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을 여행하는 곳, 도시여행자 上

서점원이 사랑한 도시 - 대전 (1)

by 석류



나는 항상 여행이 고프다. 그래서 삶의 여행자라는 모토를 내걸고 삶을 여행하듯 살아가고 있다. 그런 내게 있어서, 이번 대전 방문은 더 뜻깊었다. 대전 유일의 여행 서점인 ‘도시여행자’에 가기로 했기 때문에. 삶의 여행자라는 모토를 가진 나와, 삶은 여행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운영을 해나가는 공간과의 만남은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까. 하늘도 푸르게 대전 방문을 반기는 날, 나는 잔뜩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도시여행자의 문을 두들겼다.



*



삶은 여행이라는 슬로건이 매력적인 도시여행자.



“안녕하세요. 먼저 자기소개부터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도시여행자에서 컨텐츠 디렉터를 맡고 있는 김준태라고 합니다. 저희 회사는 작지만 대전에서 많은 일들을 하고 있고요. 각자 닉네임을 쓰고 있는데요. 제 닉네임은 라가찌예요. 이탈리아어로 소년이란 뜻입니다. 소년의 감성을 잃지 않으려고, 라가찌라는 닉네임을 지었어요.”



소년의 감성을 잃지 않으려고 라가찌라는 닉네임을 쓴다는 그의 눈에서 소년처럼 초롱초롱한 빛이 보였다.



“여행이라고 하면 보통 도시의 이미지보단 한적한 곳이나 해외로 떠나는 것들을 많이 연상하곤 하는데, 도시여행자는 도시 안에서의 여행을 추구하는 것 같아서 흥미롭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이름도 도시여행자로 정하게 되신 건가요?”

“저 같은 경우는 여행의 경험을 통해서 하고 싶은 게 뭔지를 뚜렷하게 찾아낸 케이스인데요. 어떤 여행을 하면 좋을까 생각하다가 도시를 벗어나는 여행보단 도시 안에서의 여행이 좋아서, 도시에 머무르는 여행을 중점적으로 하다 보니 도시여행자가 되었어요. 그리고 도시에서 살아가며, 도시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더 잘 살펴보자는 의미로 도시여행자라는 이름을 지었어요. 그런데 이름 때문에 오해가 많으세요. 도시여행자라는 이름으로 인해서 시골은 여행 안 하고 도시만 여행하는 것 아니냐고. 전혀 그렇지 않고요. 도시에서 살아보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 때문에 도시여행자예요.”



왜 하필 이름이 도시여행자일까 궁금했는데, 대답을 듣고 나니 궁금증이 풀렸다. 도시에 머무르며 그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잘 알아가자는 의미라니. 무언가 로맨틱하다.



“서울 쪽에는 여행 서점이 여럿 있는데 반해, 지방에는 드물어요. 대전이라는 도시에서 여행 서점을 만들게 된 이유가 있나요?”

“저희 구성원 다수가 여행을 좋아해요. 그리고 공동 창업자인 아트디렉터 박은영 씨와 저는 부부 사이인데, 백두산 여행을 하며 만나게 됐어요. 저 같은 경우는 지역사회에 대한 고민들을 여행을 통해서 많이 들여다보게 되었는데요. 특히 공교육에 대한 문제점들을 많이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기존의 공교육에서는 줄 수 없는 부분들, 사색하거나 혼자만의 방향을 찾는 것들을 자연스럽게 제공해 줄 수 있는 게 무엇인가 고민하다 보니 혼자 여행을 떠나는 게 가장 좋은 대안이겠구나 싶었어요. 그래서 여행이라는 키워드를 놓치지 않고 가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여행을 하다 보면,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의 삶의 만족도를 훨씬 높일 수 있다는 생각도 들고요. 그래서 누군가에게 여행에 대한 영감을 주고, 여행에 대한 다양한 패러다임을 제시해줄 수 있는 측면에서의 공간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죠. 관광지에 가서 스팟만 찍고 오는 여행이 아닌 현지에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고민, 여행을 다녀오면서 자신에 대한 고민, 살고 있는 도시에 대한 고민들도 해봐야 된다 싶어서 그걸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했더니 바로 여행 서점이었어요. 사실, 저희는 서점보다는 오히려 카페나 여행도서관 쪽이 문화예술 측면에서는 컨텐츠가 더 강해요. 남들이 투자하지 않는 것들을 공간을 통해 많이 실현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단순한 힐링 차원의 여행을 넘어서 더 많은 부분을 고민하고 사람들과 나누려는 의지가 목소리에서 느껴졌다. 그래서일까. 여행에 대한 정보들을 제공하며, 하나의 고유한 컨텐츠로 만들어가는 도시여행자는 그와 닮아있단 생각이 들었다.



“아내분과 백두산 여행을 하며 처음 만나게 되셨다고요. 두 분의 러브스토리도 도시여행자를 오픈하는데 큰 영향을 끼쳤을 것 같아요.”

“장단점이 있는데요. 같이 꿈을 꾸며 오랜 시간 함께 일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고요. 반대의 부분은 서로 살아온 환경이 다르다 보니 일할 때 다소 맞지 않는 측면들이 있었어요. 연애할 때와는 사뭇 다른 환경이어서, 부부가 함께 일을 시작한다면 그런 부분들을 감안해서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아내는 저처럼 대전 사람은 아니에요. 서울에서 나고 자라 그쪽에서 활동하던 사람이었는데, 대전의 컨텐츠 기획자가 많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대전에서의 활동을 권유했어요. 지금은 대전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앞으로의 활동은 대전뿐만 아니라 서울에서의 활동들도 중요하다고 느껴서 대전 외의 지역에서 활동하는 가능성들도 열어놓고 있어요.”



컨텐츠 기획자가 많아야 그 지역의 활성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지금은 대전을 위주로 활동하지만, 나중에 더 넓은 범위로 활동하게 될 모습들도 기대가 된다. 넓어진 범위에서도 분명 좋은 활동들을 보여줄 것 같다. 지금도 충분히 잘해나가고 있으니까.



“제가 찾아보니 2014년부터 여행 서점으로 운영을 시작하셨더라고요. 그전에는 여행도서관의 형태였고요. 도시여행자는 국내 최초 여행 서점인데요. 그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아, 아니에요. 누가 최초여도 상관없어요. 나중에 여행 서점을 더 제대로 꾸리게 되고 난 후에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좋을 것 같네요. 사실 최초라는 타이틀 보단, 누가 얼마나 이 공간을 잘 향유하느냐에 욕심이 더 많이 나요.”



최초라는 단어가 나오자 쑥스러운 듯 손사래를 치며 대답하는 그. 최초보단 얼마나 이 공간을 잘 향유하느냐가 욕심이 난다는 말을 하는 모습이 정말 멋져 보였다. 다른 사람이라면 최초라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 엄청날 텐데, 그런 것 없이 겸손하다.



“도시여행자의 입구에 보면 ‘삶은 여행’이라는 슬로건이 붙어있던데, 그게 참 인상 깊어요. 슬로건은 어떻게 정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여행을 하다 보니, 여행과 삶의 경계를 따로 나누지 않고 하게 되더라고요. 런던에서 한 달 살기를 한 적이 있는데, 그때 대전에서 고민하던 것들을 런던에서도 똑같이 고민하고 있고 해서 삶과 여행의 경계선이 없다는 걸 느꼈어요. 그래서 삶은 여행이다라고 타이틀을 붙이고 가고 있어요. 근데, 그런 모토로 사시는 분들이 꽤 많더라고요. 가수 이상은 씨 같은 경우도 그렇고요. 감사하게도 이 공간에서 이상은 씨와 함께 프로젝트를 하기도 했어요. 여행 페스티벌인 ‘시티 페스타’를 할 때 뮤지션으로 참여해주셨거든요. 같이 삶은 여행이라는 부분에 대해 여러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요.”

“그래서 삶의 여행자들을 많이 끌어당기고 있는 거군요? 제 모토도 삶의 여행자거든요.”

“아무래도 가치관이 비슷한 사람들이 많이 모여요. 그게 바로 도시여행자의 강점인 것 같아요.”



예전에는 삶과 여행을 구분 지어 생각했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삶과 여행은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유기적인 면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의 말처럼 여행을 간다고 해서 우리가 안고 있는 모든 고민이 눈 녹듯 사라지고 해소되는 건 아니다. 여전히 고민은 시간과 장소를 따라 흐르고, 그렇기에 삶과 여행의 경계가 자연스레 허물어져 버리는 게 아닐까.



도시여행자의 1층 서가에는 여행책을 비롯해 다양한 책들이 자리잡고 있다.



“일반 서점과 달리 여행 서점이라는 컨셉이 정해져 있어서 여러 장단점도 있을 것 같습니다. 여행 서점을 운영하며 느낀 장단점은 무엇인가요?”

“여행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운영을 하다 보니 여행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오시면 훨씬 더 깊이 있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게 장점인 것 같아요. 그리고 삶은 여행이라는 모토를 내걸고 있기 때문에 여행책외의 다른 책들의 비중도 높은 편이에요. 권해 드릴만한 여행책이 많이 쏟아지지 않는 것도 그 이유 중의 하나고요. 여행책이 덜 나온다고 해서, 가이드북이 주가 되는 서점을 운영하고 싶지는 않았거든요. 그래서 다양한 분야의 책을 입고하는 과정에서, 그런 분야의 담당자들을 섭외하기도 하면서 점점 더 카테고리를 넓혀가고 있어요.”



여행 서점이기에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는 시선도 적지 않았을 것 같다. 내가 아는 지인만 해도, 이곳에 인터뷰를 간다고 하자 여행 서점이니 여행책만 있냐고 물어봤을 정도니까. 그러나 여행은 단순히 어딘가로 떠나는 것에만 있지 않다. 우리의 일상도 여행의 한 부분이기에 그런 부분에 초점을 두고 여러 분야의 책들을 큐레이션 하는 모습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슬로건처럼 삶은 여행이라는 단어가 서가에도 적용되는 것 같아서.



도시여행자의 2층에 자리한 여행도서관 코너.



“여행 서점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여러 여행 프로젝트들도 진행하셨더라고요. 전국의 5도 5일장으로 떠나는 ‘장터 유람기’, 축구여행을 떠나는 ‘축구 여행자’, 한 도시에서 한 달 살기 ‘도시여행자’, 여행을 통해 꿈을 찾는 ‘청춘 여행자’ 같은 프로젝트요. 단순히 여행을 떠나는 것뿐만 아니라 ‘장터 유람기’ 같은 경우는 영상까지 찍어서 영화제에 출품하신 게 인상적이에요. 처음부터 영상을 찍으려고 기획하신 건가요?”

“네. 박은영 아트디렉터가 처음부터 영상을 찍으려고 준비를 했어요. ‘장터 유람기’의 시즌1 같은 경우는 둘이서 떠난 여행이었어요. 영상을 통해 더 많은 분들에게 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었어요. 한 명이 미숫가루를 타고 있으면, 다른 한 명은 영상을 찍고 인터뷰를 하는 형태로 진행했는데요. 굉장히 손이 많이 갔지만, 결과물이 잘 나와서 좋았어요. 전통시장을 살리겠다고 너도나도 이야기를 많이 하지만, 저는 그런 부분의 방향성을 더 깊이 있게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저희 나름대로 여행을 통해서 어떻게 하면 청년들이 시장에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안고, 영상 촬영을 했는데 영화제에도 출품할 수 있게 되고 해서 좋은 결과를 낳았던 것 같아요. 현재 ‘장터 유람기’는 시즌4까지 진행이 된 상태인데요. 시즌3는 저희가 사비로 25명의 친구들에게 전국 장터 여행을 보내주는 과정을 거치면서, 새로운 꿈도 생겼어요. 그 꿈이 바로 여행도서관과 여행 은행이에요.”

“아, 여행도서관이 그렇게 탄생하게 되었군요?”

“네. 그때 새로운 꿈을 꾸며 만들어지게 되었죠. 여행에 대한 경험들을 제공받는 게 필요하지만,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분들도 많다는 걸 알게 됐고 좀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하는 것들이 필요하다고 느껴졌거든요.”



도시여행자의 2층에는 여행자들을 위한 서가가 있다. 여행도서관. 여행도서관에는 여행을 좀 더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여행에 대한 책들이 방문자들을 반기고 있다. 여행도서관도 매력적이지만, 이곳에서 진행하는 여행 프로젝트들도 너무나 사랑스럽다. 각각의 색깔이 명확하게 녹아있는 여행 프로젝트는 도시여행자를 더 풍성하게 만드는 하나의 포인트다. 사비를 털어 진행한 장터 유람기 시즌3를 넘어서, 그는 더 폭넓은 사람에게 여행의 경험을 제공해주기 위해 장터 유람기 시즌5를 계획 중이다. 대전에 사는 사람들이 부럽다. 그처럼 열정이 넘쳐나는 사람이 지역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가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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