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원이 사랑한 도시 - 대전 (2)
“도시여행자에서는 2015년부터 매년 ‘시티 페스타’라는 여행 페스티벌을 개최하고 있잖아요. 서점 안에서 진행하는 행사도 적지 않은데 불구하고, 서점 바깥으로 나가 페스티벌을 개최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시티 페스타 1회는 서점 안에서 진행했어요. 작가와의 만남에서 조금 더 확장된 형태로 시작되었는데요. ‘삶은 여행’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12주 차의 과정을 통해서 이것이 우리만의 여행 페스티벌이다 라는 것들을 표현해보았고요. 2회는 지역 문화재단의 공모사업의 도움을 받아서, 1회 때의 시티 페스타를 조금 더 키운 형태로 6회 차의 공연과 포럼, 전시를 진행했어요. 그때의 주제는 ‘아름다운 공존’이었고요. 옛 충남도청 건물을 활용해 시티 페스타를 진행했어요. 따로 먹거리 부스나 굿즈 부스를 두지 않고 페스티벌을 진행했는데요. 먹거리 같은 경우는 기존의 상권들을 그대로 활용해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걸 중점으로 뒀구요. 그런 형태가 더 건강하고 오래 지속될 수 있는 모델이라고 봤거든요. 2회 같은 경우는 전시 섹션을 동네서점으로 잡아서 동네서점에 관련된 것들을 전시하기도 하고, 동네서점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대화를 나누기도 했어요. 그렇게 하면서 3회까지 오게 되었어요. 올해는 잠시 페스티벌을 쉬어갈 생각이에요. 아무래도 기존의 행사와는 다르게 많은 자본이 들어가는 일이다 보니, 예산을 끌어오는 게 만만찮더라고요. 작년에도 제가 자가 부담을 했던 부분들이 있는데, 올해는 공모사업의 예산이 더 많이 줄어서 부담이 훨씬 커져서 다른 방법이 없을까 계속 찾아보고 있어요.”
그는 시티 페스타를 진행하며, 가장 좋았던 점으로 페스티벌을 마친 후 쓰레기가 100L도 나오지 않았던 것이라고 내게 말해주었다. 신기했다. 많은 사람들이 오가다 보면 쓰레기의 양도 만만치 않게 나올 텐데, 종량제 봉투 하나로 커버가 가능하다니. 시티 페스타는 그런 점에서 정말 클린한 페스티벌이 아닐까. 그래서 현재는 멈추어 있는 상태지만, 다시 시티 페스타가 날개를 펼칠 그 날이 더욱 기대됐다.
“"판매자와 소비자의 경계를 허무는 게 도시여행자의 목표"라고 말씀하신 걸, 어느 인터뷰에서 읽었는데요. 많은 행사들을 진행하는 것도 그 일환인가요?”
“네. 그렇죠. 행사뿐만 아니라, 독자분들과 함께 큐레이션을 하며 이미 경계들이 많이 허물어지고 있는 상태기도 해요. 저희가 얼마 후에 다른 공간으로 이전을 하게 되는데, 이전에 대한 부분에 있어서도 여러 아이디어를 내고 고민하고 있어요. 하나를 말씀드리자면 월세를 함께 내는 거예요.”
“월세를요? 이건 정말 판매자와 소비자의 경계를 허무는 거네요.”
“네. 이왕 허물 거 다 허물어야죠. 계속 임대를 하며 공간을 이어나가기엔 워낙 힘들기 때문에 함께 돈을 모아서 건물을 매입하고 공동으로 권리를 가지고, 운영해 나가는 거예요. 지금 도시여행자가 위치해있는 대흥동 같은 경우도 젠트리피케이션이 워낙 심한 지역이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으로 봤을 때는 건물 매입 외에는 답이 없는 상황이에요. 함께 공동으로 공간에 투자하고 운영을 하게 된다면, 함부로 공간을 건드리기 힘들어지기 때문에 좋지 않을까 싶어요. 지역의 청년과 시민들에게 돌려줄 수 있는 형태의 공간으로 이어나가려면 많은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거든요. 그래서 1년 단위로 끊어서 소액 투자를 조금씩 많은 사람에게 받아서 이자들을 책으로 돌려주는 형태는 어떨까 생각하고 있어요. 월세 같은 경우는 더 신박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서점이 감당하기에는 월세가 너무 벅차요. 월세를 내고 나면 임금을 지불하기에도 힘들거든요. 저희 구성원이 총 5명인데, 저를 제외한 넷은 최저임금을 가져가지만 저는 못 가져가고 있는 상황이에요. 그래서 이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천명 정도의 사람을 모아서 월 2만 원의 월세를 함께 내는 건 어떨까 생각하고 있어요. 2만 원의 월세를 내시는 분들에게는 공간 안에서 사용할 수 있는 2만 마일리지로 환급을 해드리려고요. 만약 타지분들이 함께 참여하신다면, 당장 마일리지를 사용하시기는 힘드니 책들을 배송해드리는 형태로 해서 타 지역의 분들과도 경계를 허물고 싶어요. 이런 부분들이 아니더라도 계속 허물기 위해서 아이디어를 지속적으로 내고 있어요. 저희 모임 중에 돗자리 독서회라는 게 있어요. 대전에 있는 공원 같은 데 가서 돗자리를 깔고 책을 읽는 프로그램이에요. 자발적으로 서점에 모인 독서모임 멤버분들이 돗자리를 깔고 책을 읽으시더라고요. 이런 기획들을 손님들이 직접 하시고, 저희는 모임에 필요한 제반 사항만 돕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건물 매입, 월세 아이디어는 정말 신박 그 자체다. 그와 이야기를 나누며 마음속으로 계속 감탄사를 내뱉었다. 이제까지 살면서 만났던 사람 중에 가장 아이디어가 넘친다. 공간을 지키고, 그 공간을 지역주민들에게 다시 돌려주고 싶은 그의 의지가 아이디어 하나하나에 느껴져서 마음 한 구석이 뜨거워졌다. 그래서 궁금해졌다. 그는 대전의 젠트리피케이션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현재 도시여행자가 위치해있는 대흥동이 대전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이 급격하게 일어나고 있는 곳이라고 하셨는데,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나며 공간이 사라진다는 것에 대해 생각보다 사람들이 무감각하게 느끼는 것 같아서 안타까워요. 저는 이 공간과 이별할 생각을 하니 너무 마음이 아프고 힘들거든요. 대학시절부터 오랜 시간 함께 했던 공간이라 더 그렇고요. 그래서인지 이제는 상가에 임대라는 글자가 붙어있으면 무섭고, 슬프고, 불편해요. 누군가는 그곳에 모든 걸 걸었을 텐데, 자의적이 아닌 타의적인 선택으로 그곳을 떠나야 된다면 얼마나 괴로울까 싶어요. 저희 도시여행자도 타의적으로 다른 곳으로 떠나게 되는 거라서 공감이 크고요. 얼마나 젠트리피케이션이 대흥동에서 심하게 일어나고 있는지는 수치로도 나와요. 처음 도시여행자를 열 때에 비해서 현재 이 동네의 평당 땅값이 11배나 올랐어요. 이건 정말 엄청난 거죠.”
전국 어딜 가나 좀 뜬다 싶은 동네들은 기존의 세입자가 터전을 옮겨야 되는 젠트리피케이션이 진행되고 있다. 도시여행자가 자리한 대흥동도 마찬가지. 무려 11배나 올랐다니, 이곳에서 서점을 꾸려가는 게 얼마나 힘든지가 눈에 보여서 안타깝고 또 안타까웠다. 목이 메어오는 느낌을 누르고, 분위기 전환을 위해 다음 질문을 던졌다.
“영수증을 활용해 기록들을 남기시는 부분이 신선하게 느껴져요. 잉크도 파란색이라 더 눈에 띄고요. 영수증에 서점 일기와 오늘의 텍스트를 남기게 된, 아이디어의 출발점은 어디서 얻으셨나요?”
“서점 일기 같은 경우는 노트에 꾸준히 쓰고 있었어요. 그런데 공간을 찾는 사람이 그 노트를 읽기에는 좀 불편한 점들이 있어서, 어떻게 전달하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영수증에 텍스트를 박는 게 좋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은 저 혼자만이 아닌 구성원들이 서로 돌아가며 서점 일기를 쓰고 있어요. 오늘의 텍스트도 구성원들이 읽고 있는 책이 있다면, 그 책에서 좋았던 문장들을 뽑아서 함께 남기게 됐고요. 영수증들은 꾸준히 모으고 있기 때문에 나중에 독립출판물로 만들어보면 어떨까 생각 중이에요. 영수증의 형태로 출판을 해볼까 싶기도 했는데, 영수증의 형태로 만들게 되면 나중에 잉크가 날아간다는 게 문제더라고요. 대신 컨셉을 영수증처럼 잡아도 좋을 것 같아요. 디자인을 영수증처럼 한다던가요. 어쨌든 영수증을 활용하게 되면서,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셔서 좋았어요. 그냥 쉽게 버려지는 영수증이 아닌, 영수증에서 텍스트들을 접하고 읽게 된다는 점에서요. 이젠 영수증이 저희의 하나의 정체성이 되었어요.”
도시여행자는 기존의 명세서와도 같은 딱딱한 느낌의 영수증에서 탈피해, 영수증에 새롭게 생기를 불어놓았다. 여행지에서 만날 것 같은 파란 하늘을 닮은 잉크를 활용해 서점 일기와 오늘의 텍스트, 모임에 관련된 공지까지 한 줄의 영수증에 다 담겨있다. 이토록 읽을거리가 많은 영수증이라니. 버려지는 것이 하나도 없는 이 공간, 점점 더 내 마음을 강하게 사로잡는다.
“도시여행자는 카페도 겸하고 있잖아요. 음료 이름 중에 독특한 것들이 많이 있더라고요. ‘리버풀 노란 잠수함’, ‘우유니 딸기사막’, ‘아이슬란드’, ‘와이키키 수박 다이빙’ 등의 음료 이름만 봐도 여행이 자동으로 연상되는 느낌이 들어요. 음료 이름 작명은 어떻게 하셨는지 궁금해요.”
“저희가 직접 지은 것도 있고요. 공모전을 해서 뽑은 것도 있어요. 메뉴를 정해놓고, 이름 공모전을 해서 손님들이 투표를 하시면 투표에서 1등 한 이름들을 메뉴명으로 정해요. ‘우유니 딸기사막’, ‘와이키키 수박 다이빙’ 이 두 개의 메뉴 이름은 공모전을 통해서 정해졌어요. 400명 정도가 참여해서 투표해주셨어요. 공모전을 통해서 뽑힌 이름을 지어주신 분께는 책을 선물한다던가 해서 저희 나름대로 보답을 해드리고 있어요.”
이 곳의 카페는 여행을 닮은 특이한 이름의 메뉴가 많다. 평범한 이름을 가지고 갈 수도 있는데도, 편한 길을 택하지 않고 직접 공모전까지 열어 신 메뉴 이름을 정한다니. 손이 많이 가서 번거로울 텐데도, 세심하게 음료의 이름까지 여행의 컨셉을 놓치지 않고 가고 있는 게 보여서 감동적이었다.
“사용하지 않는 해외의 지폐나 동전을 가져오거나 읽지 않는 책을 가져오면 음료와 맞바꿔주는 아이디어는 도시여행자만의 하나의 시그니처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이 아이디어는 어디서 시작되었나요?”
“여행을 마치고 나면 쓰다 남은 지폐나 동전들이 생기게 되는데요. 그런 지폐나 동전들을 한 곳에 모을 수 있는 게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사실, 이게 보기보다 상당히 번거로운 작업이에요. 많이 쌓이다 보면 관리하는 것도 손이 많이 가고요. 책 같은 경우는 안 보는 책을 그냥 개인이 가지고 있기보다, 이렇게 밖으로 나오게 해서 조금 더 순환될 수 있게 하려는 측면도 있어요.”
나 역시 여행을 좋아해서 여행을 다녀와 남은 동전이나 지폐가 많다. 은행에서 한국돈으로 다시 바꾸기에는 너무 소액이라 그냥 저금통에 넣어놓고 사용하지 않고 있는데, 다음에 다시 방문한다면 집에서 가만히 잠자고 있는 돈들을 가져와 커피 한 잔 해도 좋을 것 같다.
“대표님은 축구를 참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좋아하는 축구팀을 보기 위해 해외로 원정을 가시기도 하셨더라고요. 대표님에게 있어서 축구는 어떤 의미인가요?”
“축구는 전 세계 최대의 공감대라고 생각해요. 축구를 통해서 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고 생각해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공통으로 좋아할 수 있을 만한 게 적거든요. 그런 면에서 축구는 전 세계 최대의 공감대이자 공통분모가 아닐까 싶어요. 저는 그런 의미에서 축구를 통해서 지역사회를 아우르는 일들을 앞으로도 계속해나가고 싶어요. 지금도 그런 일들을 하고 있고요. 빅이슈라는 잡지에서 일 년에 한 번씩 홈리스 월드컵이라는 걸 열어요. 저는 거기서 자문위원으로 일을 하고 있는데요. 홈리스들이 축구를 통해서 새로운 동기부여를 얻고 일자리를 찾기 위한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도 축구의 매력적인 면이에요.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서 축구는 사회적인 하나의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봐요.”
인터뷰를 준비하며 찾아본 여러 글들에서 그가 축구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강하게 알 수 있었다. 도시여행자에서 진행하는 여행 프로젝트에도 ‘축구 여행자’가 있을 정도니까. 오늘의 만남에서도 그는 리버풀 유니폼을 입고 나를 반겨주었고. 그래서 그에게 있어서 축구란 어떤 의미인지 궁금했는데, 단순한 취미를 넘어서 사회적인 부분까지 생각하고 있는 것에 놀라웠다. 나 역시 스포츠를 좋아하지만 단순한 덕질, 취미 정도로만 느꼈을 뿐 그런 부분까지 주목한 적은 없었다. 그의 열정은 이렇듯 어느 한 부분에만 국한되지 않고 광대하다.
“도시여행자라는 이름처럼 도시에 관한 여러 활동 들을 많이 하시잖아요. 도심재생사업에도 앞장서시구요. 대표님에게 있어서 대전이란 도시는 어떤 의미로 작용하는지도 궁금해요.”
“제가 나고 자란 도시이고, 오랜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대전에 대한 애향심이 있어요. 그래서 저는 생활하는 대전을 이렇게도 표현할 수 있다라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저희가 대전시티즌과 쥐샤크라는 시계회사와 콜라보해 만든 시계가 있는데요. 대전에 있는 스팟들을 스카이라인으로 따서 시계에 담아봤어요. 조금 더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대전을 사랑할 수 있게 컨텐츠들을 계속 만들고 있어요.”
시계줄에 담긴 대전의 명소들. 스카이라인으로 따서 그런지 군더더기 없이 모던하다. 대전을 사랑하는 마음이 시계에도 고스란히 녹아있어서인지 시계를 보는 눈길이 나도 모르게 흐뭇해졌다.
“다른 서점과는 차별화된 도시여행자만의 특색이 있다면 무엇이라 생각하세요?”
“미래형으로 말씀을 드리자면, 저희가 새로운 공간으로 이전할 때 생각 중인 두 가지의 컨셉이 있는데요. 일단 한 가지는 한 달에 한 번씩 전시를 하는 거예요. 한 달에 한 번씩 우리가 가지고 있는 특정 주제를 가지고 전시를 하고, 그 전시와 관련된 책이나 굿즈를 함께 판매하는 라이프 스타일의 서점으로 나아가려고 해요. 오프라인에만 국한된 것이 아닌 온라인 플랫폼으로도 이 형태는 가져갈 생각이에요. 홈페이지를 만들어 그 달의 전시를 하나의 카테고리로 만들어두는 거죠. 그것들이 쌓이고 쌓이면 색깔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두 번째로는 가지고 있는 책들의 소개 비율을 30~50%로 늘리는 거예요. 책에 띠지 형식으로 소개를 붙이는 거죠. 책의 앞부분에는 200자 정도를 쓰고, 뒷면에는 500자 정도의 글로 써서 소개를 해볼까 해요. 소개 같은 경우는 조금 더 큐레이션을 강화하기 위한 하나의 시도예요. 지금보다 더 많은 책을 소개하기 위한 거랄까요.”
이제까지 이 질문을 했을 때 미래형의 대답을 들은 경우는 드물었다. 그러나 미래형이지만 확실한 목표를 가지고 있어서, 결코 미래만은 아닌 것 같다. 이전을 준비하며 이 컨셉들은 현재 진행형으로 나아가고 있으니까.
“도시여행자를 운영하며 있었던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어떤 게 있을까요?”
“지역에서 문화예술 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다는 게 가장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저에게 있어서는 콜드플레이와도 같은 의미를 가지는 뮤지션들이 이 공간에서 커피를 마시며 음악 작업을 하는 걸 보면, 정말 설레요. 또 하나는 구성원들에 대한 건데요. 단골손님들을 구성원으로 뽑는 경우가 많아요. 지금 같이 일하는 두 분도 그렇고요. 이 사람과 오랜 시간 함께 꿈꿀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때 같이 일하는 걸 제안해요. 이제까지 흔쾌히 그러겠다고 해주셨어요. 그런 분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건 도시여행자가 가진 큰 힘이라고 생각해요.”
기존의 서점들은 가족이나 친구, 연인이 운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일손이 모자라 따로 직원을 채용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단골손님을 구성원으로 채용하는 경우는 처음 보았다. 편안하게 말은 했지만, 말처럼 쉽지만은 않은 결정일 텐데 대단하다. 그만큼 그 사람과 함께 꿈꿀 수 있는 믿음이 명확하기에 가능한 일이겠지. 그런 그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서점은 무엇일까.
“대표님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서점이란 무엇인가요?”
“지역주민들이 지적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하나의 플랫폼으로 서점이 작용했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공간이 활용되다 보면, 자연스럽게 매출도 늘지 않을까요. 도시여행자 같은 경우도 지역 청년들이 주체가 되어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 되면 좋겠다 생각해요. 서점이지만 문화예술기획도 함께 하니까, 이 공간을 통해 본인들이 꿈꾸는 것들을 같이 펼쳐나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함께 꿈꾸는 것을 펼쳐나갈 수 있는 공간. 이상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도시여행자는 이미 많은 사람들과 같은 꿈을 꾸며 걸어가고 있으니까.
“대표님이 이제껏 살아오면서 읽은 책 중 행운이라고 느꼈던 책이 있나요?”
“여러 권이 있는데요. 첫 번째는 다카하시 아유무의 <러브 앤 프리>예요. 제가 여행을 좋아하게 된 계기가 된 책이에요. 실제로 만나지는 못했지만, 다카하시 아유무를 만나보고 싶어서 도쿄를 자주 가기도 했었어요. 두 번째 책은 김예슬의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예요. 그 책을 읽으며 김예슬 작가의 용기가 너무 멋지게 느껴졌어요. 대학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부분들이 있어서, 대학생들을 만나면 추천하곤 하는 책이기도 해요. 세 번째는 이석원의 <보통의 존재>예요. <러브 앤 프리> 같은 경우는 스무 살에 만났지만, 나머지 책들을 스무 살에 만났다면 큰 영향을 받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실제로 다카하시 아유무를 만나기 위해 도쿄를 방문했을 스무 살의 그의 모습이 머릿속에 펼쳐졌다. 한 권의 책으로 여행을 좋아하게 되고, 결국 여행 서점까지 오픈하게 된 그. 그의 발걸음은 책이란 씨앗이 맺은 하나의 열매였다.
“책을 평소 잘 읽지 않는 사람이, 도시여행자에 들러서 여행을 가면서 책을 한 권 가지고 가고 싶다고 얘기한다면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 있으신가요?”
“시집을 추천해드리고 싶어요. 다른 책들은 이어서 읽어야 감칠맛이 나지만, 시집은 짤막짤막하게 끊어서 읽어도 좋은 문장들이 담겨있어요. 시집은 아니지만 한 권을 추천하자면 최유수 작가님의 <사랑의 몽타주>라는 책을 추천해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여행의 형태에 따라 다른 책을 추천해드리고 싶어요. 여행이 가족여행이냐, 혼자 가는 여행이냐, 친구나 연인과 같이 가는 여행이냐에 따라 다 다른 느낌이라서요.”
여행의 형태에 따라 추천해주고 싶은 책들이 다르다며, 책들을 이야기하는 모습이 소년처럼 해맑았다.
“매일 도시여행자의 문을 열며 하는 생각이 있으세요?”
“공간을 이해하는 분들을 많이 만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장 많이 해요.”
아무리 열심히 공간에 대한 준비를 해놓아도, 공간을 이해하지 않는 사람들의 방문이 많다면 기운이 빠질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공간을 이해하는 사람들을 만난다는 건, 그 공간을 이끌어가는 가장 큰 원동력이 된다.
“대전에서 꼭 가보아야 할 숨겨진 명소가 있다면 어디일까요?”
“옛 충남도청이요. 본관이 너무 아름다워요. 본관 1층은 대전 근현대사 전시관이 있고, 2층은 도지사실이 있어요. 1층이 정말 정말 아름다워요. 영화 <변호인>을 촬영한 곳이기도 해요. <박열>도 그곳에서 촬영되었고요. 옛 충남도청은 대흥동만의 고즈넉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이라 생각해요.”
그가 너무 좋아하고 애정 하는 공간, 옛 충남도청. 일제시대 건축물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기에 그 시대와 건축물에 대한 관심이 많은 사람이 가면 좋은 장소다. 이제 마지막 질문만 남았다. 대전을 여행하는 여행자들에게 그는 어떤 책을 추천해주고 싶을까.
“대전을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대전 여행에 관한 책이 있나요?”
“월간 토마토에서 만든 <대전여지도>를 추천하고 싶어요. 대전에 대해 자세히 설명되어 있고, 대전의 마을들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어요.”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에서 이름을 따와 대전만의 느낌으로 표현한 <대전여지도>. 이 책을 읽다 보면 대전이란 도시를 더 깊이 있게 천천히 음미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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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이야기를 나누며, 대전에 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많은 고민을 안고 있지만, 그 고민에 좌초되지 않고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내어 공간을 지켜가려는 모습에서 말로는 설명하기 힘든 것들을 배웠다. ‘삶은 여행’이라는 슬로건처럼, 삶이라는 여행을 하며 자신이 사는 지역에 대한 애정을 더 크게 키워가는 그 같은 서점원을 만날 수 있어서 나는 참 운이 좋다. 대전을 떠나 다시 진주로 돌아가는 길, 나는 그에게서 받은 열정의 에너지들을 안고서 오늘 하루도 여행하듯 삶을 살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