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원이 사랑한 도시 - 경주 (3)
오늘은 책방에서 추천해준 진평왕릉. 교통편이 편한 곳이 아닌지라 차가 없으면 가기 힘들다고 했는데, 운이 좋게도 차가 있는 일행이 경주로 넘어와 함께 해준 덕분에 수월하게 진평왕릉으로 갈 수 있었다. 계절이 겨울이라 비록 황금들녘을 볼 수는 없었지만, 진평왕릉을 둘러싼 특유의 고즈넉한 분위기는 단숨에 나를 사로잡았다. 선덕여왕의 아버지 진평왕. 아버지를 조용하고 경치 좋은 곳에 모시고 싶었던 건지, 진평왕릉은 널찍하고 탁 트인 경치를 자랑했다. 왕릉 주변에는 소나무가 참 많이 눈에 띄었는데, 바람만 불지 않으면 소나무 아래에 돗자리를 깔고 책도 읽고 낮잠도 자고 싶었다. 이번에는 날씨도 날씨지만, 돗자리도 없었기에 아예 시도조차 할 수 없었던 게 아쉽지만.
진평왕릉 주변을 천천히 산책 삼아 걷는데, 벤치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벤치에 글귀가 박혀있어서 좀 더 가까이 다가가 보니, 달빛이라는 제목으로 진평왕릉에 대한 시가 담겨있었다. 시의 내용처럼 진평왕은 달과 소나무를 벗 삼아 잠들며 풀벌레들의 노랫소리를 들었으리라. 시의 영향인지 날씨가 따스하게 풀리는 봄날, 이곳을 다시 찾고 싶은 욕망이 간절해졌다. 시처럼 나도 돗자리 위에 누워 풀벌레들의 노랫소리를 들으며 나른하게 책장을 펼치고 글자들을 눈 속에 하나하나 새기고 싶다. 햇볕이 따뜻한 봄날, 경주에 오면 발걸음 할 곳이 하나 더 늘었다. 봄날을 기다리며 나는 마음속으로 진평왕에게 인사를 건네고, 기분 좋게 진주로 발걸음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