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원이 사랑한 도시 - 대전 (3)
완연한 여름, 걷기 위해 대동 벽화마을을 찾았다. 걷는 걸 좋아하는 나를 위해 대전에 사는 친구가 결정한 산책 코스였다. 6월 중순으로 접어들어서인지 날씨는 푹푹 쪘다. 그러나 아무리 더운 날씨라도 내 걸음을 멈추게 할 순 없었다. 벽화마을로 접어드는 초입에서 마치 6~70년대를 연상케 하는 벽화들을 보았다. 아니, 어쩌면 그것보다 더 옛 느낌일 수도 있지만. 전쟁과 공산당에 관한 벽화들이 즐비한 골목 사이를 걸으며 길을 잘못 든 건가 싶어 살짝 갸우뚱했는데 조금 더 걸어 올라가니 다른 형태의 벽화들이 나왔다. 다행히 제대로 찾아왔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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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산책을 나와 함께한 친구는 이미 더운 날씨 때문에 기진맥진한 상태였다. 나도 반쯤은 더위에 지쳐있는 상태였지만, 그래도 꿋꿋이 위로 또 위로 올라갔다. 얼마나 올랐을까. 더 이상 벽화는 보이지 않았고, 벽화 대신 한없이 밑으로 길게 펼쳐진 길만 보였다. 아래로 펼쳐진 꼬불꼬불한 골목길을 응시하다 아까 보았던 전쟁 관련 벽화가 떠올라서 검색을 해보니 예전 6.25 전쟁 때 피난민들이 많이 모여산 동네라는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그래서 그런 벽화들이 많았나 보다. 대동 벽화마을은 현재와 과거가 공존하는 벽화가 마을의 벽들을 이루고 있어 매력적인 곳이었다. 하늘공원으로 올라가면 대전의 정경들을 감상할 수도 있고. 얼굴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벽화가 그려지기 전의 대동 벽화마을의 모습을 상상해보았다. 몇십 년 전 이곳에 터를 잡고 살기 시작한 이들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나는 그들의 현실의 삶을 쉽게 가늠하기 힘들지만 하나만큼은 알 수 있었다. 그들이 뿌리내린 덕에 이곳에 사람 냄새가 나기 시작했을 거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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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막의 특성상 오를 때는 느릿느릿하지만, 내려갈 때는 내리막이 되어 속도가 붙는다. 대동 벽화마을을 내려가는 길, 머리를 간질이는 바람에 몸을 맡기고 한 가지 다짐을 했다. 인생에도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으니, 내리막의 순간에서 아무리 힘겹더라도 주저앉아있지만은 말자고. 삶은 롤러코스터와도 같으니까.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듯이, 내리막이 있으면 오르막도 나타나기 마련이니 오를 힘을 비축하며 하루하루 살아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