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원이 사랑한 도시 - 속초 (3)
원래 계획대로라면 해가 밝아오는 시간 즈음 일어나 천천히 산책을 할 예정이었는데, 도저히 눈꺼풀을 들어 올릴 힘이 없었다. 속초까지 오느라 에너지를 다 써버린 탓일까. 조금 더 잠을 보충한 후, 눈을 떴다. 전날 비가 왔다는 게 무색하게도 화창한 아침이었다. 맑은 공기 속에서 천천히 몸을 움직여 최윤복 대표님이 추천해준 영금정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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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날들에서 영금정으로 향하는 길은 멀지 않았다. 청량한 노래를 틀고 헤드셋을 끼고서 아침 공기를 잔뜩 들이마시며 느릿하게 걷다 보니 영금정이 나왔다. 오랜만에 바다를 본다. 바다를 보니 마음이 설렜다. 언제나 바다는 내게 설렘을 안겨주는 장소였다. 대학 시절 살았던 부산에서도, 짧은 짐을 꾸려 일 년간 머물렀던 제주도에서도. 나는 항상 바다에 홀려있었고, 바다가 있는 그 도시들에 애정을 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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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에서 만난 바다는 파랗게 빛났다. 그 어느 날, 부산에서 버스를 타고 강원도로 가는 길에 보았던 바다가 떠올랐다. 그때도 바다를 보며 오늘과 같은 생각을 했다. 강원도 바다는 정말 푸르구나 라고. 참 신기하게도 지역마다 바다의 느낌은 모두 다르다. 그래서 바다는 질리지 않는 매력으로 사람을 홀리는 거겠지. 밀려오는 파도를 바라보며 잠시 멍하니 생각에 잠겨 있다가 영금정 근처에 등대가 있는 걸 보곤 무작정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계단을 오르는 걸 즐기진 않지만, 등대로 향하는 계단은 별로 안 높아 보였으니까. 그런 내 생각을 비웃기라도 한 듯 밑에서 보기에 높지 않아 보였던 계단은 복사 붙여 넣기라도 한 듯 위로, 또 위로 솟아올라 있었다. 등대를 너무 만만히 생각했던 걸까. 어느새 등에 땀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그냥 다시 내려갈까 싶어서 아래를 쳐다보았더니 내려가기에는 아쉬울 정도로 많이 올라왔다. 그래서 이왕 오른 김에 끝을 보자 싶어서 묵묵히 정상을 향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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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 도착했다. 등대에 닿자 흘렸던 땀을 보상받는 기분이 들었다. 아래로 탁 트인 경치를 보니 마음이 뻥 뚫렸다.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과, 아직 지지 않고 꿋꿋이 꽃잎을 날리고 있는 벚꽃나무가 내게 반가운 인사를 건넸다. 그렇게 눈에 닿는 모든 풍경이 아름다운 봄을 나는 속초에서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