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의 길, 금오산 길

서점원이 사랑한 도시 - 구미 (3)

by 석류



IMG_0934.JPG 금오산 옆에는 이렇게 걷기 좋은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다.



삼일문고 인터뷰를 마친 다음날, 김기중 대표님이 추천해주신 금오산에 왔다. 여여브레드도 들러보고 싶었는데 일요일은 영업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아쉽게도 들르지 못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딱 오늘이 일요일이었기에. 그래도 너무 많이 아쉬워하지는 않으려 한다. 이번에 여여브레드를 가보지 못했으니, 다음번에도 구미를 와야 하는 핑계가 하나 더 생겼으니까.



IMG_0935.JPG 걷다보니 눈에 들어온 정자. 한자를 찾아보니 금오정이었다.
IMG_0938.JPG 오리들이 떠다니는 모습이 인상깊었다.



금오산은 내 생각보다 더 크고 넓었다. 호수 옆에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있어서 걷기에 좋아서 기분 좋은 마음으로 발걸음을 떼었다. 부쩍 추워진 날씨 탓에 걷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는 않았지만, 그래서 더 좋았다. 혼자 여유로이 사색을 하며 산책을 할 수 있으니까. 걷다 보니 조그마한 정자가 눈에 띄었다. 한자에 약해서 정자의 이름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상아색의 정자는 오랜 세월 그곳에 자리했는지 굳건한 모습으로 나를 반기고 있었다. 누군가는 이 정자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도 부르고, 또 누군가는 삶에 대한 고민들을 잔잔한 호수에 던지기도 했겠지. 지금 이곳을 지나는 일개 관광객인 나는 앞으로 내 앞에 펼쳐질 날들에 대한 생각에 빠진다. 평균 수명이 길어진 만큼 살아가야 할 날도 많은 만큼, 하고 싶은 일, 쓰고 싶은 글이 참 많다. 한 번씩 우스갯소리로 나는 사람들에게 말하곤 했다. 향후 10년간 쓰고 싶은 글의 아이디어는 충분하다고. 그 글들이 사장되지 않고, 세상에 빛을 볼 수 있게 하려면 정말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지. 우선은 꾸준함을 가지고 포기하지 않고 계속 써나 가야지. 지금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그것뿐이니까. 마음속으로 다짐 아닌 다짐을 하는데, 한 무리의 오리가 유유히 호수 위를 떠가는 모습이 보였다. 오리들의 평화로운 움직임을 가만히 구경하고 있으니, 나도 덩달아 평화로워졌다. 걸음을 멈추는 순간순간마다 눈에 들어오는 풍경들이 참 좋아서, 나는 왜 그가 금오산을 추천해주었는지를 깨달았다. 이곳에 다른 이름을 붙일 수 있다면, 나는 사색의 길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싶다. 금오산 풍경들이 내게 보여주는 이미지는 나에게 오롯이 하나의 사색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들어주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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