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한 영화관 - 진주 (4)
아주 오랜만에 석류공원에 걸음 했다. 어릴 적에 부모님 손을 잡고 석류공원에 참 많이 드나들었는데, 지금 나는 누구의 손도 잡지 않고 홀로 이곳에 서있다. 석류공원은 내가 어릴 적에도 참 조그마한 곳이었는데, 지금도 여전히 공원이라는 이름과는 어울리지 않게 작은 규모다. 달라진 게 있다면 앉을 수 있는 곳이 좀 늘어났다는 정도일까.
나는 천천히 석류공원의 계단을 올랐다. 계단을 한 칸씩 오를 때마다 유년의 기억이 나를 감쌌다. 내 이름과 똑같은 이름을 가진 공원이라 “내 공원!”이라고 부르며 총총거리며 뛰어다니던 꼬마가 어느덧 이렇게 훌쩍 자라 버렸다. 석류공원의 팔각정으로 올라가는 계단 중간에는 공원의 크기만큼이나 작은 동굴이 하나 있다. 그 동굴에 들어가면 항상 다른 세계로 진입하는듯한 느낌을 받곤 했는데, 지금도 마찬가지다. 동굴에 들어서며 나는 잠시간 또 다른 세계와 도킹한다. 동굴의 밖에는 환한 빛이 깔려있지만, 동굴 속에는 짙은 어둠만 가득하다. 아무도 없는 동굴 속을 탐험하는 기분으로 홀로 유영하다 밖으로 나와 다시 계단을 올랐다. 계단의 끝에는 이곳의 트레이드마크인 팔각정이 있는데, 예전에는 팔각정 일층이 전부 매점처럼 꾸며져 있어서 오징어를 비롯해 이런저런 간식거리를 팔았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매점은 사라지고 팔각정은 본연의 모습으로 찾아오는 사람들을 반기고 있다. 몇 년 전 이 팔각정을 진주에 놀러 온 동생들과 오른 적이 있었다. 그 날의 나는 참 행복했던 것 같다. 시종일관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았으니까. 지금의 나는 그러한 기억들을 벗 삼아 팔각정의 꼭대기에서 남강을 내려다본다. 내 나이보다 더 나이를 먹은 석류공원. 작지만 아름다운 이곳과 나는 앞으로도 함께 나이 먹어 가고 싶은 바람을 품으며 다시 계단을 한 칸씩 내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