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원이 사랑한 도시 - 부산 (3)
부산엔 걷기 좋은 곳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산책코스는 조각공원이다. 부산박물관 옆으로 천천히 걸으면 하나둘씩 보이는 조각이 반기는 곳, 조각공원. 조각공원에는 유엔공원으로 들어가는 입구도 함께 있다. 유엔공원 또한 산책하기 좋은 곳이지만, 역사적인 의미를 가진 곳이라 아무 생각 없이 산책하기에는 조각공원이 더 나았다. 조각공원을 걷다 보면 산책로는 자연스레 대연수목전시원과 이어지는데, 보통 이 일대를 평화공원이라고 통칭해서 부르곤 한다. 그러나 나는 조각공원이라고 자주 부르곤 했던지라, 다른 이름들이 되려 낯설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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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공원을 거닐면서, 여전히 같은 자리를 우두커니 지키고 서 있는 조각을 바라보자 절친했던 대학시절 후배가 떠올랐다. 같이 이곳을 거닐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고 조각을 따라 하면서 키득거리며 사진도 많이 찍었었는데. 후배에게 조각공원의 사진을 전송했더니, 곧장 답장이 왔다. 같이 가서 먹었던 조각공원 앞 소고기 국밥집이 생각난다고. 힐끗 길건너를 보니 여전히 그 국밥집은 건재하다. 24시 국밥집이어서 거나하게 술을 걸치고 새벽에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해장한다고 그곳에서 국밥을 많이 먹었었는데. 그 국밥집에서 팔던 떡갈비를 후배는 참 많이 좋아했었다. 돈이 생기면 떡갈비 먹으러 가자며 내 손을 잡아끌곤 했는데, 그런 후배는 지금 한국이 아닌 이탈리아에 가 있다. 사는 곳마저도 달라진 우리가 다시 떡갈비를 먹으며 웃을 날이 또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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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감상에 젖어 정처 없이 산책로를 걷다 보니, 예전에 친구와 함께 새벽녘마다 배드민턴을 쳤던 곳이 보였다. 행사가 펼쳐지고 있어서 사람이 우글우글한지라 정확하게 이 지점이다라고 확신할 순 없었지만, 나는 알 수 있었다. 바로 이곳이구나라고. 다이어트를 위해 배드민턴을 치겠다는 친구를 따라 운동삼아 나도 하겠다고 배드민턴 채를 들고 이리저리 뛰어다녔던 순간의 기억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순간, 왈칵 눈물이 솟을 뻔했다. 가족을 따라 외국으로 가버린 친구는 떠난 후 연락이 끊겨 더 이상 안부를 알 길이 없다. 잘 지내고 있을까.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 꿈을 향해 달려가는 내 모습을 보며 참 기특해했는데. 보고 싶은 얼굴들이 끝없이 머릿속을 스쳐가고, 나는 하염없이 이 길을 걷는다. 누군가와 함께였던 이 길을 이젠 오롯이 혼자. 비록 지금은 혼자지만 외롭지는 않다. 내딛는 발걸음마다 추억들이 살아 숨 쉬고 있으니까. 나의 기억들이 조각조각 박혀있는 이곳, 조각공원. 다음에 다시 이곳을 걸을 땐 그리운 사람들과 함께이길 바라며 나는 가만히 멈춰서 하늘을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