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원이 사랑한 도시 - 제주 (3)
육지로 돌아가는 날. 전날까지만 해도 틈만 나면 비가 쏟아졌는데, 오늘은 태풍이 근접한다는 말이 무색하게도 무척이나 맑았다. 다시 육지로 돌아가야 하는 날에 날씨가 맑은 게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지만, 잠시라도 맑은 하늘을 볼 수 있다는 것 자체로 기쁨이어서 설레었다. 전날 함덕 쪽으로 이동한지라, 오늘은 함덕 서우봉이나 갈까 했는데 제주에 너무 타이트한 일정으로 온탓에 에너지가 이미 다 소진되어서 걸을 힘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내가 묵고 있는 게스트하우스에서 잔잔히 일렁이는 바다를 구경하다 떠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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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이 점점 더 강하게 내리쬐는 오후, 오랜만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간을 보냈다. 졸리면 낮잠도 자면서. 정말 평화로운 시간이었다. 틈틈이 게스트하우스 테라스에 앉아 광합성하는 식물처럼 햇빛을 흡수하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행복은 역시 가까이에 있다고. 이 섬에서의 시간은 언제나 내게 행복을 가져다주니까. 내 곁에는 오랜만에 마주하는 반가운 얼굴들이 있었고, 전날 친해진 새로운 얼굴들도 있었기에 더 바랄 게 없었다. 고개를 돌리니 누군가는 고스톱을 치고, 또 다른 누구는 바람소리를 벗 삼아 책을 읽고 있었다. 모든 게 천천히 흘러가는 것 같은 풍경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나. 이게 행복이 아니면 무엇일까.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들을 마음속에 새기며 사람들에게 작별인사를 했다. 다음에도 이 섬에서 아름다운 모습으로 만날 수 있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