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동의 밤, 밤의서점 下

서점원이 사랑한 도시 - 서울 (2)

by 석류



“요즈음 조그마한 소규모 서점이 많이 생기고 있는데, 그래도 아직 서점들이 살아나가기엔 열악한 환경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서울이라는 도시, 그것도 홍대와 멀지 않은 연희동에서 밤의서점을 운영하며 현실적으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서점도 가게잖아요. 가게다 보니 맘에 들지 않으면 굳이 사지 않고 구경만 하고 돌아가도 되긴 한데, 그래도 저희 입장에서는 한 권이라도 책을 사주시는 분이 고맙게 느껴지죠. 오히려 지금보다 덜 알려졌을 때는 정말 저희 서점에 조심스러운 애정을 갖고 발걸음 해주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사진 촬영도 항상 물어보고 하시고, 책도 손상이 가지 않게 조심스럽게 펼치시는 그런 분들이요. 그런데 조금씩 매체에 알려지다 보니 서점이라는 포커스보다는 예쁜 곳, 예쁜 공간이라는 부분에 초점이 맞추어지는 방문이 많더라고요. SNS에 인증하기 위한 느낌의 방문 같달까요. 그런 방문이 늘다 보니 셔터 소리는 가득하고, 손상되는 책도 많아졌어요. 물론, 공간을 소비하러 오시는 분들도 오실 권리는 있어요. 그러나, 과도하게 공간을 소비하시는 분들로 인해서 정말 책을 사랑해서 방문하신 분들이 불편하게 여긴다면 그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런 부분들의 균형을 맞추는 게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

“연희동도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심할 거라는 생각이 드는데, 그런 부분에 대한 영향은 없으신가요?”

“영향이 없지는 않죠. 그래도 번화가와는 조금 떨어져 있어서 그나마 나은 편인 것 같아요. 그래도 연희동이 유명해질수록 불안해지는 마음은 있죠. 동네가 유명해지고 뜰수록 임대료도 올라가니까요.”



참 어렵다. 서점이 알려지는 건 분명 좋은 일이지만, 알려지는 과정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아나갈 건지에 대한 것이. 그리고 서울중에서도 홍대와 인근 한 동네들은 젠트리피케이션이 갈수록 더 심화되고 있기에 임대료라는 현실적인 측면을 감당하는 것도 끊임없는 고민의 연속일 것이다. 다시금 업종 중에서도 수익률이 낮기로 유명한, 서점을 운영하는 사람들에 대한 존경심이 피어올랐다.



밤의서점의 새로운 시그니처, 생일문고.



“얼마 전부터 생일 문고를 시작하셨는데, 해당 날짜에 탄생한 작가들의 책을 블라인드 북 형식으로 만들어 판매하는 생일 문고의 기획은 어디에서 아이디어를 얻으신 건가요?”

“생일 문고는 도쿄에 여행 갔을 때 어느 서점에서 봤어요. 365권의 책을 생일 문고로 소개하고 있더라고요. 근데 그건 일본어로 된 책이잖아요. 기념 삼아 가지고는 있을 수 있지만, 읽을 수는 없으니까 한국어 버전으로 해보면 어떨까 싶어서 해당 날짜에 탄생한 작가들을 열심히 검색하며 찾았어요. 폭풍의 점장이 검색에 워낙 능해서, 찾는데 도움이 많이 됐어요. 처음에는 365권을 한다는 게 너무 부담스러워서 달 별로 하자 싶었어요. 그런데 그 시기에 광화문 책 축제에 나가게 돼서 좀 더 새로운 걸 해보자 싶어서 365권을 다 하는 형태로 바뀌었어요. 작가를 검색하고, 책을 찾고 포장해서 광화문에 나가는데 시간이 워낙 한정적이라 힘들더라고요. 하필 비까지 오고요. 그래도, 그 기획에 대한 반응이 워낙 좋아서 뿌듯하더라고요. 물론 처음의 아이디어는 일본에서 가져온 거지만, 밤의서점식으로 새롭게 변주해서 만든 한국식 생일 문고라서 그런지 다들 신선하게 받아들여주시더라고요. 생일날 선물하는 책이니까 어려운 책은 최대한 피하고, 시리즈도 피해서 단권으로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들로 구성했어요.”



블라인드 북 형식은 워낙 많은 서점에서 차용하고 있어서 이제는 유니크한 느낌은 사라졌지만, 밤의서점의 생일 문고는 기존의 블라인드 북과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내 생일에 탄생한 작가의 작품을 만나는 재미가 있달까. 그게 내가 아는 작가던, 모르던 작가던 블라인드 북을 푸는 순간의 설렘은 모두 같을 것이다. 책 한 권, 한 권마다 점장님들이 작가와 작품을 찾아가며 정성껏 포장해놓은 포장지를 벗겨내는 순간의 기쁨. 그것이야 말로 블라인드 북을 만나는 우리들만이 누릴 수 있는 행복감이겠지.



밤의서점에서 만든 다이어리. 밤을 닮았다.



“밤의서점에서 만든 다이어리도 인상 깊었어요. 보통 다이어리라고 하면 1년짜리를 생각하기 마련인데, 1년 다이어리뿐만 아니라 10년 다이어리를 만드신 걸 보고 신선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10년 다이어리를 만들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제가 여행 다니는 걸 좋아하는데요. 여행을 하다 외국에서 10년 다이어리를 봤어요. 일본이나 미국에는 10년형이나 5년형의 다이어리가 있더라고요. 어느 일본 드라마에서도 단정한 필체로 매일 한 줄씩 기록하는 장면이 나온 적이 있는데요. 그게 참 인상 깊었어요. 그리고 우리나라에는 아직 알려지지 않아서, 여러 용도로 쓸 수 있게 한 줄 형식으로 해서 10년 다이어리를 도입해보자 싶었어요.”

“아, 그렇게 시작된 거군요. 내년에도 다이어리를 만드실 계획인가요?”

“네. 내년에도 만들 계획이에요.”



밤의서점에서 굿즈 형식으로 만들어 낸 다이어리는 서점을 닮았다. 다이어리의 색도 밤의 색깔인 블랙이고. 나도 한 권을 구입해서 매일의 일상을 기록 중인데, 아쉽게도 내가 구입한 다이어리는 10년형이 아닌 1년형이다. 1년 후의 상황도 예측하기 힘든데, 10년 동안 꾸준히 한 권에 이야기들을 담아낼 자신이 없었다. 그러나 다이어리를 쓰며 10년형을 사지 않은 걸 후회했다. 길게 일상을 기록하기보다 짤막하게 일상을 기록하는 게 많았기에, 긴 글이 아닌 짧은 키워드로 하루를 기록하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10년형이 더 잘 어울리는 옷이 아닐까 싶다. 조금 더 길게 쓰고 싶다면 1년형의 다이어리를 쓰고. 두 가지 형태로 출시된 다이어리는 그런 면에서 참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골라 쓰는 재미가 있다.



“밤의 점장님은 인스타그램, 폭풍의 점장님은 트위터를 각각 관리하시잖아요. 그렇게 서로 다른 플랫폼의 계정을 나눠서 관리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처음에 둘 다 개인 트위터 계정이 있다 보니, 트위터와는 좀 더 친밀했기에 서점 트위터 계정을 개설하는 부분에서는 만장일치로 합의를 봤어요. 근데, 한창 인스타그램이 대세로 뜨던 시기라서 주변에서 인스타그램을 하라는 권유가 많아서 제가 인스타그램을 만들고 하는 방법을 배웠어요. 만들고 계정 운영을 하다 보니, 인스타그램은 상당히 피드백이 빠른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제가 인스타그램 계정을 운영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폭풍의 점장이 트위터 계정을 맡게 되면서 둘이 하나씩 운영하게 되었어요.”



서로 다른 성격의 두 사람이 서로 다른 플랫폼의 계정을 운영하다 보니, 올라오는 게시물의 느낌들도 확실히 다르다. 그리고 두 사람에게 딱 맞는 운영이라는 생각도 든다. 트위터는 시원시원한 느낌의 폭풍의 점장님과 잘 어울리고, 얼떨결에 하게 되었지만 인스타그램은 잔잔한 밤의 점장님에게 딱 어울리는 SNS라는 느낌이 드니까.



“다른 서점들은 블로그를 많이 운영하는데, 밤의 서점은 블로그가 아닌 브런치 계정을 운영하는 것도 기억에 남는 부분인 것 같아요. 블로그가 아닌 브런치를 사용하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저희 둘 다 글 쓰는 걸 좋아하고, 글로 소통하고 싶어 하는 편이에요. 트위터나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짧은 글로는 아쉬운 부분이 있었고, 조금 더 긴 글을 올릴 곳이 필요했어요. 그러다 브런치를 알게 됐는데, 다른 플랫폼과는 다르게 좀 더 정제된 느낌이 들었어요. 블로그는 홍보성의 느낌을 띄기도 하는데, 브런치는 매거진처럼 읽을 수 있는 느낌이더라고요. 그래서 브런치를 시작하게 됐어요.”



다른 서점들은 블로그를 함께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왜 밤의서점은 블로그가 아닌 브런치를 하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씻겨 내려가는 대답이었다.



“밤의서점 브런치 계정 외에 밤의 점장님의 개인 브런치 계정에서 요새 ‘인생의 낙법’이라는 주제로 잘 넘어지는 법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도 인상 깊었어요. 잘 버티는 것도 아닌, 잘 넘어지는 법이라는 게 특이하기도 하고요. 왜 하필 넘어지는 법으로 쓰게 되셨는지도 궁금하네요.”

“서점을 하다 보니, 책을 추천해달라고 하시는 분도 있지만 개인 상담을 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이런 부분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라는 물음에 제가 이렇게 이렇게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라고 이야기하는 것도 좋지만, 제가 살아오면서 미리 넘어졌던 일들에 대한 부분들을 서로 공유하면 좋겠다 싶어서 ‘인생의 낙법’을 시작하게 됐어요. 누군가 성공한 이야기가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겠지만, 누군가의 실패담이 위로가 되거나 도움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성공담에 대한 이야기들은 도처에 널려있다. 그러나 실패담은 성공담에 비해 상대적으로 찾기 어렵다 생각한다. 본인의 실패담을 꺼내놓는 걸 꺼려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겠지. 그래서일까. 누군가의 실패담이 위로가 되거나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 따뜻하게 마음에 와 닿았다.



밤의서점의 서가 곳곳에서 우리는 보석같은 책을 만나는 기쁨을 누린다.



“다른 서점과는 차별화된 밤의서점만의 특색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이 공간에 와서 모르는 작가나 잊고 있었던 책을 발견하는 분들을 볼 때 정말 좋다고 생각하는데요. 대형 서점에서는 베스트셀러나 신간 위주의 큐레이션이 많은데 반해서, 저희는 나온 지 오래되었어도 주목을 많이 받지 못한 책들을 큐레이션하고 있어요. 묻혀있는 보석 같은 책들을 발견하는 기쁨을 느낄 수 있는 게 저희 서점의 가장 큰 특색이 아닐까 싶어요.”



앞에서도 이야기했던 마음의 빛 부분과 맞닿은 대답. 자신 안의 마음의 빛을 찾고, 숨겨진 보석 같은 책을 발견할 수 있는 기쁨을 가진 서점. 이런 마인드로 책 큐레이션이 되어있는 서점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에피소드도 많을 것 같은데요. 밤의서점을 운영하며 있었던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정말 많은데, 시간이 지나다 보면 잊어버리곤 해서 최근의 기억이 가장 선명하게 남아요. 인스타그램에도 올렸었는데요. 저희 서점에 오시는 손님들이 무언가를 가져다주시는 일들이 종종 있어요. 어제 “점장님, 꽃상추와 구운 계란과 사과가 있는데 좀 드릴까요?” 라며 동네에 사시는 손님에게 연락이 왔어요. 그런 작은 마음들을 나누어 주시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이곳이 생각나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들을 나누고 베풀어 주시는 게 감사하죠. 그리고, 올 겨울에 서점이 침수가 된 적이 있었어요. 평일에 서점 문을 딱 여는데 주말 동안 물이 가득 찼었더라고요. 다행히도 책들은 높은 곳에 있어서 젖진 않았는데, 다른 비품들은 젖어버려서 쓰지 못하고 버렸죠. 영업도 못하고 물을 퍼내고 있는데, 동네에 단골손님이 퇴근하는 길에 그걸 보시곤 같이 물을 퍼내는 걸 도와주셨어요. 이 공간을 나처럼 아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좋았어요. 책 축제 나갈 때도 급하게 생일 문고를 많이 포장해야 돼서 인력이 필요했는데, 돈도 안 받으시고 밤늦은 시간까지 도와주신 분도 계시고요. 유명한 분들이 서점을 좋다고 해줄 때도 좋지만, 이렇게 공간을 아껴주는 분들을 볼 때면 가장 기쁘고 인상적인 것 같아요.”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작은 마음들이 이 공간에 모인 순간들을 머릿속으로 상상해보았다. 상상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처음엔 나로 시작되었지만, 점차적으로 나 혼자만이 아닌 모두의 서점이 되어가는 과정. 그렇게 밤의서점은 모두의 서점으로 자라나가고 있었다.



“살아오면서 읽은 책 중 이 책을 만난 건 정말 행운이라고 느꼈던 책이 있나요?”

“저의 생애 첫 인생 책은 미우라 아야코의 <길은 여기에> 에요. 미우라 아야코의 자전 수필인데요. 대학 재수를 하던 무렵에 이 책을 알게 됐는데, 이 책을 읽으며 아름답게 산다는 건 이렇게 사는 거구나라는 걸 느꼈어요.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 떠오르는 책도 있는데요. 알베르 카뮈의 <안과 겉>이라는 책이에요. 이 책은 서점을 하면서 읽게 된 책인데요. 카뮈는 소설로만 읽었는데, 수필도 좋더라고요. 내가 모르던 카뮈의 모습을 알게 돼서 좋다는 생각을 했어요. 다시 펼쳤을 때도 좋다는 생각을 했고요. 문제를 앞에 두고 도망치지 않고, 직면하는 카뮈의 자세가 매력적이었어요. 결코 쉽지만은 않은 책이기에 여러 번 읽게 되는 측면도 있는데, 그래서 계속 펼쳐 볼만한 의미가 있는 책인 것 같아요.”



<이방인>이라는 소설로 우리에게도 널리 알려진 알베르 카뮈. 나 또한 카뮈의 소설은 읽어보았지만, 수필은 읽어보지 않아서 생소하다. 진주로 돌아가면 카뮈의 수필을 한 번 펼쳐봐야겠다.



“이것도 책 추천에 대한 질문인데요. 길을 걷다가 어떤 사람이 밤의 서점에 들르게 됐어요. 책을 잘 읽는 사람은 아니지만, 서점에 온 김에 책을 읽어보고 싶다고 추천해 달라고 말한다면 꼭 읽어보라고 추천해주고 싶은 책은 무엇인가요?”

“도다 세이지의 <이 삶을 다시 한번>이라는 만화책이 있어요. 만화 단편선 같은 책인데요. 글이 익숙지 않으면, 글이 같이 있는 만화나 그림책으로 시작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만약 만화책이 싫다고 말하신다면, 영화로도 널리 알려진 위화의 <허삼관 매혈기>라는 소설을 추천해드리고 싶어요. 이 책은 책과 친하지 않은 분들에게도 추천해드리곤 했던 책이에요. 페이지도 잘 넘어가고, 감동적인 소설이어서 앉은자리에서 단숨에 다 읽었다는 얘기들이 많았어요.”



정갈한 손글씨로 쓰인 점장님들의 책 추천 띠지.


책과 친해지는 게 우선이기에, 처음부터 활자로 가득 찬 건 부담스러울까 봐 상대적으로 편하게 읽기 좋은 만화류를 먼저 추천해주는 모습에서 정갈하면서도 따뜻한 필체로 책 추천 띠지를 써놓은 모습이 묘하게 오버랩되었다. 띠지들을 읽었을 때 이 책은 어떨까 하는 궁금증에 읽어보고 싶다고 호기심이 들었던 것처럼, 책 추천 대답을 듣는 지금도 같은 마음이 드니까. 그런 그녀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서점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점장님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서점이란 무엇인가요?”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서점은 오시는 손님들이 서점에서 책을 보시거나, 아니면 공간 자체에 취해서 머물고 가시고 난 후에 무언가 자기가 포기하고 있던 자그마한 부분들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곳이었으면 좋겠어요. 정말 사소하지만 미뤄놓거나 하지 못했던 것들을 다시 시작하고, 그런 것들을 시작했다고 서점에 방문해 저에게 이야기해주신다면 정말 이상적이지 않을까 싶어요.”



이제까지 이 질문을 했을 때 가장 많이 들었던 대답은 문턱이 낮은 서점이었다. 남녀노소 연령대를 불문하고 편하게 드나들 수 있는 서점이었으면 좋겠다는 것. 그러나, 그녀의 대답은 달랐다.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얻는 서점이라니. 이보다 더 이상적일 수 있을까.



“매일 서점 문을 열며 하는 생각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딱히, 특별한 마음가짐을 가지고 여는 건 아니고요. 모임이 예정되어 있는 날이라면 어떤 분들이 오실까 하는 생각들은 있어요.”



일상의 마음으로 서점을 열고, 손님을 기다리는 마음. 변함없는 자세로 계속 서점 문을 여는 것 자체가 어쩌면 대단한 걸지도 모르겠다. 어느덧 인터뷰도 막바지를 향해 간다. 남은 질문은 두 개. 여행에 관한 질문이다.



“연희동에서 가보아야 할 명소가 있다면 어디일까요?”

“궁동공원이라고 있는데요. 골목을 지나, 언덕을 올라가면 그 공원이 나와요. 서점에 들렀다가 그곳에 가면 좋은 산책 코스가 될 것 같아요. 연희동이 한눈에 보이는 곳이어서 전망도 좋구요. 야경도 이뻐서, 날씨가 맑은 날 가면 야경 구경하기에도 좋을 거예요.”



날씨가 맑았다면 그녀의 추천대로 야경을 보고 가면 좋을 텐데, 애석하게도 오늘은 비가 내린다. 비 때문에 궁동공원은 다음 기회에 방문하는 것으로 미뤄두었지만, 그 핑계로 밤의서점에 올 구실이 하나 더 늘어났기에 기쁜 마음으로 발걸음을 돌릴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마지막 질문입니다. 여행자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여행에 관한 책이 있다면 얘기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김희경 작가의 <나의 산티아고, 혼자이면서 함께 걷는 길>을 추천하고 싶어요. 산티아고 여행기인데요. 이분이 여행에서 자신을 직설적으로 정면으로 바라보는 모습들이 인상 깊었어요.”



연희동의 빛이 되어, 이 공간이 오래도록 남아주길 바란다.



마지막 책 추천까지 받고, 인터뷰가 마무리되었다. 자리에서 일어나기 위해 시계를 보니 예상보다 빨리 만나 인터뷰를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꽤 많은 시간이 흘러있었다. 그 정도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인터뷰를 하기 전보다 밤의서점에 대한 애정들이 더 충만해진 시간들이었다. 오래오래, 밤의서점이 연희동 골목을 밝히는 하나의 빛으로 자리했으면 좋겠다. 연희동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서점이 되길 바라며, 밤의서점과 함께 서울에서의 나의 밤들은 반짝반짝 짙게 물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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