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원이 사랑한 도시 - 부산 (2)
“인디고 서원에서는 SNS뿐만 아니라, 홈페이지도 함께 운영하고 있는데요.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꽤 많은 게시판이 있고 각각의 게시판에 인디고 서원에 대한 자료들이 정갈하게 차곡차곡 잘 모여있고, 하나의 커뮤니티로서 관리도 잘되고 있어서 보기 좋더라고요. 홈페이지 운영은 어떻게 해나가시는지 궁금합니다.”
“인디고 서원 오픈과 함께 홈페이지를 만들었죠. 홈페이지를 만들면서 단순한 쇼핑몰의 형태가 아닌, 인디고 서원을 담을 수 있는 곳이길 바랬어요. 그렇다면 인문적인 내용이 담긴 소스들이 있고,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공간들이 있어야 된다고 봤어요. 주변 사람들은 “홈페이지 아무도 안 본다. SNS를 해야 한다.”라고 말하는 분들이 많았어요. 저희 나름대로도 그런 부분에 대한 고민을 계속하고는 있어요. 그러나 SNS는 순간순간에 무언가를 알리거나 공유를 하기는 좋지만, 카테고리화 해서 정보들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죠. 그래서 SNS 활동도 하지만, 주력이 되어서 하진 않는 편이에요.”
실장님의 말처럼 인디고 서원의 홈페이지는 인디고 서원을 닮았다. 편안히 서로 소통하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그러한 부분들이. 그리고 상당히 많은 자료들이 정갈하게 정리되어 업로드되고 있어서, 한 번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머무를 수 있는 매력도 지녔다. 그래서 나는 궁금해졌다. 큐레이션은 어떤 식으로 하고 있는지가.
“책 큐레이션은 어떻게 하고 계시는지도 궁금합니다.”
“저희는 항상 저희가 가지고 있는 책들의 목록이 재산이라고 말하곤 해요. 인터넷, 신문, SNS 등등 모든 매체를 활용해서 신간들을 다 검토하고 있고요. 검토를 통해 좋은 책들을 선별하고 있어요. 저희에게는 여섯 가지 주제의 서가가 있는데요. 문학, 역사 사회, 철학, 예술, 교육, 생태환경(과학)이라는 카테고리를 두고 분류에 맞게 큐레이션하고 있어요. 어린이 서점 코너도 따로 운영하고 있어서 그 부분도 신경 써서 셀렉하고 있고요. 책을 선정하는데 따로 기준이 있지는 않지만, 새로운 관점을 얘기하는 책이 좋은 책이라고 생각하고 들여놓고 있어요. 그리고 인디고 서원 프로그램 중에 ‘방문신청 프로그램’이 있는데요. 10명 이상 신청하면, 인디고 서원을 투어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에요. 건물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활동에 대해서도 소개를 드리는 프로그램이죠. 저희가 무료로 소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대신에 반드시 1인 1 책을 구입해야 한다는 철칙을 가지고 진행되고 있어요. 서로에게 윈윈이라고 생각해요. 방문하시는 분들은 인디고 서원에 대한 설명도 듣고, 저희에게는 책의 판매로도 이어지는 일이니까요.”
인디고 서원의 큐레이션에는 베스트셀러를 찾아보기 힘들다. 베스트셀러보단 각각의 분류에 맞는 셀렉이 중심이기 때문이다. 단, 베스트셀러라도 새로운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하는 책이라면 가져다 놓기도 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다른 책방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책방의 자체적인 투어 프로그램도 방문자의 호기심을 이끌어내는 요소다. 공간을 찾아온 사람에게는 이해도를 높이고, 책방 입장에서는 판매와 이어지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다른 서점과는 차별화된 인디고 서원만의 특색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저희는 서점이면서, 교육기관이라고 생각해요. 인문·문화·교육기관으로서역할을 다하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청소년을 위한 서점이기 때문에 더 그런 부분도 있고요. 교육기관이라고 학원의 개념이 아니라, 어떤 사회가 더 좋은 사회인지 고민할 수 있게 하는 동력을 갖게 하는 곳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단순한 서점의 기능을 벗어나 더 좋은 사회를 고민할 수 있게 하는 힘을 지닌, 인디고 서원. 이런 고민을 가진 책방들이 더 많이 늘어난다면 우리 사회는 지금보다 훨씬 더 함께 걷기 좋은 사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
“인디고 서원에서 일하면서 있었던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많지만 최근으로 말씀드리면, 크리스 조던이라고 미국의 사진작가님이 얼마 전에 다녀가셨는데요. 그 사진작가님이 ‘알바트로스’라는 새에 대한 영화를 만드셔서 저희가 초대를 했어요. 그런데 그분이 마치 인디고 서원과 오랫동안 작업한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많은 교감을 주고받았어요. 그분과 짧게 인터뷰를 했는데, 알바트로스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니 대한민국 청소년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날개를 펼치면 육 미터가 넘을 정도로 큰 새인데, 날개를 펼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데, 경쟁에 시달리면서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무기력해지는 모습들이 알바트로스가 플라스틱을 먹고 죽는 모습과 겹쳐졌어요. 그런 것들을 크리스 조던님에게 얘길 했더니, 눈물을 흘리며 말하시더라고요. 대한민국 청소년을 만났을 때 세상 어느 아이들보다 열려있고 교감이 뛰어나서 그럴 줄 몰랐다고요. 그래서 더 참혹하게 느껴지셨나 봐요. 그런 이야기들을 하며 부둥켜안으며 울었던 기억이 선명해요.”
이야기를 들으며 알바트로스와 아이들의 모습이 눈앞에 일렁이는 느낌이 들어서, 나도 모르게 울컥하는 느낌이 들었다. 아이들도, 알바트로스도 자유롭게 날개를 펼칠 수 있는 세상이면 좋겠다. 순수하고 아름다운 존재들이 더 이상 아프지 않았으면. 나는 목이 멜 것 같은 감정을 겨우 내려놓고, 인터뷰를 이어가기 위해 다음 질문을 던졌다.
“동네책방이 버티기 어려운 현실임에도 불구하고, 인디고 서원은 오랜 시간 같은 자리를 지켜오고 있습니다. 그 원동력은 무엇이라 생각하세요?”
“공부에서 나오는 게 아닌가 싶어요. 끝없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정체되지 않게 공부하며 나아가려 하고 있으니까요.”
정체되지 않게 공부하며 끝없이 앞으로 나아가려고 노력하는 인디고 서원의 모습은 나에게도 큰 깨달음을 주었다. 나도 도태되지 않게 계속 나만의 공부를 열심히 해나가야겠다.
“실장님이 이제껏 살아오면서 읽은 책 중 정말 행운이라고 느꼈던 책이 있으신가요?”
“저에게 터닝포인트가 됐던 책이 있어요. 에밀 졸라의 <나는 고발한다>라는 책이에요. 이 책을 읽고, 왜 이 사람은 이렇게까지 해서 정의를 추구할까 생각하게 됐고 그 마음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어요.”
책이 주는 힘은 놀랍도록 크고 넓다. 한 권의 책이 누군가의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된다는 것, 그것만큼 강한 힘이 있을까.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이 인디고 서원에 와서 책을 읽어보고 싶다고 추천해달라고 말한다면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 있으세요?”
“저는 한 줄이라도 빛나는 문장이 있는 책이 좋은 책이라고 생각해요. 나이와 취향에 따라 다 다르기 때문에 바로 추천하기는 힘들 것 같고요. 이야기를 나누어보고, 그것에 맞춰 추천드릴 것 같아요.”
우문현답이란 이 대답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닌가 싶다. 정말 반짝이는 대답이었다. 인디고 서원에 와서 실장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책을 추천받는 사람들은 좋겠다. 각자의 마음속에 빛나는 문장 하나씩은 품고 돌아갈 테니까.
“실장님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서점이란 무엇인가요?”
“이상적인 서점은 책을 즐길 수 있는 좋은 시민들이 가득한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왜 좋은 사람이 아닌 좋은 시민이냐면, 좋은 시민은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나 반대로 좋은 사람이 좋은 시민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기 때문이죠. 좋은 시민들이 모여 책도 읽고, 공간을 향유할 수 있다면 가장 이상적이지 않을까 싶어요.”
이제까지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던 좋은 시민과 좋은 사람의 차이. 누군가에게는 좋은 사람이지만, 어쩌면 사회를 구성하는 한 시민으로서는 결코 좋은 시민이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매일 인디고 서원 문을 열며 하는 생각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청소를 열심히 하자는 생각을 하죠. 오픈 전에 한 시간 정도 청소를 하거든요. 깨끗하게 정돈한 상태에서 새로운 아침을 맞는 게 중요하다고 보거든요.”
이 질문을 던졌을 때 대부분 책이 많이 팔렸으면 좋겠다거나 오늘은 어떤 손님이 올지 궁금하다는 대답을 내놓았었다. 그래서인지 실장님의 대답은 청소라는 단어처럼 상쾌하고, 리프레쉬한 기운이 들었다. 시간 가는 게 아쉬운데, 어느새 인터뷰는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었다. 인디고 서원에게 있어 부산은 어떠한 의미를 가진 도시일까.
“인디고 서원에게 있어서 부산이란 어떤 의미를 가지는 도시인 가요?”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부산은 문화적으로 소외된 도시였어요. 문화적으로 좋은 것들은 서울에 편중되어 있으니까요. 그리고 부산은 바다가 있어서, 바다가 주는 상징적인 느낌도 있어요. 열려있는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부산은 굉장히 가능성도 많고, 하고 싶은 일도 많고, 해야 할 일도 많은 곳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해내기가 쉽지만은 않지만요.”
해내기가 쉽지만은 않겠지만, 인디고 서원이라면 충분히 잘해나갈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곳에는 실장님처럼 열정 넘치고 멋진 서점원들이 있으니까.
“지금도 충분히 많은 활동들을 펼치고 있지만, 앞으로의 활동도 기대가 됩니다. 인디고 서원의 향후 활동 방향에 대해서도 얘기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딱히 계획을 세워놓은 건 없는데, 자연스럽게 필요한 일들이 있다면 하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가장 주력하고 싶은 일은 공교육 사업이에요. 저희가 네 시간 정도 학교에 나가서 아이들과 강의하고 토론하는 '독서 캠프'도 많이 하고 있거든요. 일박이일 동안 아이들과 함께 프로그램을 하는 것도 많고요. 이런 일들을 하는 이유는 스스로 인디고 서원에 발걸음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 아이들은 한정적이라고 보거든요. 이러한 활동들을 통해서 소외된 친구들에게도 가닿고 싶고요. 일련의 활동들을 통해 기회가 없는 친구들도 평등한 기회를 부여받을 수 있을 거라 보기도 하고요.”
굳이 활동방향에 대한 플랜을 짜지 않더라도, 자연스레 필요한 일들이 있다면 하게 될 거라는 목소리에서 나는 앞으로 인디고 서원을 필요로 하는 일이 지금보다 더 많아질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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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궁금하고 이야기를 듣고 싶었던 인디고 서원의 이야기를 듣고 진주로 돌아가며 나는 서점을 넘어선 세상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서점이지만 교육기관이기도 하다는 말처럼, 나에게도 이번 인터뷰는 큰 공부가 되었다. 그리고 하나의 빛을 보았다. 서점이 살아남기 힘든 척박한 시대지만 인디고 서원 같은 책방들이 있어서 결코 우리의 미래는 어둡지만은 않다고. 영원한 건 없다지만, 인디고 서원이 오래도록 남천동에서 꿈을 꿀 수 있는 공간으로 남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