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즈넉한 산책 명소, 진평왕릉

서점원이 사랑한 도시 - 경주 (3)

by 석류


IMG_0991.JPG 선덕여왕의 아버지, 진평왕이 잠든 진평왕릉.


오늘은 책방에서 추천해준 진평왕릉. 교통편이 편한 곳이 아닌지라 차가 없으면 가기 힘들다고 했는데, 운이 좋게도 차가 있는 일행이 경주로 넘어와 함께 해준 덕분에 수월하게 진평왕릉으로 갈 수 있었다. 계절이 겨울이라 비록 황금들녘을 볼 수는 없었지만, 진평왕릉을 둘러싼 특유의 고즈넉한 분위기는 단숨에 나를 사로잡았다. 선덕여왕의 아버지 진평왕. 아버지를 조용하고 경치 좋은 곳에 모시고 싶었던 건지, 진평왕릉은 널찍하고 탁 트인 경치를 자랑했다. 왕릉 주변에는 소나무가 참 많이 눈에 띄었는데, 바람만 불지 않으면 소나무 아래에 돗자리를 깔고 책도 읽고 낮잠도 자고 싶었다. 이번에는 날씨도 날씨지만, 돗자리도 없었기에 아예 시도조차 할 수 없었던 게 아쉽지만.



IMG_0996.JPG 달과 소나무를 벗삼아 진평왕릉은 이곳에 잠들어있겠지.


진평왕릉 주변을 천천히 산책 삼아 걷는데, 벤치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벤치에 글귀가 박혀있어서 좀 더 가까이 다가가 보니, 달빛이라는 제목으로 진평왕릉에 대한 시가 담겨있었다. 시의 내용처럼 진평왕은 달과 소나무를 벗 삼아 잠들며 풀벌레들의 노랫소리를 들었으리라. 시의 영향인지 날씨가 따스하게 풀리는 봄날, 이곳을 다시 찾고 싶은 욕망이 간절해졌다. 시처럼 나도 돗자리 위에 누워 풀벌레들의 노랫소리를 들으며 나른하게 책장을 펼치고 글자들을 눈 속에 하나하나 새기고 싶다. 햇볕이 따뜻한 봄날, 경주에 오면 발걸음 할 곳이 하나 더 늘었다. 봄날을 기다리며 나는 마음속으로 진평왕에게 인사를 건네고, 기분 좋게 진주로 발걸음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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