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한 영화관 - 진주 (2)
“인디씨네의 상영을 진행하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세요?”
“저희가 정부나 시에서 지원을 받아서 운영이 되는 곳이 아니다 보니 그렇게 풍요로운 형편이 아니에요. 그래도 단 한 분의 관객이라도 오시면 언제나 상영을 진행하고 있죠. 언제 혼자 관람을 하시게 된 관객분이 자기 혼자니까 에어컨을 틀지 말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분은 혼자 관람을 하시다 보니 그런 부분들이 미안하셨던 거죠. 마음에 많이 걸리셨는지, 그날 결국 관람을 하지 않고 가셨어요. 그 후에 사람들이 더 있을 때 다시 영화를 보러 오셨죠. 그게 참 기억에 남아요.”
이 공간을 너무 잘 알고 많이 아끼기에 그 관객은 그 날 영화를 보지 않고, 다음에 와서 보았을 것이다. 소소한 부분들을 배려해주는 이러한 관객들이 있기에 인디씨네의 영사기는 오늘도 돌아간다.
“진주에는 멀티플렉스는 많지만, 작은 영화를 접할 수 있는 곳은 인디씨네가 유일합니다. 진주라는 지역에서 인디씨네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그 의미는 저희가 만드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저희는 그냥 이 자리에 존재할 뿐이기에, 이곳의 의미를 만들어주는 건 찾아주시는 관객분들의 몫이라 생각해요.”
멋진 대답이다. 의미를 만드는 건 찾아주는 관객의 몫이라니. 그 대답에 나는 마음 한구석이 잔뜩 뭉클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 그녀에게 있어서 인디씨네를 운영하며 힘든 점은 무엇일까. 문득 궁금해졌다.
“인디씨네를 운영하며 가장 힘들었던 점이 있다면 어떤 부분들이 있을까요?”
“관객이 별로 안 들 때가 아무래도 가장 힘들죠. 다른 곳과 달리 저희는 두 작품씩만 상영을 하다 보니 작품이 다양하지가 않아요. 나름대로 저희는 열심히 셀렉을 했다고 생각하는데, 그 작품이 관객분들의 취향에 맞지 않을 때면 관객수로 바로 나타나요. 관객수가 많이 든다고 해서 사실 저희의 운영에 도움이 된다거나 하는 건 아니지만, 독립영화를 만들고 지원하고 배급하는 사람들에게 상영을 통해서 수익을 조금이라도 얻게 함으로써 다음 작품이 만들어지게 하는 부분들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한 순환의 기능들이 관객수가 너무 적으면 잘 돌아가기가 힘드니 안타까운 마음이 들죠.”
영화관도 어렵지만, 작은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도 무척이나 힘든 현실이다. 상업 영화의 규모는 점점 더 커지지만 독립영화는 반대로 더 어려워지고 있다. 이러한 불균형 속에서 상영을 통해 그들이 정당한 수익을 얻을 수 있게 도와주려는 인디씨네를 보며 지역에 이런 공간이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행운인가를 다시 한번 깨닫는다. 그런 점에서 관객의 발걸음은 단순한 발걸음에 그치지 않고, 아름다운 순환으로 돌아올 수 있는 힘이 된다.
“정주님이 생각하는 인디씨네만의 색깔이 있다면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세요?”
“음, 작은 것이 아닐까요? 공간도 작고, 의자도 작고, 상영 편수도 작고, 손님도 작거든요. 그렇지만, 큰 곳과는 다르게 작은 공간만이 주는 느낌이 있다는 생각을 해요. 저희는 관객과의 대화를 하면 스무 명만 와도 꽉 찬 느낌이 있어요. 그런 소소한 분위기를 좋아해 주시는 감독님도 있어서 그것 나름의 매력이 있다 싶어요. 큰 곳에서는 그 정도 인원이 오면 공간이 빈 느낌이 많이 들거든요.”
작은 공간만이 가지는 특유의 분위기가 있다. 빽빽하게 좌석이 늘어선 멀티플렉스에서는 느낄 수 없는 포근하고, 소소한 느낌. 대형 영화관도 그런 점에 주목하고 있는 걸까. 요즈음 부쩍 좌석수를 줄인 리클라이너 좌석을 갖춘 관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좌석수를 줄여도 대형 체인은 절대 이 분위기까지는 따라 할 수 없으리라 생각한다. 분위기는 따라 한다고 해서 만들어지는 게 아니니까.
“정주님의 인생영화가 궁금한데요. 살아오면서 봤던 영화 중에 인생영화로 꼽을 만한 작품이 있다면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강렬한 인상을 받았던 영화부터 말씀드리자면 <그르바비차>를 얘기하고 싶네요. 세르비아의 전쟁 기간에 인종청소라는 이름으로 집단 강간이 자행되었는데, 집단 강간의 피해자와 피해자의 딸에 대한 이야기예요. 이 영화를 어느 영화제에서 친구와 함께 보았는데, 보고 나와서 돌아가는 길에 버스 안에서 계속 울었어요. 그 사실에 대해 잘 모르는 상태에서 이 영화를 봐서 그런지 상당히 충격적이었어요. 좋아하는 영화는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콘스탄틴>, <렛미인>이요. 북유럽 특유의 서늘한 느낌을 좋아해요. <콘스탄틴> 같은 경우는 키아누 리브스 때문에 좋아하고요.”
<그르바비차> 이야기를 들으며 마음이 먹먹해졌다. 얼마나 많은 전쟁 성범죄가 세계 곳곳에서 자행되었나 싶어서. 보면서 많이 슬플지도 모르지만, 시간을 내어 꼭 <그르바비차>를 보아야겠다. <그르바비차>의 배경은 유럽이지만, 아시아에서도 전쟁 성범죄가 무수히 많이 일어났기에 결코 먼 곳의 이야기만은 아니니까.
“정주님에게 있어서 영화관이란 어떤 의미를 가지는 공간인가요?”
“저에게 있어서 영화관은 다른 세상이에요. 영화관에서는 두 시간 동안 현실과 분리되어 전혀 다른 세상으로 들어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죠. 사실 집에서도 영화를 볼 수 있지만, 집에서 보는 것은 완전한 분리의 느낌으로 관람하기는 힘들거든요. 그런 점에서 영화관에서 보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고 생각해요.”
아무리 화면이 크다해도 집에서 영화를 보는 것과 스크린으로 영화를 관람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집중도에도 차이가 있고. 스크린으로 보며 그 스크린 속 세상으로 들어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은 영화관만이 가질 수 있는 고유한 매력이다.
“정주님이 꿈꾸는 이상적인 영화관의 모습이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요?”
“어떤 형태로든 진주에 이런 공간이 있다는 것 자체가 이상적인 게 아닐까요.”
어떤 형태로든 존재한다는 것. 인디씨네의 의미는 관객들이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말한 것과 연결되는 대답에 나는 이 곳이 진주에서 오래도록 존재했으면 하고 작은 바람을 품었다. 더 길게 지속되기 위해서는 물론 관객들의 꾸준한 발걸음도 중요하다. 진주에 이렇게 사랑스러운 공간이 있다는 사실을 훨씬 많은 진주시민들이 알길 바라며 나는 들어설 때보다 더 뜨거워진 마음으로 인디씨네의 문밖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