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한 영화관 - 마산 (3)
씨네아트 리좀에서 <그린북>을 관람했다. <그린북>은 1962년 미국을 배경으로 입담과 주먹만을 믿고 사는 토니 발레롱가가 교양과 우아함을 지닌 천재 피아니스트 돈 셜리의 콘서트 투어 전문 운전기사를 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작품의 인물들은 실존인물들이라는 점에서 관객들의 흥미를 유발한다.
<그린북>을 관람하며 나는 내가 경험하지 못한 1960년대의 미국으로 들어가 세상을 바라보았다. 세계에서 가장 개방적인 나라인 것처럼 굴지만, 그 시절의 미국은 차별과 혐오가 거리 곳곳에 깔려서 흑인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었다. 주인공인 토니 역시 마찬가지다. 백인으로 태어나, 백인의 삶을 살면서 온몸에 짙게 배인 자기만의 ‘편견’으로 자신의 고용주인 셜리를 대한다. 그가 흑인이 아닌 백인 고용주였다면 토니는 그를 편견을 담은 시선으로 대했을까? 매 순간 온몸으로 그러한 편견과 차별을 받아내었던 셜리의 마음은 어땠을까. 덤덤한 척 하지만, 마음만은 결코 덤덤하지 못했을 테다. 차별이 일상이 된다는 건 너무도 슬프고 아픈 일이다. 만약,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일들이 내게는 허락되지 않는 일들이 된다면 우리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나의 이러한 물음에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그런 말을 하냐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차별은 인종을 넘어서 일상 속에도 깊숙이 스며있다. 어쩌면 우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행하는 하나의 행위가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에게는 차별일지도 모르고.
조금은 무겁게 글을 썼지만, 사실 <그린북>은 참 발랄한 영화다.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를 어둡지만은 않게 이야기를 풀어내는 능력이 돋보이는 이 작품을 만나서 러닝타임 내내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혼자가 아닌 함께 이 작품을 관람할 사람이 있었다면, 나는 그와 함께 영화가 끝난 후 치킨을 먹었을 거다. 영화 속에 나오는 치킨은 참 맛깔나 보였으니까.