷰를 마친 다음날, 김기중 대표님이 추천해주신 금오산에 왔다. 여여브레드도 들러보고 싶었는데 일요일은 영업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아쉽게도 들르지 못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딱 오늘이 일요일이었기에. 그래도 너무 많이 아쉬워하지는 않으려 한다. 이번에 여여브레드를 가보지 못했으니, 다음번에도 구미를 와야 하는 핑계가 하나 더 생겼으니까.
금오산은 내 생각보다 더 크고 넓었다. 호수 옆에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있어서 걷기에 좋아서 기분 좋은 마음으로 발걸음을 떼었다. 부쩍 추워진 날씨 탓에 걷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는 않았지만, 그래서 더 좋았다. 혼자 여유로이 사색을 하며 산책을 할 수 있으니까. 걷다 보니 조그마한 정자가 눈에 띄었다. 한자에 약해서 정자의 이름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상아색의 정자는 오랜 세월 그곳에 자리했는지 굳건한 모습으로 나를 반기고 있었다. 누군가는 이 정자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도 부르고, 또 누군가는 삶에 대한 고민들을 잔잔한 호수에 던지기도 했겠지. 지금 이곳을 지나는 일개 관광객인 나는 앞으로 내 앞에 펼쳐질 날들에 대한 생각에 빠진다. 평균 수명이 길어진 만큼 살아가야 할 날도 많은 만큼, 하고 싶은 일, 쓰고 싶은 글이 참 많다. 한 번씩 우스갯소리로 나는 사람들에게 말하곤 했다. 향후 10년간 쓰고 싶은 글의 아이디어는 충분하다고. 그 글들이 사장되지 않고, 세상에 빛을 볼 수 있게 하려면 정말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지. 우선은 꾸준함을 가지고 포기하지 않고 계속 써나 가야지. 지금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그것뿐이니까. 마음속으로 다짐 아닌 다짐을 하는데, 한 무리의 오리가 유유히 호수 위를 떠가는 모습이 보였다. 오리들의 평화로운 움직임을 가만히 구경하고 있으니, 나도 덩달아 평화로워졌다. 걸음을 멈추는 순간순간마다 눈에 들어오는 풍경들이 참 좋아서, 나는 왜 그가 금오산을 추천해주었는지를 깨달았다. 이곳에 다른 이름을 붙일 수 있다면, 나는 사색의 길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싶다. 금오산 풍경들이 내게 보여주는 이미지는 나에게 오롯이 하나의 사색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들어주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