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한 영화관 - 마산 (2)
“다른 영화관과는 다르게 리좀 건물의 4층에는 게스트 하우스가 있습니다. ‘외국인을 위한 도시민박’이라는 슬로건으로 운영 중인데요. 게스트 하우스를 운영하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처음부터 게스트 하우스를 시작하려고 생각했던 건 아니었어요. 먼 곳에서 오신 분들이 머물 곳이 필요해서 만들어진 거죠. ‘외국인을 위한 도시민박’이라는 건, 처음에 사업을 등록할 때 그렇게 허가를 받아서 그게 굳어진 거고요.”
보통은 영화관만 운영하는데 반해, 리좀은 게스트 하우스를 운영한다는 점이 특별하게 느껴졌다. 처음부터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공간이 아니라 하더라도 영화관과 게스트 하우스가 결합된 형태는 매우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소위 북스테이라 불리는 책방과 게스트 하우스의 결합 형태는 많아졌지만, 영화관과 게스트 하우스를 동시에 운영하는 리좀 같은 무비스테이의 형식은 국내에서 유일무이하니까.
“경남 지역의 유일한 예술영화관이라는 타이틀에 대해서 부담감이 있지는 않으신가요? 그 타이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부담감이라기보다도 중요성에 대해 말하고 싶어요. 지역에 이런 공간이 있다는 것에 대해서요. 사실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만, 지금은 그 타이틀이 괜찮다고 생각해요. 그 타이틀로 인해서 리좀의 존재에 대한 중요도를 더 밝힐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유일’이라는 타이틀이 운영에 있어서 큰 부담으로 작용하지는 않을까 싶었는데, 그의 대답은 내 생각과는 반대였다. 그 타이틀로 인해서 존재에 대한 중요도를 더 밝힐 수 있다고 말하는 모습에서 보이지 않는 힘이 느껴져서 든든했다.
“대표님이 생각하는 씨네아트 리좀만의 색깔이 있다면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세요?”
“리좀이 지향하는 바는 예술적인 특성을 강화시키는 데에 있어요. 예술의 본질을 파헤치는 그런 작업을 하는 곳이고, 그것이 하나의 완성된 퀄리티가 되었을 때는 글로벌적인 부분도 지향하고요. 말만 글로벌이 아닌 실질적인 연계나 진출을 지향하고 가려고 노력해요. 레지던스 운영도 그러한 부분과 맞닿아있고요.”
리좀에서 진행하는 활동들은 이미 글로벌적인 부분과 맞닿아있다. 마산, 그리고 한국을 넘어서 조금 더 넓은 세계로 날기 위한 날갯짓이 이 공간에서 시작되어 이루어지고 있다. 전시, 퍼포먼스, 낭독음악극, 테이블 쇼, 특별상영회 등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리좀 페스티벌’도 그러한 활동의 일환이다. 영화관이 이렇게 다양하고 다채로운 활동을 해나갈 수 있다는 사실이 색다르면서도 고맙고, 마음 벅차게 느껴진다.
“마산이라는 지역에서 리좀은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 공간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마산은 민주화 성지이기도 하고, 구체적인 역사적인 사건들이 있었던 도시예요. 마산이라는 지역이 가지는 아이덴티티에 대해서 사실 잘 못 느끼시는 분들이 많아요. 저는 마산이 가지고 있는 그런 부분들과 예술이 따로 떨어져 있지 않다고 생각해요. 함께 합쳐져 있다고 생각하죠. 그래서 리좀은 마산이라는 지역에서 산발적으로 흩어져있는 역사적이나 문화적인 것들을 모아 구체적으로 파헤치고 결합하면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 기능하고 싶어요. 그리고 수도권과는 다르게 지방에는 아직 정체된 것들이 있어서 영화나 미술들로 그런 간격들을 좁히는 역할도 하고요.”
그의 말처럼 마산에서는 중요한 역사적 사건들이 있었다. 부마민주항쟁도 그렇고. 리좀에서는 그러한 마산의 역사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추어 작년부터 부마민주영화제를 열고 있다. 올해는 부마민주항쟁의 40주년이 되는 해다. 부마민주영화제로 인해서 마산 지역민들이 민주화의 첫걸음에 마산이라는 도시가 있었음을 기억할 수 있는 시간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대표님이 살아오면서 보았던 영화들 중에 인생영화로 꼽을 만한 작품이 있다면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는 <패왕별희>를 정말 좋아해요. 개인적으로 사회적이나 민족적이나 여러 가지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는 작품들을 좋아하는데, <패왕별희>가 딱 그런 작품이었어요.”
이제까지는 리좀에 대한 질문들을 주로 했다면, 이제는 조금 개인적인 부분을 그에게 묻고 싶었다. 인생영화로 어떤 작품을 이야기할지 궁금했는데, <패왕별희>를 꼽아서 반갑고도 기쁜 마음이 들었다. 장국영을 좋아하는 나에게도 무척이나 소중한 작품인 <패왕별희>. 장국영에 대한 팬심이 들어가서일까. <패왕별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 나도 모르게 흥분되는 목소리를 감출 수가 없었다. 내가 좋아하는 작품을 그도 좋아한다는 사실이 너무 좋았다.
“대표님에게 있어서 영화관이란 어떤 의미를 가지는 공간인지 궁금합니다.”
“모든 것이 산출 가능한 곳이 아닐까 싶어요. 모든 감성이나 필요, 정보들이 교차되어 있는 게 바로 영화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영화관이라는 공간은 그러한 부분들을 산출할 수 있는 곳이 아닌가 생각해요.”
모든 것을 산출 가능하게 하는 공간. 멋진 대답이었다. 그의 말처럼 영화관은 단순히 영화를 상영하는 장소에 그치지 않고, 영화라는 매체를 활용해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하기도 하고,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정보들을 알게 해주는 역할도 한다. 그런 그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영화관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대표님이 꿈꾸는 이상적인 영화관의 모습이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요?”
“영화를 상영하는 공간으로서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그런 부분을 떠나서 영화관은 현대 예술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고 봐요. 지역에서 영화를 많이 볼 수 있게 하는 것도 정말 중요한 일이지만, 영화관이라는 존재 자체가 하나의 소재가 되어 여러 가지 일들이 영화관을 중심으로 벌어진다면 그것이야말로 바로 이상적이지 않을까요.”
이미 리좀은 예술의 중심에 서기 위한 노력들을 하고 있기에 결코 그의 대답이 이상만은 아니게 느껴졌다. 마산이라는 지역에 리좀 같은 공간이 있다는 사실은 축복과도 같다. 앞으로 리좀이 걸어갈 길에는 지금까지 겪은 것보다 더 한 험난함도 많겠지만, 충분히 잘 이겨내고 헤쳐나갈 거라 믿는다. 리좀에는 이렇게 마산이라는 지역을 사랑하는 멋진 예술인 하효선 대표님이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